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 이름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기아차의 준중형 세단이 6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쳐 시장에 투입됐다.
전통적인 세단 스타일을 품위 있게 만들어냈다. 준중형이지만 차급 이상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호랑이 코 옆의 눈은 X자로 찢어 놓았다. 풀 LED 헤드램프에 주간주행등을 X자로 배치해 K3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옆모습은 마치 중형차인 듯 점잖다. 선들을 정돈해 단정한 ‘면’이 도드라진다. ‘선’은 최대한 줄인 옆모습이 마음에 든다.
트림에 따라 타이어는 15, 16, 17인치가 적용된다. 시승차는 K3 노블레스 풀옵션 모델이다. 가장 비싼 K3다. 기본가격 2200만 원에 선루프, 시트팩, 스마트내비게이션 UVO 3.0, 드라이브 와이즈, 17인치 타이어와 무선충전시스템 등이 옵션으로 제공된다. 이 옵션들을 다 택하면 365만 원을 더 줘야 한다. 전체 가격은 2,565만 원이 된다. 준중형 세단의 풀옵션 가격으로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이다. 수입차에 비한다면 성능, 편의 장비 등을 볼 때 훨씬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운전석 도어를 여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먼저 다가온다. 보닛도 제법 무겁다. 하지만 공차중량은 1,255kg으로 가볍다.
시동을 걸었으나 엔진은 숨을 멈춘 듯, 소리를 내지 않는다. 계기판은 시동이 걸렸음을 분명하게 알리고 있지만 엔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신나게 달리다 멈춰 설 때마다 엔진 스탑 시스템이 작동하는 듯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K3엔 엔진스탑 시스템은 없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2세대 K3의 가장 큰 특징이다. 스마트 스트림으로 이름 지은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라고 기아차는 소개했다. 먼저, 엔진. 스마트스트림 G 1.6 엔진은 통합 열관리, 마찰저감 시스템 등을 통해 우수한 연비를 만들어낸다. 최고출력 123마력. 시속 100km 전후의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 편안하게 차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힘이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는 도로에 지지 않았다. 225/45R17 사이즈의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도로의 충격을 적절한 수준으로 억제해 차체를 지지한다. 조금 과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여유 있게 받아줄 줄도 안다.
2.5회전 하는 스티어링휠은 약간의 유격이 있다. 조향은 가벼운 편. 속도를 올리면 적당히 묵직해진다.
주행모드 조절 버튼을 누르면 컴포트 에코 스마트 순서로 활성화된다. 스포츠 모드는 버튼이 아니라 변속레버로 선택한다. 레버를 왼쪽으로 밀어 수동 변속모드를 택하면 바로 스포츠모드가 적용되는 것. 수동모드는 스포츠모드인 셈이다. 에코모드에서의 느슨함과 스포츠 모드에서의 빠릿함이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200으로 조금 높은 수준이다. rpm을 조금 더 낮출 수는 없었을까. 100km/h에서 2,200rpm은 조금 낯설다.
8인치 내비게이션은 깨끗한 화면으로 길을 인도한다. 카카오 아이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은 한 번에 명령을 알아듣고 답을 내놓는다. 속도가 높아 바람소리가 시끄러울 땐 제대로 못 알아듣기도 하지만 사용하는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음성명령 부분은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기아차의 ADAS 시스템인 ‘드라이브 와이즈’는 훌륭하게 맡은 소임을 해낸다. 차간거리 조절은 물론, 차선을 읽으며 조향에 개입해 고속도로에서 반자율 운전을 맛깔나게 해치운다. 중간에 끼어드는 차들이 가끔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준중형 세단에게는 과분한 장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드라이브 와이즈는 편할 뿐 아니라 안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전방충돌방지 보조 시스템은 K3 전 트림에 기본제공된다. 여기에 후측방 충돌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차로이탈 방지보조 등의 기능이 더해 드라이브 와이즈를 구성한다. 드라이브와이즈가 예방 안전 영역을 담당한다면 사후 안전은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모두 7개의 에어백이 담당한다.
연비는 놀라운 수준이다. 메이커가 밝힌 공인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14.1km/L다. 15인치 타이어를 적용하면 15.2km/L가 된다. 가솔린 1.6 엔진으로 이 정도 수준의 연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을 통해 확인한 실연비는 14.5km/L. 고속주행을 하고, 감속, 가속, 정체, 공회전 등 연비에 그리 좋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우수한 연비를 실제로 보여줬다. 미친 연비다.
결국, K3는 성능보다 연비에 초점을 맞춘 차다. 준중형 세단의 기본형 모델에게 딱 맞는 성격이다. 물론 터보를 적용하고 이런저런 튜닝을 통해 강한 성능을 가진 모델도 있어야 하겠지만 준중형 세단의 기본형 모델이라고 한다면 성능보다는 연비를 먼저 생각하는 게 맞다. K3는 제대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래저래 준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장악하는 모양새다. K3와 아반떼, 듀오를 견제할만한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지난해 모델체인지를 거친 크루즈가 있었지만, 군산공장 폐쇄로 단종이 예고돼 있다. 준중형 시장의 안방은 튼튼하게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속도를 높여나갈 때는 힘이 아쉽다. 조금 더 강한 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차례 했다. rpm은 치솟으며 안간힘을 뽑아내지만, 정작 가속은 시간이 걸린다. 밤새 열심히 공부는 하지만, 성적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 조금 안쓰러운 아이를 닮았다.
뒷좌석을 위한 배려는 많이 부족하다. 12V 전원, USB 포트 등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편의 장비들을 찾을 수 없다. 열선 시트와 송풍구 정도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 많은 편의 장비들이 모두 앞 좌석에 몰려 있어 뒷좌석에서 느끼는 박탈감은 더 크다. 뒷좌석에 뭘 더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