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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사람 중심‘ 철학 담은 웰빙 SUV

XC90을 출시하면서 쾌속질주에 나선 볼보가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았다. XC60이다. SUV 시장에서 두 날개를 단 셈이다. 이제 남은 건 ‘비상’ 이다. XC60은 볼보 SUV의 주력이다. 2014ㄴ녀부터 2016년까지 유럽 중형 SUV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라는 게 볼보의 자랑이다.

신형 플랫폼을 적용해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XC60을 시승했다. 서울을 출발해 홍천, 양평을 거치는 200km 이상의 거리였다. 가솔린 T6와 디젤 D4 모델을 번갈아 탔다. 두 모델 모두 인스크리립션 트림.

과장이 없는 단정한 모습.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했다는 LED 램프는 이제 볼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뒷모습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차체의 모서리를 따라 수직과 수평을 이어놓은 램프는 빨간 브레이크등이 켜질 때 뚜렷한 라인을 드러낸다.

신형 플랫폼을 사용해 차체가 커졌고 실내가 넓어졌다.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가 45mm, 너비는 10mm가 늘었다. 높이는 55mm가 낮아졌고, 휠베이스는 90mm가 늘었다. 앞차축을 앞쪽으로 전진배치해 휠베이스를 늘여, 실내공간도 함께 넓어졌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남을 정도의 공간이다. 차급에 비해 여유 있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가죽과 나무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볼보답다. 실내는 차분하고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 도어트림과 대시보드에 나무를 사용해 포인트를 주고 가죽시트 등 고급 소재를 썼다. 대시보드의 테두리를 이루는 크롬라인을 잘 살펴보면, 모서리에 스웨덴 국기를 형상화한 마크를 찾을 수 있다. 디테일을 꼼꼼히 마무리하며 정체성을 밝혀 놓은 셈이다.

트렁크 바닥을 열어보면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스페어타이어가 있다. 끈으로 타이어를 묶어 놓았다. 볼트를 이용해 고정시키는 방법을 버리고 끈을 사용한 것. 처음보는 모습이다.

가솔린 엔진 모델인 T6에 먼저 올랐다. 직렬 4기통 2.0 트윈 터보 엔진은 320마력의 힘을 낸다. 리터당 160마력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효율이다. 이처럼 고성능을 만들어내면서도 연비는 9.4km/L로 무난한 편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달려 나간다. 거침이 없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시간은 5.9초. 고속주행에서도 탁월한 주행안정감을 보였다. 고속에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불안감보다는, 빨려 들어가듯 질주하는 짜릿한 즐거움이 더 컸다. 계기판을 보지 않았다면 좀 더 달릴 수 있었다. 폭발하는 힘을 사륜구동 시스템, 235/55R19 사이즈의 타이어, 단단한 서스펜션이 어우러져 고속에서도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만들어냈다.

8단 변속기는 엔진 파워를 자유자재로 조율해 낸다. 시속 100km를 4~8단이 커버한다. 엔진회전수를 높여 박력 있게 치고 나갈 수 있고, 1,500rpm 전후의 8단으로 잔잔하게, 조금은 느슨하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선택은 운전자의 몫.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D4는 190마력, 40.8kgm의 토크를 낸다. T6의 320마력에 비하면 매우 약해보이는 힘이다. 하지만 40.8kgm의 토크는 T6와 동일한데 발생시점은 1,750~2,500rpm구간으로 더 낮다.

가속을 이어가면, 탄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속도를 높였다. 320마력에 적응했던 몸을 곧바로 190마력에 올렸으니 심지어 느려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몸은 간사한 것. 다시 190마력에 적응하는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엔, 이 또한 충분한 힘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KTX와 새마을호 정도의 차이다.

주행모드는 다이내믹, 컴포트, 오프로드, 에코 등 4가지가 있다. 오프로드를 제외한 3가지 모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에코와 컴포트, 컴포트와 다이내믹 모드간 주행 느낌의 차이가 확실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속페달의 깊이에 따른 변화가 분명했다. 에코 모드에서도 페달을 깊게 밟으면 다이내믹하고 힘찬 가속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고속주행에서 탁월한 안정감은 D4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T6의 최고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 대신 13.3km/L의 우수한 연비를 얻을 수 있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차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볼보는 안전을 화두로 삼고 있다.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없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예 언론에 공표를 했다.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목표를 분명하게 밝힌 건 볼보가 유일하다. 불과 3년 여 후다. 가능할까. 의심도 들지만 진정성은 느껴진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인스턴트 음식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웰빙음식을 찾아다니는 성격 까칠한 내 친구 하나는 ‘안전’ 하나 때문에 볼보를 샀다고 했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XC60에는 반자율 운전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2’와 시티 세이프티를 전 트림에 기본 장착했다. XC60에서는 안전에 관한 한 평등한 셈이다.

XC60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충돌회피 조향지원과 관련해 3가지 신기술을 선보인 것. 도로이탈 완화, 대향차량 충돌 회피지원, 사각지대 조향지원 등이다. 결국 위험한 순간에 스티어링 조향지원을 통해 차의 안전을 지킨다는 개념이다.

완전 자율운전을 향한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이 같은 안전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모든 기술은 결국 안전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볼보가 잘 증명해내고 있다. 적어도 안전에 관한 한, 볼보가 가장 앞선다는 인식은 앞으로 당분간 변하기 힘들 듯 하다.

XC60의 판매가격은 6,090만원부터 7,540만원까지다. 독일, 영국, 스웨덴보다 많게는 3,000만 원 정도 저렴하다고 볼보코리아는 강조하고 있다. 이미 1,000대가 주문됐다고 하니, 꽤 많은 소비자들이 XC60의 매력을 알아챈 듯하다. 경쟁자들이 긴장할만한 상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에 칼날같은 예각이 살아 있다. 위험하다. 에어백과 안전띠는 최소한의 장치다. 만에 하나라도 사람이 부딪힐 수 있는 부분에 이처럼 날카롭게 각진 모습으로 디자인한 것은 의외다. 볼보가 그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안전에 반하는 디자인이다.
스티어링 휠에 자리 잡은 음성인식 버튼은 껍데기다. 눌러도 대답이 없다.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영어와 중국어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로컬 시장에 대한 성실한 대응이 필요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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