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가장 핫한 이슈중 하나다. 테슬라로 인해 전기차시대가 조금 더 빨리 가능해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뒤늦게 서울에서 테슬라를 시승했다. 시승 차종은 모델S 90D.

테슬라가 2008년 처음 만든 모델은 로터스의 섀시를 이용해 만든 로드스터였다. 모델 S가 등장한 것은 2012년이었으니 무려 5년이 지나 한국 땅을 밟은 셈이다. 그나마 모델 X는 국내에선 구경할 수 없다. 테슬라에게 한국은 그리 중요한 시장이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모델 S에는 75, 90, 100이 있다. 숫자는 배터리 용량을 나타내는 숫자를 그대로 모델명에 사용한다. 이중 90 모델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태. 한국에서만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D는 듀얼모터를 말한다. 앞뒤 차축에 각각 하나씩의 모터를 장착해 사륜구동이 되는 것. 후륜에 더 강력한 모터를 더하면 P가 붙는다.

모델 S 90D의 이름을 풀어보면 배터리 용량 90kWh에 듀얼모터를 장착한 AWD 모델이 되는 것.

테슬라는 OTA 서비스를 한다. Over The Air. 즉 무선 업데이트 방식으로 차의 결함을 수정하는 것. 핸드폰을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커넥티드 디바이스로 테슬라를 봐야 하는 이유다. 테슬라는 OTA를 앞세워 “리콜을 리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장을 방문해 수리하는 전통적 방식의 리콜을 OTA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

늘씬한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아우라가 있다. 프란츠 폰 홀트 하우젠. 폰티액을 주로 담당했던 GM 출신의 디자이너가 모델 S를 디자인했다. 군살 없는 사이클 선수의 몸을 모티브로 삼아 모델 S를 만들었다. 불필요한 지방을 싹 뺀,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다.

도어핸들은 개발팀이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다. 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다가서면 숨겨져있던 도어 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를 처음 접하는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만든 것.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듯 운전자와 차와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도어를 열면 마치 설원을 보듯 온통 하얀색의 실내가 펼쳐진다. 하얀색 가죽시트라니. 더러워질까 들어서기가 머뭇거려질 정도다. 얼룩지면 어쩌나 걱정이 크지만, 어쨌든 순백의 실내가 확 와 닿는다.

센터페시아에 세로로 배치된 17인치 모니터는 테슬라의 상징이다. 거의 모든 버튼, 조작 장치를 이 모니터 안에 몰아넣었다. 이 모니터를 통해 차의 모든 부분을 통제 제어한다.

시동 버튼은 아예 없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으면 스위치 온, 즉 움직일 준비가 된다. 휘발유차로 치면 시동이 걸리는 것. 당연히 있어야 될 것을 과감히 제거했다. 신선한 시도다.

큰 덩치에 어울리는 큼직한 스티어링휠은 의외로 2.2 회전에 그친다. 큰 덩치에 날카로운 조향비다. 90kwh배터리팩은 18650 배터리로 구성됐다. 우리가 흔히 보는 건전지들이 차 바닥에 깔려있는 것. 실내 공간을 넓게 만들 수 있고, 무게 중심이 낮아져 주행안정감을 우수하게 만들 수 있는 잇점이 있다.

티맵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과속단속 카메라 위치는 알려주지 않는다. 운전자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 부분.

과속방지턱을 넘는 느낌이 좋다. 충격을 부드럽게 거른다. 잔진동도 거의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차간거리를 7 단계로 조절한다. 3~4단계로 조절하는 다른 차들에 비해 훨씬 섬세하게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3단계나 7단계나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어차피 선호하는 단계를 선택해서 사용하게 된다. 7개든 3개든 필요한 건 하나라는 의미다.

오토파일럿이라 부르는 반자율운전은 인상적이다. 차선을 정확하게 읽을 뿐 아니라 계기판을 통해 차가 차로의 중앙을 유지하는지 한쪽으로 쏠리는지까지 알려준다. 앞차를 따라서 완전정지후 재출발까지 스스로 해낸다. 지금까지 만나본 차들 중 가장 앞선 수준이다. 향후 완전자율운전이 가능해지면, 프로그램 업데이트만으로 자율운전이 가능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드러낸다. 극한적인 속도까지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꼭지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달리는 짜릿한 재미를 수시로 느낄 수 있다. 감탄사 절로 나온다. 총알 위에 탄 느낌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시간은 4.4초. 수퍼카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이다. 모델 S가 수퍼카였다. 어떤 속도에서도 가속페달을 툭 건들면 금방 반응이 온다. 시트가 팍팍 민다. 반응이 놀랍다.

전기차가 고속주행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모델S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엔진보다 모터가 고회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극한 속도까지 올라가는데 불안함이 크지 않다.
엔진이 없으니 들리는 건 바람소리뿐이다. 노면 잡소리는 들리는 듯 마는 듯한 수준. 속도가 빨라질수록 바람소리만이 실내로 파고든다.

