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 그랬다. 지프 브랜드가 지난 10월 27일 몽산포해수욕장에서 개최한 ‘고 아웃 캠프’ 에서 랭글러 루비콘을 시승했다. 시승코스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산속 길을 향한 두 시간 코스로 두 차량에 2인 1조로 탑승했다. 기자는 그랜드 체로키, 레니게이드 등 지프의 많은 브랜드 차 중에서 랭글러 루비콘 투 도어를 골랐다.
외관은 요즘 나오는 매끈한 곡선을 자랑하는 신형 SUV와는 달리 전쟁 영화에나 나올 법한 지프 본연의 투박함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프는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에서 맹활약한 군용차에 기원을 두고 있다. 전쟁 중에 사용되도록 최적화된 차이기에 지프는 그 곳이 길이든 길이 아니든 움직여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이것이 지프만의 매력이고, 지프 매니아들은 열광하는 이유다.
운전석에 탑승을 했다. 시트도 굉장히 편했다. 예전 지인의 차량이 랭글러 루비콘 5인승 차량이라 한 번 탐승해 볼 일이 있었다. 그 당시 뒷좌석에 앉았다. 시트도 플라스틱 의자에 뒤로 젖혀지는 퀼팅 기능도 없어 굉장히 불편했다. 그러나 이번 랭글러의 시트는 그런 플라스틱 의자가 아닌 일반 직물시트라 기자가 경험했던 랭글러보다 착좌감이 좋았다.
또한, 특이한 점은 창문 오픈버튼이 센터페시아에 있었다. 모든 그 외 모든 것은 다른 자동차와 같다. 변속기를 D에 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프의 스티어링 휠은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워 여성 드라이버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행사장소인 몽산포 주변 부근을 빠져 나와 부근 방조제 부근에서 가속을 했다. V6 3.6리터의 가솔린 엔진과 전자식 5단 자동변속기의 파워 트레인은 적은 힘으로, 무거운 차체가 나비처럼 가볍게 날았다. 시속 80-120km 실 가속 부근에서는 1,700rpm에서 2,500rpm의 적은 힘으로 부드러운 가속을 냈다. 가끔 100km 부근에서 3,000rpm을 넘어갔지만 대부분 rpm이 크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도로주행 중에는 풍절음이 거슬렸다. 하지만 승차감은 세단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245/75R 17인치 온 오프로드 겸용 굿이어 타이어가 도로와의 노면 마찰음을 훌륭하게 흡수해냈다.
지프의 좀 더 강한 힘을 내보고 싶은 욕구에 좀 더 가속을 내보고 싶었지만 선두차량의 지휘 아래에 통솔되는 단체시승이라 최고속도는 실생활 가속 수준인 80~120km 수준에서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가끔 우회전 구간에서 코너를 돌 때 스티어링의 가벼움 때문인지 스티어링 휠과 4륜구동 간의 약간의 엇박자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곧 이어, 산 속 비포장 도로 구간으로 들어갔다. 차는 좌우로 기우뚱 거리며 나뭇가지가 무성한 산속 길을 비집고 들어갔다.
랭글러 루비콘은 온로드보다 산속의 비포장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랭글러 루비콘만의 락 트랙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으로 2톤에 가까운 거구의 랭글러 루비콘은 오뚝이처럼 좌우로 춤을 추며 무난하게 비포장도로를 가볍게 주파했다.
산속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운전석 옆은 바로 낭떠러지라 산속 길에서는 행여나 굴러 떨어지지 않을 까 하는 마음 때문에 초보운전처럼 아주 천천히 선두차량의 통솔아래 천천히 따라갔다.
먼지를 일으키며 황야의 무법자처럼 한참을 달린 뒤에 산 중턱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운전자 교대를 했다.
주최측의 통제 때문에 랭글러의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5.4kg.m의 강력한 성능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실용 영역 가속 구간에서는 적은 힘으로도 충분한 가속감과 승용차 같은 주행 감각을 뽐냈다.
랭글러 루비콘에는 오토 라이트 기능,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와 후방 카메라 파크뷰가 적용되었다. 이 파크뷰는 오프로드에서 후진 시 후방상황과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보조장비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전자식 주행안정화 프로그램, 차량이 눈길이나 빗길에 미끄러져 공회전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TCS(Traction Control System), 크루즈 컨트롤, 내리막 주행제어장치, 언덕 밀림방지장치, 타이어 공기압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지프만의 안전함을 더했다.
다만 랭글러 루비콘의 단점은 요즘 거의 모든 자동차에 장착되어 있는 내비게이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적용되어 있지 않다. 내비게이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보다 더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지프 관계자는 “랭글러는 데일리 카가 아닌 주말에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세컨드 카의 개념”이라고 전했다. 그들의 말은 랭글러에는 아직 내비게이션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판매가격 4,640만원.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