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회장 이장한씨의 입이 구설수에 올랐다.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에게 퍼부은 폭언이 인터넷을 통해 생생하게 공개됐다. 제3자인 입장에서도 듣는 내내 불편했으니 욕설과 모욕을 직접 들은 해당 운전기사는 오죽했을까.
운전기사에게 분노조절 장애가 있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니 이 씨는 자신의 기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아주 가끔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내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면 필경 사고가 났을 터다. 그게 교통사고든, 혹은 폭행사고든. 그 분노를 참으며 운전대를 잡았을 기사에게 위로를 보낸다.
이장한 씨가 내뱉은 말들은 일일이 반박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가치가 없다. 그가 한 말 그대로를 되돌려 주면 딱 좋지 않을까. 운전 기사의 부모까지 언급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종근당을 창업하고 많은 기부와 장학사업, 사회 기여로 칭송을 받은 이 씨의 선친, 이종근 회장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뒷좌석에 즐겨 앉는 이들은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면 어떨까. 이번 일로, 운전기사에게 말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면 더더욱 직접 운전석에 앉아 보기를 권한다.
운전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즐겁고 때로 짜릿하다. 뒷좌석에 푹 파묻혀 즐기는 편안함에 비할 바 아니다. 시동을 걸면 전해오는 잔잔한 소리와 진동. 속도를 올리고 빨려 들어가듯 달릴 때의 흥분과 짜릿함. 차창을 때리는 바람소리에서도 즐거움은 찾아든다. 꽉 막힌 길에서 조차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차선을 따라가는 신통방통한 기능을 요즘 차들은 갖고 있다. 마음을 열고 차를 대하면, 차와 함께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즐거움이 된다. 단, 뒷좌석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종근당 회장 이장한씨 같은 이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
운전이 피곤하다고? 차에 앉아있는 동안 운전기사의 운전이 못마땅해 쉬지않고 고성으로 잔소리하는 것 만큼은 아닐 것이다. 뒷좌석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게 아니라면, 손수 운전이 마땅한 대안이라 하겠다.
그런 즐거움을 모르는 회장님들을 위해, 문제의 이 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전경련이 드라이빙 스쿨을 연다면 참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CEO를 위한 드라이빙 스쿨. 내로라하는 기업의 사장님 회장님들이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슬라럼을 즐기고 서킷을 타는 맛을 알게 된다면,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 운전을 왜 남을 시키나, 내가 해야지”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장차관을 위한 드라이빙 스쿨, 국회의원을 위한 운전교실은 어떨까.
뒷좌석에서 날아와 심장에 꽂히는 폭언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세상의 모든 운전자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