외부공기를 걸러주는 HEPA필터가 있다. 전쟁시 생화학 무기 공격에서도 안전하다는 게 테슬라의 주장이다. 450만원을 주고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전쟁 위협이 드세지는 이 땅에 사는 입장에선 씁쓸한 기분이 든다.

카메라를 활성화시켜 달리는 차의 뒤를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사각지대가 없어 룸미러 대용으로 훌륭하다. 카메라가 거울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아마도 그 다음은 사이드미러가 될 것이다.

시승코스를 유명산으로 잡은 것은 쉐보레 볼트 EV와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주행가능거리 333km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4.8km를 달렸다. 정상에서 주행가능거리는 318km. 오르막길을 약 5km를 달렸는데 주행가능거리는 15km가 줄었다.
다시 출발 지점까지 4.8km를 더달려 총 9.6km를 달렸는데 주행가능거리는 333km에서 323km로 줄었다. 약 10km 정도가 줄었으니, 달린 만큼 전력을 소모한 셈이다.
참고로 쉐보레 볼트EV는 같은 코스 9.6km를 달렸지만 주행가능거리는 2km만 줄어들었다. 볼트EV의 효율이 훨씬 좋은 것.

내리막길에서의 회생제동시스템이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볼트 EV는 회생제동시스템을 이용해도 관성주행이 가능했다. 테슬라 모델 S는 회생제동시스템을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음에도 관성주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모델 S의 회생제동시스템이 조금 더 뻑뻑한 느낌이었다. 모델 S가 더 무거운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사실 볼트EV의 경쟁상대는 테슬라 모델 3다. 최근 미국에서 고객인도를 했다고는 하지만, 본격 출고는 내년에야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의미 없는 경쟁상대다.

다시 유명산 와인딩로드를 연비 생각하지 않고 스포티한 주행으로 달렸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본색이 금세 드러난다. 노면 충격을 그냥 치고 나가도 충격을 딱 잡는다.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요소는 많이 없다. 핸들과 두 개의 페달이 전부다. 가장 순수하게 차를 다루는 것. 패들도 없고, 변속레버 역시 수동변속이 안 된다. 강한 엔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이어조차 조용해서 어지간해서는 소리를 내지르지 않았다. 펀투 드라이브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륜구동의 안정감은 코네에도 도드라진다. 노면에 달라붙어 움켜쥐고 돌아나간다. 코너지만 가속이 쉽고 타이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재미있고 빠르게 도로를 공략했다. 민첩한 조향, 안정된 자세, 확실한 타이어 그립 등 와인딩 로드를 제대로 달리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제대로 갖췄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시트도 한 몫 한다. 몸을 꽉 구속하면서 지지하는게 아니라 약간의 여유를 두고 받쳐준다. 럼버서포트도 역할이 크다.

모델 S90D는 1억 1,310만원부터다. 풀옵션을 하면 1억 3,560만원이다. 정부보조금은 내년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비를 감안해 지원금을 결정한다고는 하지만, 1억 원 넘는 고급차에 세금을 지원하는 게 맞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테슬라는 얼리어댑터들의 브랜드다. 얼리어댑터들의 허세에 이어 대중의 선택이 이어질 때 성공한 브랜드가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믿고 찾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조금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하나 더, 테슬라는 한국 시장에 큰 의욕이 없어 보인다. 5년이나 지난 뒤 한국에 데뷔한 점이 이를 말하고 있다. 인프라도 변변치 않다. 수퍼차저는 서울에 3곳, 부산 대구 천안 원주에 각 한 곳씩 밖에 없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한국시장에 정성을 들일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된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테슬라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즉 한국 시장에까지 정성을 쏟을 때 비로소 테슬라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유를 갖게 됐다는 의미여서다. 그런 면에서 테슬라의 성공 여부는 한국을 보면 알 수 있겠다.

테슬라는 아직 안정된 회사가 아니다. 여전히 적자 상태이고 최근엔 회사채까지 발행했다. 신용등급은 낮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8월 10일 테슬라가 상당한 신용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립품질은 기대 이하다. 당장 뒷도어의 고무 몰딩이 균일하지 않고 구겨진 채 불거져 나온 부분이 눈에 띈다. 벤츠의 부품을 사용했다는 핸들 주변의 레버들도 빌려 입은 옷처럼 어색하다. 딱 봐도 벤츠 부품임을 알 수 있는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억 원을 넘는 차인데 그렇다. 판을 흔들었는지는 몰라도 판을 휘어잡기엔 갈길이 멀었음을 말해주는 부분들이다.

완충시 주행가능 거리는 미스터리다. 미국 환경청(EPA)이 인증한 모델 S90D의 주행가능 거리는 294마일, 473km다. 한국에선 378km로 인증받았다. 미국 인증보다 95km 줄었다. 테슬라에선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다. 똑같은 배터리 사용하는 똑같은 차의 주행가능 거리가 100km나 줄어든 건 뭔가 석연치 않다. 테슬라가 적극 반발하는 것도 아니어서 더 의심스럽다. 참고로 쉐보레 볼트EV는 미국, 한국에서 동일한 383km로 인증받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