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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사라진 50년 후 세상은?

파리기후협약에 의거 2040년 이후 자국내 내연기관 차량의 차량의 판매를 일체 금지하겠다는 프랑스 마크롱정부의 발표는 이 세상이 대단히 중요한 어떤 분기점 앞에 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France will end sales of petrol and diesel vehicles by 2040 as part of an ambitious plan to meet its targets under the Paris climate accord, Emmanuel Macron’s government has announced.”

■ ‘자동차 전쟁’의 정의

이 발표 전/후의 몇 가지 의미있는 현상들 그리고 그에 근거한 글로벌 트랜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네델란드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2) 노르웨이는 2025년 이후 전기자동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만 허용하기로 했다.
3) 지난 달, 영국 정부가 2040년 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4) 독일은 공식적인 반응이 없지만 일부 주들은 2030년까지 이런 변화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5) 만성적인 공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의 몇 몇 주들도 2030년을 기점으로 언급하고 있다.
6) 2017년 7월, Ford그룹 예하의 유럽 Volvo 자동차는 2019년 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일체 만들지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유럽지역에서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자동차 사이 자동차 전쟁 즉, 100년쯤 전 “전기와 화석연료 중 어떤 것을 동력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로 갑론을박을 벌였던 한 판 승부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돈 벌이가 용이한 석유채굴/유통 비즈니스 때문에 선택되었던 내연기관이 태생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즈음인지라 논리적으로는 전기자동차가 현격히 유리하다.

( 1907년 미국 Baker사의 전기자동차, 출처 : https://mikeshouts.com/five-of-the-worlds-oldest-electric-cars-to-go-under-the-hammer/)

그와 반대로, 지구 반대편의 거대 자동차 소비시장 미국에서는 디트로이트 등 러스트-벨트(Rust Belt) 노동자들을 등에 엎은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거론하며 내연기관자동차를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환경오염이 가장 심한 나라 미국, 환경오염을 철저히 배제하자는 유럽…

그리하여 최근의 자동차 전쟁은 유럽의 전기자동차 편향 정책과 미국의 내연기관자동차 편향 정책이 거세게 맞붙고 있는 국면으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 의미 해석이 전혀 다른 전기자동차

경량화될 것이 뻔한 배터리 팩 무게를 배제하다면 일단은 가볍다. 엔진과 구동축이 배제되는 만큼이다. 그리고 최소 요구체적이 줄어들었으니 자동차를 마음껏 작게 만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 EV가 경량형 자동차에 집중되었던 것은 현재의 상용기술이 해결하기 어려운 모터와 배터리의 효율한계 때문인데 몇 십 년 후 상황에서는 지금보다 더 작은 자동차 또는 오히려 더 덩치가 큰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말인 즉, 이제까지와는 달리 유형물의 크기와 중량은 동력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동력메커니즘을 분산배치하는 등 설계자유도도 그 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설계자유도는 자동차의 형상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에, 작금의 트랜드인 모듈화 생산공법이 결합되면 예를 들어 큰 박스를 받아서 레고블럭을 맞추듯 자가조립하는 날도 오게 될 것인데 그 때는 “부품 몇 만 개가 결합된 기술집약적 제품, 자동차”라는 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런 변화와 조건들은 거대 제조사들의 생산체제가 없어도 개인이, 소기업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상의 요지는 “바퀴 네 개 사용되었으니 둘은 같은 것 아닌가?”라는 시각으로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를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흔히 대기업들이 휘발유 경차를 만지작거려 EV로 바꾸고 “여러분, 이게 전기차입니다”를 외쳐왔기 때문에 휩쓸린, 관성적 사고를 경계할 필요도 있다. 그외의 수 많은 논거로 전기자동차는 ‘존재의 의미와 뒤따라오는 모든 것들’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현격히 다르다. 그리하여…

미래의 전기자동차는 럭비공처럼 전혀 예단할 수 없는 변칙적인 존재.

■ 우리나라 정책은?

어느 날 미국 정부가 30년 후 내연기관 사용 중단을 외친다면?

그럴 일 절대 없다.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하에서 미국이 변하지않는 이상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독립적으로, 극단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으니 자발적으로 전기자동차로 급선회할 것이라 상상하기 어렵다.

더하여 내연기관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조직적인 저항이라는 것도 있다. 최근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잠정중단이 야기한 사회분란과는 비교도 되지않을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일 즉, 한 나라의 경제체제가 바뀌는 사건이기에 누구도 미리 총대를 메고 나가기는 쉽지않다. 특히나 재벌독점 경제체제 하에서 그들의 입김에 늘 영향을 받아온 국민과 정부의 속성을 생각하면 더 더욱 그렇다.

