딱 좋은 고성능을 가진 프렌치 해치백을 만났다. 푸조 308 GT다.
4,255mm의 길이에 2,620mm의 휠베이스를 가진 해치백 세단이다. 여유를 갖기엔 공간의 제약이 크지만 좁다고 할 수 없는 뒷좌석 공간을 만들었다.
측면 모습은 전형적인 해치백 실루엣. 앞뒤로 18인치 타이어가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타이어가 조금 더 큰 비례만으로도 고성능 분위기를 만든다. 작지만 야무진 모습이다. 암팡지다는 말이 어울리겠다.

인테리어는 뭔가 다르다. 푸조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아이콕핏 디자인 때문이다. 이른바 헤드업 인스트루먼트는 작은 스티어링 휠과 그 위로 배치한 계기판으로 이층구조를 이룬다. 드라이버에 최적화된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도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틀었다.

스티어링 휠이 작아서 게임하는 느낌이다. 운전 자세도 다르다. 스티어링휠이 낮게 배치돼 팔을 편하게 내린 채 운전이 가능하다. 편하다.

센터페시아에는 5개의 버튼과 CD 플레이어가 전부다. 휑하다. 모든 기능 조절을 터치스크린으로 해결한다.

마무리는 야무지고 깔끔했다. 지붕 끝 틈새가 대표적이다. 틈새가 벌어지고 재질의 단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푸조도 그랬다. 그런데 달라졌다. 손톱조차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치밀하게 마무리했다. 글래스루프 주변도 잘 정리됐다. 여기저기 손을 들이 밀어보고, 만져보지만 손끝이 느끼는 이 차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다.

308은 1.6 디젤 엔진이 주력이지만 GT에는 180마력의 힘을 가진 2.0 디젤 엔진이 올라간다. 120마력의 1.6 디젤 엔진이 나른한 일상이라면, 180마력의 2.0 디젤 엔진은 잠깐의 일탈을 즐길 수 있는 평온한 일상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일탈의 시작은 스포츠 모드 버튼에서 시작된다. 엔진의 발성이 달라진다. 깊은 울림으로 귀를 자극하는 소리와 바짝 독이 오른 든 신경질적인 차체 반응만으로 짜릿한 일탈을 만나다. 일상 속에서 즐기기에 딱 좋은 수준의 고성능이다.

과속방지턱을 툭 치고 넘는 느낌이 좋다. 거친 충격에 지지 않는다. 차체로 밀려드는 충격에 맞서는 느낌이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거치며 어느 정도 걸러진 쇼크는 차체와 시트를 거쳐 몸으로 전달된다.

움직임은 단순명쾌하다. 길이가 짧아서다. 성격이 분명한 사람처럼 뒤끝이 없다. 코너에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앞은 잘 돌아나가고, 뒤는 부지런히 잘 쫓아온다. 엉덩이가 미끄러질 염려는 없다. 코너링이 깔끔하다.

푸조의 신형 플랫폼 EMP2 플랫폼을 사용했다. 2.0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조합. 잘 숙성된 파워트레인이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을 마크한다. 엔진은 차분하고 안정된 반응이다.

크루즈컨트롤은 차간거리 조절이 안된다. 단순한 크루즈컨트롤이다. 차선이탈방지 장치는 차로를 넘을 때 조향에 개입한다. 운전자의 운전을 도와주는 또 하나의 손을 느낀다. 운전 부담이 확실히 덜하다.

가속하면 rpm 바늘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이동한다. 속도계는 그 반대다. 무심코 계기판을 볼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스포츠 모드 버튼을 2~3초간 길게 누르면 계기판이 빨갛게 변한다. 엔진 출력과 토크, 터보 부스트가 표시된다. 엔진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발성이 달라지는 것. 드라이버를 흥분시키는 사운드다. 운전에 몰입하게 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시점이 늦어진다. 좀 더 힘있게 달리고 나서 변속을 진행한다. 강한 힘 끌어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으로 이끄는 비결이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을 마저 밟으면 고속질주로 이어진다. 아주 빠른 속도까지 거침없이 이어진다. 고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은 체형이다. 극한 속도에서 차체의 흔들림은 어느 정도 전해진다.

스포츠모드에서도 차가 멈추면 시동 꺼진다. 엔진스톱 시스템은 푸조가 가장 앞서 있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시동꺼짐을 유지한다. 차가 멈춘 상태를 유지하면 어지간해선 재시동은 없다. 10cm 정도 움직였다 멈춰도 시동은 어김없이 다시 꺼진다. 재시동 걸릴 때 소음과 진동은 거의 없다. 효율을 앞세운 세팅이다.

225/40R18 사이즈의 타이어를 적용해 공인복합연비는 13.3km/L를 기록한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서울 강남까지 50km 정도의 길을 차분하게 달리며 연비를 체크했다. 20km/L를 훌쩍 넘기도 했던 연비는 최종적으로 18.8km/L를 기록했다. 평균 속도는 45km/h. 공인 복합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연비다. 누구나 차분하게 운전하면 이런 정도의 연비를 만날 수 있다. 특히나 푸조는 한국에서 연비 인증을 매우 박하게 받는 편이다. 이는 곧 일반 운전자도 공인연비 이상의 연비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게 없다.

GT트림에는 맵진 에어바이 티맵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인터넷 연결되어 있으면 실시간 경로검색이 가능한 최신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의 터치 반응은 빠르고 정확하다. 시간차가 없다.

타이어 그립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있다.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당연하고, 강하게 몰아쳐도 타이어는 그립을 유지했다. 도로에 따라 타이어 마찰음이 크게 들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조용했다.

밤길에서조차 정확하게 움직이는 고양이처럼 이 차 역시 즉각적이고 정확한 조향이 인상적이었다. 푸조의 조향은 이런 것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308 GT는 3,990만 원이다. 푸조를 대표하는 고성능 해치백 모델로 착하고 합리적 가격이다. 자존심을 고집하지 않고 착한 본성을 드러내는 가격이다. 기본형 모델인 308 알뤼르는 3,19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보닛을 열면 양 끝으로 날카로운 모서리가 드러난다. 열고 닫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다. 힘을 줘서 강하게 보닛을 닫을 때 날카로운 모서리에 인체가 상해를 입는다면……. 상상하기 싫지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보닛을 닫을 땐 한 번 더 주위를 살펴야겠다.
자동차를 만들 때 이처럼 날카로운 모서리, 예각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는 게 정석이다. 안전을 위해서 그렇다. 안전은 멋진 디자인보다 더 중요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