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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자의 3전4기 대형면허 도전기

“합격입니다”

마지막 S코스를 조심스레 나오는 순간, 합격을 알리는 음성안내가 나왔다. 네번째 도전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대형면허를 따기 위해 공들인 시간은 학원을 처음 방문해 등록한 순간부터 합격증을 받아 갖고 나가기까지 정확히 4주가 걸렸다.

대형 트럭 시승을 하고 싶었고 면허가 필요했다. 그래서 도전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4차에 걸친 대형면허 도전기를 정리한다.

수강료 55만 원을 내고 학원에 등록했다. 수업 첫 째 날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기어 변속이 문제였다. 14년 전에 1종 보통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취득한 이후로 자동변속기만 운전했다. 14년만에 만난 수동변속기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는 상대였다. 수동 변속기 앞에서 14년 운전 경력은 소용이 없었다. 초짜 운전자가 되어버린 기자에게 강사는 수도 없이 이 말을 되풀이 했다.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미칠 지경이었다. 버스는 승용차보다 클러치가 민감해 클러치에서 발을 아주 천천히 떼어야했다. 일반 승용차처럼 클러치를 조작하면 차가 아주 심하게 요동을 쳤다.

경사로 재출발도 문제였다. 경사구간에서 정차한 다음, 반 클러치를 유지하며 차의 스티어링 휠에 진동이 온 다음에 발을 떼야 버스는 언덕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 클러치를 제대로 떼지 못해 차가 뒤로 밀렸다. 대형시험 모든 응시자가 어려워하는 S코스도 제대로 지나가지 못해 차는 경계석 위로 수 도 없이 올라갔다. 강사한테 혼나는 시간이 더 많았다. S코스에서 버스의 바퀴는 경계석을 밟았고, 다른 코스 구간에서도 나오면서 선을 밟기가 비일비재였다.

결국, 첫 날 시험에서는 모든 코스를 다 돌아보지도 못하고 주차 구간에서 시간 초과로 낙방했다. 자책감이 컸다. 다시 추가교육 3시간을 신청하고, 재시험을 신청했다.

추가교육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강사의 지도하에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강사의 시범을 보며 연습하니 기존에 안 되던 모든 부분이 잘 됐다.

단 한 곳, S 코스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S코스 마지막에 나올 때 선을 밟기를 여러 번. 연습을 반복하며 차츰 나아졌고
추가 연습 때는 시간 안에 합격점수로 들어왔다.

내심 자신감이 생겼지만 두 번째 시험도 떨어졌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차량이 주차 선을 인식하지 못해 10점을 잃었다. 그래도 84점이었다. 가능성이 있었다. 84점으로 마지막 S코스를 들어갔다. S만 들어가면 경계석 밟고 난리치던 것도 강사의 공식 아래에 바퀴가 노란 선을 따라가도록 빈틈없이 했다. 하지만, 마지막 곡선구간에서 오른쪽 바퀴와 노란선의 간격이 벌어지고, 왼쪽 뒷바퀴가 센서가 달린 검지 선을 밟아버렸다. 최종 점수 79점. 1점 차로 또 낙방이었다.

세 번째 시험도 똑같이 떨어졌다. 학원에서는 다음 시험 보기 전에 미리 한 번 연습 해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마침내 4번째 시험, 학원을 갔다. 미리 연습을 해봤다. 점수는 낙제점인 69점이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시험이 시작됐다. 버스에 탑승했고, 코스를 돌기 시작했다. 어느 한 곳 실수 없이 잘 가던 찰라 중요한 부분인 가속과 변속 구간에서 11점을 잃었다. 대형 응시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구간이다. 가속을 하자마자 3단으로 변속한 다음에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차의 탄성을 줄여준다. 그리고 클러치를 밟아 2단으로 변속을 해야 한다. 이 과정 어느 하나 매끄럽지 못하면 10점을 잃는다. 나는 거기다 가속까지 해서 추가로 1점을 더 잃었다. 순간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그러나 물러날 곳은 없었다.

바로 굴절 코스로 들어갔다. 항상 굴절코스 빠져나오다 뒷바퀴가 선을 밟았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기 직전에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 간신히 비켜나갔다.

굴절을 지나 방향전환을 성공하고, 주차로 들어갔다. 그동안 실수했던 부분을 머리 속으로 그려가며 차분히 공식대로 움직였다. 주차 센서에 다 불이 들어와 점수를 잃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마의 구간 S를 들어갔다. 89점, 선 두 번 만 밟으면 또 떨어질 판이다. 왼쪽 사이드 미러를 보면서 앞바퀴가 노란 선을 따라 가도록 했다. 처음 곡선구간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나머지 곡선구간을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보면서 노란선과 오른쪽 앞바퀴 틈이 벌어질 새가 생기면 다시 핸들을 감아 선과 바짝 붙여 천천히 보면서 나왔다. S코스 들어갈 때마다 경계석 위로 올라가고 선 밟기 부지기수였는데 깔끔하게 나왔다. 우측 깜빡이를 키고, 왼쪽에서 가속해서 나오는 차가 없는지 확인하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최종 점수 89점. 가속구간에서 11점을 잃은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합격 했다.

이제 대형면허를 가진 기자가 됐다. 자동차 기자중에 이 면허를 가진 이들은 몇 안된다. 이제 트럭 시승에 도전할 일이 남았다. 기대하시라.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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