다만,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손가락이 한 지점을 가르키고 있음은 분명하고 트럼프가 영구집권을 하는 것이 아닌 마당에는, 또한 트럼프 이후 정권의 강력한 정책적 반동 가능성을 고려하면 역시나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전기차쪽으로 갈 수 밖에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시점에 가서야… 지극히 피동적으로 현대/기아 등 메이커들의 입장과 뒤따르는 정부의 입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50년이 지난 후

비중있는 몇 몇 유럽국가들의 정부가 공약한 바, 원유 채굴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향후 2~30년 후의 오일피크(Oil Peak) 도래를 고려하고 한 번 구입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최대 수명을 20년으로 잡은 후 기타 변수들을 책상 위에 쭉 펼쳐 놓고 종합해보면 대략 50년쯤 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확실히 돈 먹는 하마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일반인들에게 내연기관 자동차가 지극히 경제적 메리트가 없는 존재가 되버린다는 것으로서 그 틈을 점진적인 탄력을 받고 있는 값 싼 전기자동차가 메꾸게 될 것이다. 소비자가 많아지면 대량생산이 용이해지고 부품단가는 떨어지며 그것이 다시 판매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소비층을 더 두텁게 만드는 식의, 급격한 화학반응이 진행된다면

어느 순간, “과연 그럴 수 있을까?”했던 모든 것들이 도미노현상처럼 벌어질 수도 있다. 한번 시작되면 모든 게 한 순간이다.

■ 득을 보는 자, 손해보는 자 그리고 도태되는 자

명확하고 뚜렷한 변화 그것을 전제하고 몇 가지를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면…

제 아무리 죽는 소리를 해도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기존 제작사들에게 큰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전기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제작이 용이한 만큼 국내 중소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는데 그 상승세가 집단화, 세력화되거나 가시적으로 점유율이 급격히 커진다면 재벌그룹들은 여하한 방법으로 극렬하게 반항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중립적 입장견지를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자동차 시장의 많은 것들이, 많이 달라질 것인데 예를 들어 한국타이어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의 타이어를 만들고 한국전력은 석유공사를 대체하며 이동차량 에너지공급 사업자로서 휘파람을 불고 있을 것이며 싸구려 연료절감기를 만들어 파는 자, 가짜 휘발유를 파는 자는 없어지겠지만 그들은 곧 배터리 효율을 높여준다는 기기묘묘한 장치를 팔고 있을 것이다. 내연기관과 구형자동차를 Re-built 할 수 있는 자는 한 두 세대 동안은 편안하게 더 큰 돈을 벌 수 있겠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내지 진통을 거친 후 전기자동차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차 완료될 것인데 그 과정에서 득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가 생긴다.

득을 보는 자 중 하나가 하만사를 8조 원에 인수한 삼성전자이다. ‘전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전기자동차에 빠르게, 아주 가깝게 다가갔다. 그러하니 현실에 안주하며 여전히 내연기관에 치중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에 비해 훨씬 똑똑한 판단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 다음으로, 손해를 보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여 그들이 만들어 냈던 경제활동의 총량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이브 샤프트를 만들던 자는 진동 해석과 가공기술을 가지고 금속 축이 달려 있는 모터를 만들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50년쯤 후 전기자동차가 득세를 할 때 자동차 시장에서 사라지는 자 즉, 도태되는 자(업종)가 있다. 잠시 상상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 엔진, 변속기, 드라이브 샤프트, 차동기어 등 전통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계제작업 일부
○ 엔진오일과 필터 등 내연기관에 관련된 소모성 부품 제조업 그리고 유통업 상당수
○ 주유사업자 상당수
○ 잠시 돈을 더 벌다가 결국은 사라지게 될 엔진 수리업, 자동변속기 수리업.

더 있을 것. 그 상황에서 그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전기에너지 공급라인에서 자유로운 기존 시장영역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선박, 철도 등 초대형 내연기관이 반드시 필요한 시장,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트랙터, 선박 등 기기를 운용하는 시장, 전기충전이 불가한 지역의 동력원 시장 등이 있다. 다만, 그 시장은 매우 특수하고 협소해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여러분 모두, 어서 들어오세요!”하며 문을 활짝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 ‘미래를 잠시 생각하고 아니고’의 아주 작은 차이

한편으로 자동차 사후서비스를 담당해온 정비업계와 기타 유관업계들도 손해를 보거나 사라지는 자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체적인 시장규모가 서서히 감소하고 행위의 패턴들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인데 그 트랜드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재차 언급되는 바로서 전기자동차에 있어서 기계적 복잡함이 축소되면서 고장빈도가 낮아지고 모듈화에 의해 단순 유닛 교체작업 빈도는 높아진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이 뜯고 붙이고 난리 피우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사라진다. 또한 정비작업 당 필요 인력의 수도 감소하게 될 것이니 그 만큼 업계의 파이도 작아진다.

대단히 무거운 엔진이 고장나면 무조건 소비자가 정비업소를 방문해야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우는 서비스 차량으로 이동정비를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동네 카센타는 서서히 없어지고 남아있는 자들에 의하여 24시 편의점과 같은 정비체인망이 그 빈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여차저차 이들 업계에 극심한 구조조정의 격랑이 바로 눈 앞에 와 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진통이 한 고비를 넘어선 50년 후는 처치하고라도 당장의 20년 전/후로, 시장판도가 급격하게 바뀐다는 팩트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후서비스시장은 제조시장의 후행자로서 지원역할만을 담당해왔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태생적 고민과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일부는… 이제 막 무너지려는 뚝 앞에서 몇 초 후의 상황 애써 무시하며 음풍농월하고 있는 측면도 있음이다.

참조
– 영국 ‘가디언지’ 기사 :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17/jul/06/france-ban-petrol-diesel-cars-2040-emmanuel-macron-volvo

글쓴이 : 박태수(한국자동차기술신문, www.at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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