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쏘렌토의 전성시대다. 지난 9월 판매대수 1만대를 뛰어넘으며 이 시장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형 SUV가 월간 판매량 1만대를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도대체 사람들은 왜 쏘렌토를 선택할까. 지난 7월에 부분변경 모델로 교체된 쏘렌토를 타고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신형 쏘렌토의 특징은 8단 변속기 적용, 주행모드에 스마트 드라이브 모드 추가, R-MDPS 도입 등이다. 시승차는 쏘렌토 2.2 디젤 4WD 노블리스 스페셜. 최고급 트림이다. 판매가격 3,425만원에 장착된 옵션들을 다하며 4,150만원이 된다.
크다. 4800x1890x1685mm의 크기에 휠베이스는 2,780mm에 이른다. 중형 SUV중 가장 크다. 당당하고 웅장하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큰 차를 좋아한다. 커서 나쁠 게 없다는 인식이 많다. 쏘렌토는 그 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덕분에 3열 시트도 적절한 공간을 확보했다.
단정한 모습은 거부감이 없다. 핫스탬핑 다이아몬드 그릴은 제법 세련됐다. 좌우로 3개의 LED 램프로 구성된 헤드램프는 선명한 시야를 확보해 준다. 4개의 깍두기를 모아놓은 LED 안개등은 재미있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고급스럽다. 다이아몬드 퀼팅 가죽 시트는 허리 쪽에도 쿠션을 넣어 몸의 흔들림을 지지해준다. 꽉 끼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이 차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다. 운전석 시트는 말려있던 부분을 펼쳐 허벅지를 넓게 받쳐주는 시트 익스텐션 기능까지 갖췄다.
2.7 회전하는 4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딱 좋은 굵기다. 손이 닿는 부분에 천공을 낸 가죽을 사용해 밀착감이 좋다. 손에 착 감긴다. 그 아래로 패들 시프트가 있다. 핸들을 쥔 채로 손끝으로 변속하는 재미를 준다. 운전이 지루해질 때쯤 패들 시프트는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선명한 내비게이션 모니터, 무선충전장치, 곳곳에 마련된 USB 포트, 야외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220V 전원, 상하로 공간을 분리한 센터 콘솔 등 편의장비들을 아낌없이 집어넣었다. SUV라면 이래야 한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이 된다. 뒤로 밀어 넓게 공간을 쓸 수 있고, 3열에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당겨 공간을 나눠 쓸 수 있다. 또한 등받이를 뒤로 누일 수 있어 반쯤 눕듯이 기댈 수도 있다. 2열 시트 활용성이 매우 좋다.
센터터널이 없다. 덕분에 2열의 제한된 공간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가운데 앉은 사람도 우아한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센터 터널이 높게 솟은 차에서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앉아본 이들은 센터 터널이 없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안다.
3열은 좁지 않다. 2열 시트를 완전히 뒤로 밀어도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있다. 물론 꽉 끼는 자세가 되지만. 2열 시트를 조금 앞으로 조절하면 2, 3열에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3열 시트는 그냥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리가 아니다. 3열을 위한 송풍구도 있고 USB 포트도 마련해 뒀다. 적어도 쏘렌토에서 3열 시트는 버려진 자리가 아닌, 제대로 된 자리다.
