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서킷에서 만난 착한 악마, 렉서스 LC

컨셉카라고 해도 좋을 차다. 렉서스 LC. 스핀들 그릴은 과감하고 좌우로 배치된 헤드램프와 드라이빙 램프는 예리하다. 무대 위에 서 있어야 할 차를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만났다. 적당한 근육을 붙여 볼륨감 있게 만들어놓은 보디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할 정도.

기존에 없던 차다. 렉서스 라인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이차에 렉서스는 플레그십 쿠페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LS와 나란히 플레그십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

하이브리드 모델인 LC500h에 먼저 올랐다. V6 3.5리터 엣킨슨 엔진에 모터를 더해 359마력의 힘을 낸다. 억 소리 나는 가격이다. 1억 8,000만원.

포효하는 엔진 소리를 미리 기대해선 안 된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다소곳하게 계기판만 활성화된다. 엔진 소리는 없다. 하이브리드임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다.

서킷에 오르자마자 엄청난 질주가 시작됐다. 최고속이 나오는 지점에서 시속 200km를 가뿐히 넘겼다. 고성능 쿠페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생소한 이 말은 LC500h의 변속 시스템을 말한다. 4단 변속기에 변속프로그램을 적용해 10단의 변속감을 낸다. 1, 2, 3단이 각각 3개의 단수를 맡고 4단이 10단 변속을 담당한다. 이른바 10단 모의변속이다.

가속을 이어가면 rpm이 레드존으로 가차 없이 밀고 올라가면서 부지런히 변속을 이어간다. 변속감은 전혀 거칠지 않다. 엄청난 힘이지만 잘 조련된 상태여서 다루기 쉽다. FR 방식의 구동계는 앞뒤 무게 균형도 좋아 고속 코너에서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다.

지름 365mm인 스티어링 휠은 2.2회전 한다. 어느 속도에서도 조향은 정확했다. 오버/언더 스티어링을 우려할만한 속도에서 LC500h는 미소 짓듯 여유 있게 코너를 장악했다. 조금 더, 조금 더 속도를 높였지만 흔들림이 없다.

무섭게 달렸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건, 가변제어 방식의 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받쳐준 덕이다. 스티어링을 좌우로 흔들어도, 급제동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 안정감을 보여준다.

21인치 대형 타이어에 서스펜션을 집어넣으면서도 낮은 차체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이 차를 개발한 치프 엔지니어는 후일담을 전했다.

렉서스다운 고성능이다. 넘치는 박력은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 잘 조율된 엔진 사운드 역시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다. 끝까지 몰아붙여도 거칠지 않고, 뭔지 모를 편안함이 있다. 렉서스가 만든 고성능은 그랬다. 특히 LS500h가 좀 더 렉서스다웠다.

LC 500으로 옮겨 앉았다. V8 5.0 자연흡기 엔진은 10단 변속기와 합을 맞춰 477마력을 토해낸다. 공차중량 1,940kg에 연비는 7.6km/L.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하면, 좀 더 야성에 가깝다. 엔진 사운드는 조금은 더 거칠고, 넘치는 파워를 차체가 주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잠깐 잠깐 느껴진다.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운전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풀 액셀러레이션을 못할 이유는 없다. 서킷이니까. 모든 게 허용되는 곳이 바로 서킷이다.

최고속은 시속 210km 넘게까지 달릴 수 있었다. 속도야 놀랄 게 없지만, 브레이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시속 200km를 넘기는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는 급제동을 시도했다. 서킷이니까. 일반 도로에선 해선 안되는 동작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 어느 정도 차체가 흔들릴 것을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시속 200km에서 50km/h 미만까지 안정적으로 제동을 해냈다.

헤어핀 코너 탈출시 속도와 스티어링 조작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순간적으로 차체가 흔들린다. 아주 잠깐의 느낌이다. 차체는 곧 균형을 되찾고 제 갈 길을 부지런히 달려갔다.

엔진 사운드는 조금 더 강하지만, 그렇다고 찢어지는 소리는 아니다. 스스로 렉서스임을 잊지 않는 듯, 불쾌함이 느껴지기 직전까지만 소리를 올린다. 절제할 줄 아는 렉서스의 고성능이라 할 수 있겠다. 착한 악마다.

이런 고성능 차를 타고 일반도로에서 빨라야 110km/h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건 고문이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4인승이지만 뒷좌석은 좁다. 4인승 쿠페의 숙명이다. 4시트지만, 리어 시트는 포기하고 2인승으로 이 차를 즐기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