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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누라 같은 BMW 뉴 4시리즈의 4가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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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비를 뚫고 햇볕 쨍한 부산으로 달렸다. BMW 뉴 4 시리즈와의 첫 데이트 장소는 부산이다.

BMW의 짝수 모델들은 쿠페와 컨버터블로 구성된다. 홀수 모델들이 정통 세단으로 라인업의 기둥을 이룬다면, 짝수 모델들은 그 틈새를 메우는 ‘멋진 녀석들’이다. 쿠페와 컨버터블이 주를 이루니 디자인이 실제로 멋있다. 4시리즈는 2013년 처음 출시된 이후 4년여 만에 부분변경을 단행했다.

444. 4시리즈는 M4를 포함해 4개의 보디타입, 4개의 엔진으로 국내 판매를 한다. 보디 타입은 쿠페와 그란 쿠페, 컨버터블, 그리고 M4로 구성된다. 엔진도 4종류다. 가솔린 2종(420i와 430i), 디젤 2종(420d와 435d)이다. 이번 시승에 제공된 차는 420i 쿠페와 420i 그란 쿠페로 모두 가솔린 엔진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시장은 점차 디젤 엔진에서 가솔린 엔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차의 첫 번째 매력은 쭉 뻗은 몸매다. 견고한 라인이 받쳐주는 4,640mm의 쭉 뻗은 몸매에 짙은 눈썹에 영민한 눈을 가진 모습은 정말 예쁘다. 하긴, 예쁘지 않으면 4시리즈일 수 없는 법. 특히나 투도어 쿠페의 날렵함을 가진 420i 쿠페는 섹시했다.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420i 쿠페 한 대에 셋이 타고 간절곶으로 달렸다. 2도어 4인승 쿠페다.

운전석을 양보하고 먼저 앉은 곳은 뒷좌석. 뒤로 낮아지는 지붕, 높이 솟은 센터터널. 5인승이었다면 협소한 뒷공간은 다행히 4인승이어서 최소한의 공간은 확보했다. 머리 위 압박감이 있지만 주먹 하나 빠듯하게 들어갈 여유가 남아 있고, 가운데 좌석은 생략해서 센터터널의 제약에서 벗어났다. 그래도 갇힌 느낌이 드는 건, 뒷도어가 없고 차창도 열 수 없는 탓이 크다.

적당히 굵어 손 안에 꽉 차는 스티어링휠은 에누리 없이 딱 2회전한다. 성격 분명한 조향장치다. 코너에서, 와인딩에서 애매모호한 반응이 없다. 크고 확실하게 방향전환을 해낸다. 분명하고 호쾌한 조향반응이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죽겠다는 결기가 느껴질 정도. 도로를 베어내듯 달리는 날카로운 조향성능은 이 차의 두 번째 매력이다.

에코 프로 모드 시속 100km에서 rpm은 1400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1800rpm까지 올라간다. 직렬 4기통 트윈파워터보 가솔린 엔진을 8단변속기가 조율한 결과다. 3~8단이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시멘트 도로를 만나면 바닥 잡소리가 거슬린다. 타이어 마찰음과 노면 잡소리가 실내로 파고든다. 그에 비하면 바람소리는 크지 않다.

브레이크는 운전자 의도가 정확하게 반영된다. 브레이크는 1,600kg의 공차중량에 더해 성인 3명의 무게에 밀리지 않고 정확한 제동력을 보여줬다.

