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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부자 아저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페라리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고성능 브랜드다.

마세라티 4도어 세단중 가장 빠른 모델, 콰트로포르테 GTS 그란 스포트를 시승했다. 판매가격 2억 2,710만원. 그란 루소는 좀 더 고급스럽고 그란스포트는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는 모델이다.

3.8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 530마력의 힘을 낸다. 제로백 4.7초. 500마력 이상, 제로백 5초 이내를 수퍼카의 기준으로 본다면, 당당히 수퍼카의 반열에 오를 차다. 과장된 디자인의 다른 수퍼카들과 달리 콰트로포르테는 단정한 모습이다.

크다. 5,265×2,100×1,475mm. 5m가 넘는 길이도 길이지만 너비도 2m를 넘는다. 대단한 크기지만 스티어링 휠은 2.7회전으로 절도 있는 조향을 예고한다. 크기와 상관없이 빠르고 날렵한 동작을 지향하고 있는 것.

카본 파이버로 만든 패들 시프트는 핸들과 분리돼 손에 쥐기 좋은 위치로 배치됐다.

마세라티의 특징중 하나는 특유의 엔진 사운드. 개발과정에 음악가를 참여시킬 만큼 이 부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제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즐겨야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소리’를 대하는 것. 성악의 나라 이탈리아의 자동차 메이커답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전자식 에어 셔터가 있다. 필요에 따라 공기의 흐름을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것.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과 함께 엔진룸 내부의 열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체 바닥에는 언더커버를 적용했다. 공기저항계수는 0.28.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8.4인치 모니터는 차의 기능들을 한데 모아 컨트롤한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모니터 아래 쪽에 드래그앤 드롭 방식으로 고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쓰듯 사용하면 된다. 직관적이고 편하다.

공차중량이 2톤이 넘지만 아무런 무게감이 없다. 팽팽하게 당겼다 놓아버린 고무줄에 묶인 듯한 가속감이다.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530마력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에코모드라 할 수 있는 아이스모드에서는 긴장이 풀려 느슨한, 그래서 조금은 더 편안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그래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정체를 숨기지 않고 폭발적인 힘을 드러낸다. 스포츠모드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있는 상태로 가속페달에 즉각 반응한다. 가속페달과 시트가 직결된 듯, 시트가 몸을 팍팍 민다.

80~100km 구간에서 차는 아주 차분하고 편안하게 움직인다. 노면 잡소리는 실내로 파고들 엄두를 못낸다. 시속 100km에서 1,400rpm을 마크한다. 수동변속을 이용하면 3단에서 8단까지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90% 이상 걸러내고 그 나머지만 전달하는 느낌이다.

정속주행을 하는 동안은 초원을 어슬렁거리는 사자를 닮았다. 여유 있고 부드럽다. 본격적인 가속을 시도하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목표점으로 내리꽂히듯 내달린다. 시승차는 후륜구동이다. 285/35R20 사이즈의 뒷 타이어가 530마력의 힘을 받아 밀고 나간다. 꼭지점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고속 주행이 재미있다. 극한의 속도에서 노면을 통해 떨림이 전해오지만 무섭지가 않다. 심리적으로 두려움이 없는 건 그만큼 차의 안정감이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뉴얼 모드를 택하면 자동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rpm을 높게 유지하면서도 결코 스스로 변속하는 법이 없다. 운전자가 변속 신호를 줘야 시프트업한다.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 매뉴얼 모드의 묘미다.

극한의 속도에서도 브레이크는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차체 앞으로 쏠린다기보다 밑으로 가라 앉으며 속도를 줄인다. 가속성능 못지않은 브레이크의 제동성능이다. 제동이 받혀주지 못하는 가속성능은 의미가 없다. 브렘보 브레이크다.

연비는 6.6km/l. 2억이 넘는 차를 사는 구매자에게 연비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차가 마음에 든다면 연비가 조금 떨어져도 문제되지 않는 것. 이탈리안 최고급 스포츠카의 식욕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주유소를 자주 찾아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계기판이 말해주는 이 차의 평균연비는 4.1km/l.

독일 세단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이탈리아의 열정이 담겨 있고 고집스러운 부분도 보인다. 사운드에 대한 집착, 탁월한 수준의 고성능, 그리고 일상 주행영역에서의 고급스러운 편안함을 가졌다. 아주 멋지고 화끈한 이탈리아 부자 아저씨를 닮은 차다.

왜 마세라티를 탈까. 남다른 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충분한 돈이 있다면 단연 마세라티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벤츠나 BMW 조차도 이제는 너무 흔한 차가 되어 버린 탓이다. 2억원이 넘는 차를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벤츠 E 클래스나 쏘나타나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까?

이제는 누구나 타는 독일차에 섞이고 싶지 않은 슈퍼리치들에게 마세라티는 참 좋은 대안이 될 터. 마세라티의 4도어 세단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콰트로포르테 정도면 그런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오종훈의 단도직입
이기적인 디자인이다. 도어를 열면 예각이 드러난다. 주변 보행자나 바이크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을 여는 순간 그 예각에 누군가 부딪힌다면…….주변 보행자, 교통에 친화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2억 원이 넘지만 차선 유지 조향 보조장치가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차간거리만 스스로 조절할 뿐 차선유지 조향은 안 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다. 이탈리아 부자 아저씨가 좀 짜다.
계기판에 현탁액 운운하는 설명은 생소할 뿐 아니라 곰팡이 냄새가 난다. 이 단어 하나 때문에 낡고 고루한 느낌이 확 든다. 제발 계기판에 안내되는 용어들을 재검토하고 정확한 요즘의 용어로 바꿔주기를 바란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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