7인승. 그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큰 차체가 주는 여유 있는 공간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보다 더 큰 차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우아하게 조율해 낸다. 거친 소리만 내지르며 열심히 달리는 척하는 위선을 벗었다. 빠르게 달리면서도 숨소리는 거칠지 않다. 적절하게 제어돼 힘이 느껴지지만 과하지 않은 소리를 낸다. 같은 폐활량으로 조금 더 낮은 톤을 유지할 수 있는 건 8단 변속기가 있어서다. 겸손함까지 갖췄다. 겸손은 가진 자만이 보일 수 있는 미덕이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까지 떨어진다. 같은 속도를 4~8단, 5개 기어가 커버한다. 산 속 와인딩 도로에선 4, 5단의 파이팅을, 고속도로에선 8단의 침착함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떤 기어를 선택할지는 운전자의 자유다. 202마력의 힘을 어떻게 요리할지, 자유의 폭이 더 넓은 건 엄연한 사실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파이터의 면모가 드러난다. 2톤에 가까운 무게를 전혀 힘들어 하지 않고 극한적인 속도까지 끌어올린다. 숨소리도 크지 않다. 바람소리가 거슬릴 때쯤 속도계를 보고서야 놀랐다. 노면의 자잘한 충격, 굴곡을 무시하듯 달린다. 긴 휠베이스, 사륜구동 시스템, 그리고 235/55R 19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가 서스펜션과 어우러져 고속주행에서도 편안한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신형 쏘렌토에는 주행모드에 컴포트, 에코, 스포츠에 더해 스마트 모드가 하나 더 있다. 운전자의 주행패턴을 읽어 주행모드를 스스로 바꿔준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포츠 모드로, 여유를 가지고 느슨하게 움직이면 컴포트 모드로 바꿔주는 식이다. 운전자가 그때그때 바꿔주지 않아도 된다. 차는 점점 똑똑해지고, 운전자가 할 일은 점점 줄어든다.
정지하면 시동이 꺼진다. 어지간하면 시동 꺼짐 상태를 유지한다. 시동이 꺼지는 순간 실내는 적막강산을 떠올릴 만큼 조용해진다.
이 차의 연비는 12.1km/L로 3등급. 같은 엔진을 쓰는 싼타페보다 더 무겁지만 연비는 더 좋다. 역시 8단 변속기의 효과다. 같은 힘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짧지만 조금 거친 오프로드로 진입했다. 사륜구동 고정 기능이 있어서 오프로드에서 조금 더 강한 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강한 토크로 천천히 타이어를 구동시키며 움직인다. 험한 길에선 차를 어르고 달래며 조금씩 움직이는 게 상책, 차체의 흔들림은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 한다.
계곡을 건너거나, 바위를 타고 넘어야할 정도의 하드코어 오프로드가 아니라면 쏘렌토로 못갈 ‘길’은 없겠다. 물론 긴 휠베이스 때문에 깊은 웅덩이나 굴곡이 심한 길에선 이른바 ‘배다 닿아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다니는 오프로드에서 그럴 일은 없겠다. 적어도 한국에선 말이다. 쏘렌토는 좀 더 깊이, 자연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SUV를 타는 이유다.
ADAS, 반자율운행을 경험할 수 있다. 차로이탈 방지 보조시스템에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이 더해졌다. 앞차를 따라 완전 정지까지 스스로 해낸다. 차로를 읽으며 스스로 조향하며 달리는 수준도 매우 안정적이다. 운전자의 사소한 실수를 커버해주는 수준은 된다. 물론 완전히 의지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다. 어디까지나 보조 시스템임을 잊어선 안 된다.
앞서 말했든 쏘렌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세단이다. 많이 팔린다고 좋은 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쏘렌토는 그렇다고 보인다. 크기, 성능, 가격, 연비, 상품성면에서 경쟁차를 확실히 압도하는 경쟁력을 가졌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큰 집의 싼타페다. 수입차와 비교해도 쏘렌토의 경쟁력은 돋보인다. 풍부한 옵션과 편의장비, 첨단 사양을 탑재한 중형 SUV를 4,000만 원대에서 만날 수 있는 건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당분간 쏘렌토의 전성시대는 계속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사이드미러에 잔상이 거슬린다. 운전하는 동안 수시로 보게 되는 좌우측 사이드미러에 대시보드 잔상이 어른거리며 겹쳐 보인다. 제법 진하다. 후방 시야를 제한할 정도는 아니지만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디젤 엔진의 공회전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엔진스톱 기능이 있어서 공회전 소리를 들을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어쩌다 그 소리를 듣게 되면 무척 거슬린다. 엔진 스톱 때문에 워낙 조용함에 익숙한 부작용일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공회전 소리는 조금 더 손 볼 필요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