4시리즈 아니랄까봐 주행모드도 4가지다. 에코 플러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정도면 될 것을 굳이 스포츠 플러스를 더했다. 좀 더 강력한 주행성능까지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에코 프로 모드에선 차가 멈출 때 거의 대부분 엔진 스톱이 일어난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작동중임에도 엔진 스톱은 제 할 일을 다 했다. 에코 모드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프로’를 더해 에코 프로로 이름 지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스포츠 플러스에선 ESC 작동을 멈춘다. 운전자의 의지를 좀 더 존중하겠다는 것.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지만, ESC가 해제되는 만큼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이 상태에선 엔진 사운드부터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한 옥타브 높여 “나 달려갈래” 외친다. 소리뿐 아니다. 바짝 독이 올라 신경질 내는 여자처럼, 툭 건들면 즉각 반응한다. 가속페달과 시트의 직결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수동변속을 택하면 절대로 스스로 변속하는 법이 없다. 레드존으로 치고 올라간 rpm이 자동변속을 거부하며 끝까지 물고 매달린다. 운전자가 패들을 툭 쳐줘야 인진을 풀어주듯 rpm을 내려놓는다. 충성심. 뉴 4시리즈의 세 번째 매력이다. 날카롭고 예쁜, 충성스러운 차다.

스스로 판단해서 변속을 해나가는 게 아니라 오너의 명령이 있어야만 작동한다. 운전자에 대한 절대 복종이다. 그 충성심이 좋아서 시승하는 거의 대부분을 스포츠 플러스로 달렸다. 덕분에 기분은 좋았고 연비는 최악이었다.

힘을 쓸 땐 깡패가 된다. 아낌없이 힘을 쓴다. 거침없이 속도를 높이는 게, 동네 깡패의 수준은 넘는다. 좀 더 강한 자극으로 이끄는 킥다운 버튼을 꾹 밟아 마구 휘두르는 힘에 끌려가다보면 어느새 한계속도에 육박한다. 184마력, 27.6kgm의 힘이 숫자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쿠페여서 예쁘장한 아가씨인줄 알았는데, 이쯤 되면 조폭 마누라다.

그래도 무섭지 않은 건, BMW 특유의 단단하고 정밀한 서스펜션이 있어서다. 끓어 넘치는 엔진파워에 서스펜션이 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어떤 속도에서든 시종일관 차를 지배한다. 자잘한 노면 장애물들은 무심히 밟고 지난다. 타이어가 받는 100의 충격이 시트로 전해질 땐 20~30 수준으로 낮아진다. 잔진동이 이어진다면 BMW가 아니다. 뒤가 밀어주는 후륜구동의 안정감 있는 가속감에 더해 정밀제어되는 단단한 하체가 이뤄내는 고속주행안정감은 이 차의 네 번째 매력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독일에서 개발했다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국어 음성명령도 정확하게 인식한다. 한국어 실력이 제법 뛰어나다. 안내 멘트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다. 수입차라고 영어로 안내멘트를 날리는 몇몇 브랜드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비싼 돈 내고 차를 사주는 고객이 영어 때문에 열등감을 느껴서야 될 일인가.

420i 쿠페의 공식 복합 연비는 11.1km/L. 하지만 시승도중 체크한 실제 연비는 6~7km/L 수준. 아무리 나빠도 이 정도 연비는 나온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32도를 넘는 기온, 탑승객 성인 남자 3명, 에어컨 가동, 고속주행 등 최악의 조건에서 달린 기록이어서다. 객관적인 연비 체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밝힌다.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적용하는 420i의 판매가격은 쿠페와 그란 쿠페 모두 5,80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반항일까. 4시리즈에는 자율운전 보조기능이 대거 빠져있다. 차간 거리 조절은 안하고 정속주행만 가능한 크루즈 컨트롤, 조향개입 없이 차선을 밟을 때 경고음만 내는 차선이탈경고장치가 적용됐다. 이와 관련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BMW가 4시리즈에는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아쉽다.
주행모드를 변경할 때 내비게이션 지도 화면이 사라진다. 갈림길에서 진행 방향을 놓칠 수 있다. 주행모드 변경 안내는 계기판에서 보여주고 내비게이션 지도 화면은 운전자가 변경하지 않는 한 늘 보여주는 게 좋겠다. 계기판은 화면 전환 기능이 없어 제공되는 정보가 많지 않다. 연비 정보도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봐야 한다. 뭔가 부족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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