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대. 첫차를 사려 한다. 무슨 차를 살까.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 B세그먼트 SUV다. 가장 많은 선수들이 이 시장에 적을 두고 있다. 심지어 기아차는 니로와 스토닉 두 개 차종을 투입 중이다.

디젤을 앞세웠던 기아차 스토닉이 지난 연말 가솔린 모델을 추가 투입했다. 100마력짜리 1.4ℓ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힘을 낸다.

스토닉은 이례적으로 동급의 현대차 모델과 다른 플랫폼을 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든 차급에 걸쳐 같은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것과 다르다. 코나는 신형 플랫폼, 스토닉은 기존 소형 플랫폼으로 프라이드와 함께 쓴다. 코나는 고급으로, 스토닉은 한 급 아래로 위치를 잡은 것.

현대기아차 전체적인 처지에서 보면, 서로 다른 플랫폼을 적용해 상품을 폭넓게 배치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시장에 학익진을 펼친 셈이다.

아랫급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스토닉을 우습게 볼 건 아니다. 소형 SUV 시장은 특히 가격 민감도가 크다. ‘싸고’ 좋은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 소비자는 많다. 그런 면에서 스토닉 가솔린은 매력이 크다. 디젤엔진 모델보다 240만 원이나 낮은 1,65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최고의 가성비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가장 저렴한 SUV여서다. 최신형 SUV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는데 굳이 소형세단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시승차는 스토닉 가솔린 프레스티지로 투톤 루프와 드라이브 와이즈를 옵션으로 장착했다.

투톤 루프에 눈이 간다. 모두 5개 컬러 조합으로 투톤 루프를 주문할 수 있다. 갓 스물이 된 청년이 콤비 정장을 차려입은 느낌이다. 신선하고 생기가 도는데, 뭔가 조금 어색한 느낌도 있다. 그 어색함조차 매력이다.

작다. 길이 4,140mm다. 그래도 5인승이다. 없는 살림에 먼 길 떠나는 아이에게 노잣돈 찔러주는 어머니처럼, 그 짧은 길이에 뒷좌석 공간을 알차게 만들어냈다. 물론 당연히 빠듯한 공간이다. 그래도 무릎 앞으로 약간의 공간은 남겨뒀다. 센터 터널도 거의 없어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용적을 만들어냈다.

오렌지 컬러 라인이 실내를 상큼하게 만든다. 아랫부분을 자른 D 컷 핸들은 키높이 구두 같은 존재다. 스포츠카에서나 어울릴 법한 D 컷 핸들을 겨우 100마력짜리 차에 갖다 놓은 건 아무래도 과욕이다. 있는 그대로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열등감의 또 다른 표현 같은 거 아닐까.

일발시동. 가솔린 엔진은 디젤차와 달리 영하 10도 전후의 혹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회전 상태의 규칙적인 숨소리는 새근거리는 아이의 숨소리를 닮았다. 잔잔하고 조용하다.

90km/h 전후까지의 잔잔한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편하다. 시트가 높고 길이와 휠베이스가 짧아 노면 흔들림이 증폭되는 감이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아주 빠른 속도에 이르러서야 불편함을 느끼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속도에까지 이르기도 쉽지 않다.

시속 100km에서 2,200rpm을 마크한다. 높은 편이다. 1.4 MPI 엔진의 한계? 혹은 특성이다. 터보가 없는 1.4ℓ 엔진은 엔진 회전수를 많이 높여야 시속 100km를 커버할 수 있다.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유지하거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게 다운사이징인데, 스토닉의 1.4 가솔린 엔진은 그냥 배기량도 줄이고, 출력도 그에 맞춰 줄인 경우다. 다운사이징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냥 고속에서 힘겨워하는 작은 엔진일 뿐이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며 힘을 끌어내면 고속으로 치닫는다. 힘을 쥐어짜내는 느낌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소리는 커지는데 가속은 더디다. 그래도 차근차근 속도를 높이는 게 대견하다.

대체로 심심한 차다.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맛이 없다. 날이 추워서겠지만 타이어는 노면을 제대로 딛지 못했다. 야무지게 코너를 물고 도는 맛도 덜하다. 그렇다고 부족한 차는 아니다. 일상 속도 영역에서는 기대에 부응하며 충실한 가감속 반응을 보였다. 소형 SUV로서 굳이 욕심낼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는 무리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고속주행 같은 영역에서다. SUV지만 사륜구동 기능도 아예 없다. 스토닉엔 사륜구동이 없다.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간이 약한 콩나물국 같다. 심심하다. 소금도 조금 더치고, 고춧가루도 넉넉히 뿌리면 강한 맛을 낼 수 있지만 다 빼고 일부러 심심하게 간을 했다.

드라이브 와이즈는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경보장치로 구성됐다. 가장 기본적인 장비들이어서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어차피 가성비가 좋은 차라면,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은 포기하고 좀 더 싸게 이 차를 사는 게 낫겠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12.6km/L다. 이 차급에선 경쟁차들보다 제법 좋은 연비다. 실주행 연비는 더 좋았다. 파주를 출발해 서울 강남까지 약 56km를 달린 연비는 16.4km/L였다. 마음먹고 차분하게 이 녀석을 다루면 의외로 괜찮은 연비를 만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든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격이다. 가장 낮은 트림인 디럭스가 1,655만 원부터다. 소형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SUV인데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매력이다.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는 2,025만 원이다. 스토닉 가솔린 가격표에는 “이래도 안 살래?”하는 협박이 담겨있다. 귀 얇은 이들은 함부로 볼 일이 아니다.

성능에 큰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만족할만한 차다. 심심한 ‘맛’을 느낄 줄 안다면, 스토닉 가솔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편한 속도로 불편하지 않게 이동하고, 동급의 세단보다는 여유 있고 효과적인 공간을 누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SUV다.

심심한 맛은 맛이 아니라며 고춧가루를 찾고 소금을 찾는다면, 스토닉 가솔린과는 인연을 맺지 않는 게 낫다. 안 맞는 궁합은 피하는 게 상책이니까.


오종훈의 단도직입
드라이브 와이즈에 포함된 크루즈컨트롤은 조작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정확한 속도 세팅이 안 돼 몇 차례나 버튼 누르기를 반복해서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속도를 세팅하고, 가속과 감속하는 과정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드라이브 와이즈는 선택하지 않는 게 답인 듯하다.
보닛은 엄청 무겁다. 무심코 보닛을 들다가 놀랄 정도다. 운동 삼아 하루에 열 번씩 들어도 좋겠다. 여성들에겐 힘에 부칠 듯. 안전 문제가 함께 결부된 곳이니 가볍게 만들어달란 얘기는 아니다. 그냥 무겁다는 얘기다. 감당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