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대형 SUV 패스파인더를 출시했다. 4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이름이지만, 1986년 처음 등장한 이후 30년의 역사를 가진 차다.
한국시장에는 최상위 트림인 플레티넘 단일 모델로 판매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패스파인더를 선택했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격이 좋다. 5,390만원. 수입 풀사이즈 SUV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다.
크다. 길이가 5m를 넘어 5,045mm에 이른다. 휠베이스가 2,900mm. 7인승으로 3열 시트까지 갖췄다. 직접 들어가 앉아보니 3열도 괜찮은 공간이다. 대게 3열은 어린 아이들이나 앉을 수 있는 차들이 많은데, 패스파인더는 성인에게도 딱 맞는 공간을 확보했다. 두 가족 나들이에 부족하지 않겠다. 뒷범퍼 아래에 트레일러를 연결할 수 있는 토잉빔이 있다. 2268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트레일러 토잉빔이다.
2, 3열을 접어 적재함으로 사용하면 트렁크 공간은 425리터에서 2,260리터로 크게 늘어난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을 정도다. 슬라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는 등받이를 누일 수 있어 더 편하다. 게다가 사륜구동차임에도 센터터널을 없앴다. 3명이 모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것.
스티어링 휠은 3.2 회전한다. 약간의 유격과 반발력이 느껴진다. 조금 무겁다. 큰 틀을 유지하고 디테일을 손보는 차원에서 디자인을 일부 개선해 공기저항계수는 0.34에서 0.326으로 개선됐다.
닛산이 자랑하는 VQ엔진을 얹었다. 263마력, 33.2kgm의 힘을 낸다. 최고출력은 6,400rpm, 최대토크는 4,400rpm에서 터진다. 엔진은 고회전에 잘 대응하는 쇼트 스트로크 실린더를 사용했다. 이 힘을 X 트로닉 무단변속기가 조율한다. 부드러운 가속에선 무단변속기 특유의 부드러운 변속감이 살아난다. 급가속을 하면 제법 절도 있는 변속을 맛볼 수 있다.
235/55 R20 사이즈의 타이어는 노면의 그립을 잘 유지하며 달렸다. 길고 무거운 차체가 조금은 부담스러웠을까. 좁은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는 타이어 비명소리를 들었다. 핸들로 전해오는 묵직한 저항감도 있다.
2WD와 오토, 4WD 락 모드를 갖춘 인텔리전트 사륜구동시스템을 적용했다. 풀타임 4WD는 아닌 셈이어서 굳이 따지자면 파트타임 4WD 방식이다. 오토모드에서 주행상황을 판단해 사륜구동을 작동하는 방식이다. 락 모드는 전후륜 구동력을 50:50으로 고정해 오프로드 주행을 돕는다. 오토모드에서 사륜구동 기능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초반 가속에서 잠깐 사륜주행 상태가 될 뿐, 고속주행에서도 사륜구동 기능이 활성화되진 않는다.
서스펜션은 살짝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고속주행에서 차체는 노면 굴곡에 맞춰 물 위의 배처럼 출렁이는 느낌을 준다. 4WD 락 모드를 택하고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정통 SUV 못지않은 구동력을 보여준다. 거친 산길에서 거침없이 움직였다. 사륜 락 모드를 택하면 구동력이 앞뒤 50:50으로 고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험한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휠베이스가 길어 오프로드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차체 하부가 닿아버릴 수 있어서다. 또한 차체가 길어 좁은 길에서 운신하기가 조심스럽다. 차의 특성을 알고 다뤄야 한다. 본격적인 오프로더라기보다는 주행중 만나는 험로를 잘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봐야한다. 일부러 험로를 찾아 달리는 차는 아니라는 것. 어쨌든 전천후 SUV로서의 면모는 훌륭히 갖췄다.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맑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낸다. 첫 음이 들리는 순간, 가벼운 감탄사가 흘렀다. 늘 소음에 시달리는 자동차에서 고급 오디오가 굳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정작 그 고급진 소리를 듣게 되면 이래서 오디오가 중요하구나 실감한다. 물론 그보다 못한 오디오 소리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쨌든 소리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고급 오디오가 구매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있다. 닛산은 이를 인텔리전트 차간거리 제어로 부른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해진 속도로 달린다. 차선유지조향보조 시스템은 없다. 차가 조향에 개입하지 않는다. 조향은 온전히 운전자의 몫이다.
시속 100km에서 1,700rpm을 마크한다. 차분하고 편안한 움직임이다. 무게감 있게 움직이는 차체가 몸을 편안하게 받아준다.
변속레버에는 스포츠버튼이 숨은 듯 자리했다. 변속기 주변으로 별도의 주행모드 버튼을 마련해두는 요즘 추세와 달리, 변속레버 왼쪽에 있다. 옛날식이다.
5m 넘는 길이는 코너에선 조금 부담스럽다. 뒷타이어의 궤적을 고려하며 차를 다뤄야 한다. 조향바퀴에 하중이 많이 걸리는 듯 타이어 소리도 나도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저항감도 느껴진다.
공인 복합 연비는 8.3km/L로 5등급이다. 가속, 고속주행, 공회전 등 가혹한 주행환경이었음에도 계기판이 말해주는 실주행연비는 8.1km/L. 공인 연비와 편차가 크지 않다. 살살 다루면 그 이상의 연비가 가능하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휠은 무겁다.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이지만 반발력이 있어 무겁게 느껴진다. 차가 크고 무거운 편이라 이해는 가지만, 스티어링휠은 좀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
조립품질이 허술한 부분이 있다. 지붕과 앞창이 만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중 브랜드라면 이해되는 부분이었지만 요즘엔 대부분의 차들의 틈새 마무리를 야무지게 해낸다. 패스파인더도 치밀하고 야무지게 디테일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