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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의 속삭임 “작은 고추가 맵다”

쉐보레의 소형 SUV 트랙스를 만났다. 한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소형 SUV다. QM3, 티볼리, 코나 등 쟁쟁한 소형 SUV들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 트랙스는 당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B 세그먼트 SUV의 첫주자였다.

트랙스를 만났다. 작다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야무진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그 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해 파주 헤이리까지 달렸다. 시승모델은 1.6 디젤엔진이 올라간 트랙스 LTZ 최고급 트림.

운전석에 앉았다. 전동시트로 시트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경쟁 차 중에선 전동시트가 없는 차도 있다. 관점의 차이를 본다. 작은 엔트리급 차인만큼 편의장비에서 양보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 혹은 작은 엔트리급 차지만 트림에 따라 충분한 편의장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

전동 가죽시트는 허리를 잘 받혀줬다. 스티어링 휠의 가죽 마감재는 손에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운전석 대시보드 플라스틱은 저렴해 보였다. 센터페시아 하단도 휑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으며,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과 미러링을 통해서만 쓸 수 있었다. 기본 탑재되는 내비게이션은 없는 것.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은 디젤이지만 생각보다 조용했다. 쉐보레가 자랑하는 위스퍼 디젤, 즉 속삭이는 디젤엔진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웠다. 방향전환 후 감겼던 스티어링 휠이 원 위치로 다시 돌아오는 복원력의 탄성이 좋았다. 새 총 같은 느낌이다.

시내주행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ISG 시스템은 없었다. ISG 시스템을 추가해 비싸진 가격만큼 연료를 아끼려면 얼마나 달려야 할까. 어느 쪽이 진짜 경제적인지 모를 일이다.

막히는 시내를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했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았다. 60~80km/h 구간에서는 1,500~1,800rpm의 수준으로 움직였다. 100km/h에서도 2,000rpm을 넘지 않았다. 힘을 크게 쓰지 않으면서 중저속을 커버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풀 가속을 했다. 트랙스는 넘치는 힘을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1.6리터 CDTI 디젤엔진, 최대출력 135마력, 최대토크 32.8kg.m의 힘이다. 주변의 모든 것을 밀어버릴 듯 달려드는 탱크같은 느낌이었다.

주행 도중 브레이크의 응답력도 좋았다. 한 번에 반응하는 느낌이다. 가속 상태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를 확 끌어내린다. 그 반응이 거칠지 않다.

강한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히 받쳐줬다. 흔들림에 약한 작은 크기지만 안정감을 시종일관 유지했고 고속에서의 엔진 소리도 생각보다는 조용한 편이다.

18인치 컨티넨탈 타이어는 노면의 소음과 진동을 완벽하게 잡아냈다. 고급 대형세단에만 쓰이던 수입 타이어가 이제 소형 SUV까지 장착되고 있다. 주행품질을 개선하기엔 좋을테지만 가격면에선 안좋을 수도 있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코너에서 살짝 불안해지는 반응을 보였다. 차가 높은데서 오는 특성이다. 확실히 속도를 줄인 뒤 코너를 하는 게 편안하고 안전하겠다.

계기판 차 모양 그림에 녹색불은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빨간불로 바뀌며 경고음을 울려준다. 모르는 사이에 차가 차선을 이탈할 때에도 빨간색으로 바뀌며 경고음을 울려준다. ADAS의 LDWS 기능이었다.

왕복 100km를 주행하고 다시 차량 픽업장소에 도착했을 때 총 연비는 15.7km/L였다. 제원에 표기된 복합연비 14.7km/L보다 1km/L 더 나왔다. 보통 시승은 과속을 하고, 차를 거칠게 몰아 제원표 상 연비보다 안좋은데 오히려 더 잘 나왔다. 대단한 연비다.

트랙스 시승차는 2,551만 원 짜리 1.6 디젤 프리미어 오토이며, 옵션으로 보스 사운드 패키지 50만원, 원터치 세이프티 전동 선루프 60만원, 세이프티 패키지2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80만 원 짜리 옵션이 모두 들어갔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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