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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크루즈 디젤의 ‘순수와 솔직’

쉐보레 크루즈에 디젤 모델이 추가됐다. 준중형 모델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쉐보레는 좀 더 탄탄한 모델 라인업을 구성하게 됐다.

기자단 시승을 위해 크루즈 디젤을 만난 건, 11월 2일. 쉐보레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전계약을 시작하는 6일로 미뤘다. 가격은 빼고 평가해달라는 주문일 텐데, 정정당당한 모습은 아니다.

실내 공간은 중형 세단에 버금갈 정도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꽉 차게 들어간다. 준중형 치고는 넓은 편이다.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이라 할만하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 아반떼와 견줘보면 크루즈가 95mm 더 길고 휠베이스는 2,700mm로 같다.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면 반응한다. 화면은 선명하고 작동은 직관적이다. 보스 오디오는 적당히 질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FM을 통해서 흐르는 음악은 이런 저런 자잘한 소음들과 섞이며 귀에 담긴다. 잡소리들을 듣고 싶지 않다면 볼륨을 올리면 된다.

무선충전이 가능한 홈은 무선충전이 안 되는 핸드폰에도 유용하다. 차 안에 아무데나 툭 던져놓는 핸드폰에게 지정석이 생긴 셈이어서다.

134마력의 힘을 내는 1.6 디젤엔진은 공차중량 1,365kg인 차체를 무리 없이 끌고 달린다. 힘의 효율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마력당 무게비는 10.1kg. 0-100km 가속시간이 10초 안팎일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겠다. 19인치 타이어를 적용한 시승차의 연비는 15.5km/L. 16, 17인치 타이어를 적용하면 16.0km/L다. 자동차 전용도로, 국도, 산길 등을 달리며 확인한 실제 연비는 12km/L 안팎. 좋은 연비가 나오기 힘든 시승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은 3회전에 조금 못 미치는 2.8 회전한다. 운전자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는다. 가볍다. 첫발이 가뿐하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rpm이 오르기 시작하면 굵은 엔진 소리가 살짝 드러난다. 소리가 디젤임을 말한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토션빔 서스펜션에 18인치 미쉐린 타이어가 장착됐다. 시멘트 도로나 포장면이 거친 도로에선 노면 마찰음이 제법 들어온다.

디젤 특유의 토그감이 중저속 구간에서 확연히 살아난다. 최고출력은 134마력으로 아반떼 136마력에 조금 못 미치지만 최대토크는 32.6kgm로 아반떼 30.6kgm보다 우위다. 우열을 따지는 게 의미 없는 차이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는 시속 100km에서 1,600rpm 정도를 마크한다. 수동변속모드가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차를 다룰 수 있다. rpm이 높아지면 어느 순간 스르르 풀려버리며 시프트업이 일어나버린다. GM 변속기 특유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수동변속 특성이 없다. 조금은 아쉽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진다. 엔진이 멈춘 실내는 적막강산, 아주 조용하다. 브레이크 홀드모드는 없다.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어야 한다. 핸들을 돌려도 시동꺼짐 상태는 유지된다. 브레이크를 툭 놓으면 아주 조용히 재시동이 걸린다. rpm이 약 두 칸 정도 움직일 뿐이다. 재시동 순간은 가솔린인지 디젤인지 구별이 힘들다.

주행모드는 따로 없다. 스포츠 노말 에코 등의 주행모드를 이 차에선 택할 방법이 없다. 가속페달의 깊이로 조절하는 게 전부다. 가장 원시적이고, 순수한 방법이다. 하지만 충분하다. 에코와 스포츠의 차이를 느끼며 미세한 변화를 통해 차를 다루는 맛도 좋지만, 오른발 하나로 원초적 드라이빙을 즐기는 맛도 좋다. 가속페달의 마지막 순간, 한 번 더 꾹 밟는 킥다운 버튼이 반갑다.

그 버튼을 꾹 밟아 변곡점을 넘어서면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딱 좋은 주행안정감을 보이는 구간을 지나 좀 더 속도를 올리면 가속이 더디고 차체 안정감이 조금씩 떨어진다. 속도에 비례해 조금씩 불안해지는 것. 주행속도와 체감속도의 차이 크지 않다.

브레이크는 무게와 속도를 잘 조절한다. 고속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제동감을 보인다.

크루즈컨트롤은 차간거리 조절은 하지 않고 단순하게 정속주행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차선유지조향보조는 차선을 읽고 조향에 개입까지 한다. 대체로 정확했다. 두 개의 차선 사이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건 살짝 아쉽지만 준중형 세단에 이 게 어딘가 싶다. 있는 것 자체로 만족할 수 있다.

바람소리에 비해 타이어 소음이 조금 더 크다. 엔진소리는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를 토해낸다. 소리에 관한 한 솔직하다.

문제는 다시 가격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중 하나여서다. 결국 가격이 성패를 가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쉐보레의 많은 차들은 사실 매우 저평가 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그 진가를 잘 모른다. 소비자 탓이 아니다. 쉐보레가 이를 제대로 알리고 있지 않은 결과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 소비자들을 설득하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안 보인다.

지금 쉐보레가 필요한 건 선두를 잡고야 말겠다는 후발주자의 투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서스펜션. 과속방지턱 넘어가는데 충격이 크다. 댐퍼가 이완할 때 충격이 크다. 들어올려진 타이어가 뚝 떨어지는 느낌일 때도 있다. 노면 충격을 제대로 정돈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정밀하게 서스펜션을 세팅할 것을 권한다.
센터페시아 아래 수납공간 위쪽 이음새가 헐겁다. 손으로 가볍게 당겨보는데 뜯겨져 나올 듯 헐렁헐렁 틈새가 벌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어서 더 아쉽다. 또한 그 공간을 좀 더 깊게 파서, 좀 더 넓은 공간으로 만드는 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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