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소형 SUV에 디젤 4WD는 없다. 그룹 내 차종간 판매 간섭을 피하려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 요구를 놓치고 말았다.
SUV 시장에서 ‘디젤 4WD’는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요구다. ‘SUV는 디젤 4WD’라는 인식이 강하게 지배하는 게 현실. 하지만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 역시 소형 SUV 시장에서 이 같은 소비자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코나, 스토닉, 니로 등 3개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디젤 4WD를 충족시키는 모델은 단 하나의 트림도 없다.
디젤 4WD는 SUV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싼타페 투싼 쏘렌토 스포티지는 물론 르노삼성차의 QM6, 쌍용차의 코란도C, BMW X5, 벤츠 GLE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SUV들이 대체로 여기에 부합한다. 가솔린은 없어도 디젤은 있고, 가솔린을 운용한다 해도 라인업의 중심은 디젤이다. 엔진에 상관없이 4WD 기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현대차 코나는 가솔린 엔진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가격표가 이를 보여준다. 가솔린 엔진 가격만 트림별로 제시하고 디젤엔진은 195만원을 더 줘야하는 공통선택 품목으로 표기됐다. 역시 공통선택 품목인 사륜구동 시스템은 가솔린 엔진에 한해 선택가능하다는 설명이 있다. 가격은 180만원.
가격표에 따르면 같은 트림의 가솔린 4WD 모델과 디젤 2WD 모델 가격이 15만원 차이로 비슷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솔린을 4WD로 타느냐, 디젤을 2WD로 타느냐의 선택이 되는 것. 디젤 엔진을 택하면 4WD는 포기해야 한다. 코나에서 디젤 4WD를 선택할 방법은 없다. “SUV는 디젤 4WD”라고 믿는 일부 소비자들에겐 당황스러운 일이다.
기아차 스토닉은 디젤 2WD만 운용중이다. 가솔린 엔진과 4WD 시스템은 아예 배제됐다.
왜 그랬을까.
코나의 위급인 투싼을 보면 답이 보인다. 투싼은 디젤 2.0 엔진에서만 4WD를 택할 수 있다. 투싼은 가솔린 1.6 터보 GDi, 1.7 디젤, 2.0 디젤 등으로 엔진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4WD를 선택하려면 가장 비싼 2.0 디젤 엔진을 택해야 한다.
코나는 가솔린에만, 투싼은 2.0 디젤에만 4WD를 택할 수 있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교통정리 하고 있다. 스토닉엔 아예 4WD가 없다. 차종간 판매 간섭을 막기 위한 현대기아차의 전략인 셈이다.
4WD를 선택하려면, 코나에선 가솔린 모델, 투싼에선 2.0 디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SUV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디젤 4WD를 원한다면 투싼 2.0 디젤 밖에 없는 셈. 수많은 트림이 가격표에 제시됐지만 정작 선택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소형 SUV에서 디젤 4WD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대차 SUV 라인업의 맹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로 범위를 넓혀도 이는 유효하다. 디젤 엔진만 운용하는 기아차 스토닉에는 4WD 옵션이 없다. 니로는 가솔린 하이드리드다.
현대기아차가 코나, 스토닉, 니로 등 3개 차종을 소형 SUV 시장에 투입하고 있지만 디젤 4WD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는 없다. 차종간 판매 간섭을 피하려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 니즈를 놓치고 만 셈이다.
차종간 판매 간섭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해 디젤 4WD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소형 SUV 시장에서 ‘디젤 4WD’를 만족시키는 모델은 쌍용차 티볼리가 유일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