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틀을 깨야 제대로 보이는 차, 링컨 MKC

2015 Lincoln MKC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 링컨 SUV의 막내가 MKC다. 컴팩트 SUV라고 소개하는데 길이가 4,550mm다. 미국 기준 컴팩트, 한국 기준으론 중형이라고 봐도 무방한 링컨 MKC를 만났다. 컴팩트라는 틀 안에 넣어두고 이 차를 보면 자꾸 부딪힌다. 작고 아기자기한, 적당한 성능을 가진 차가 아니어서다. 컴팩트, 즉 소형이라는 선입견을 벗고 이 차를 봐야 있는 그대로 보인다.

우람한 디자인에선 당당함이 있다. 19인치 타이어로 노면을 딛고 작지 않은 크기다. 4,550×1,865x1640mm의 크기에 휠베이스는 2,690mm.

가죽과 원목. 격조 있는 인테리어다. 원목을 얇게 가공해 장식해 품위를 갖추고 있다. 딱 좋은 실내 공간이다. 뒷좌석에 앉아도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가 여유 있게 드나든다.

스티어링휠은 2.5 회전한다. 타이트한 조향비는 날렵한 동작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약간의 유격도 있다. 오프로드 주행에선 이 약간의 유격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시속 80km까지의 일상적인 주행 속도에서 엔진이 켜졌나 싶을 만큼 조용했다.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고 노면 잡소리도 실내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람소리도 거의 없다. 차분하고 안정된 자세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반응이 인상적이다.

가솔린 2.0 에코부스트 엔진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2.0 엔진에서 최대토크는 37.3kgm, 최고출력 243마력을 만들어낸다. 1리터로 120마력 이상의 힘을 내는 효율이다. 터보를 적용한 에코부스트의 힘이다. 복합연비는 9.0km/L로 조금 과한 식욕이다. ‘에코’ 보다는 ‘부스트’에 방점이 찍힌 엔진이다.

시종일관 묵직함이 있다. 운전석에 오를 때 도어를 여닫을 때 그랬고, 첫 발을 떼고 움직일 때도 묵직한 느낌이 지배한다. 자동차의 무게감은 고급스러움과 맞닿는다.

마냥 점잖은 건 아니다. 순간 가속감이 넘친다. 저속에서도 가속페달을 툭 치면 넘치는 힘이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다. 튀어나가는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레인키핑어시스트의 조합은 반자율운전을 훌륭하게 해낸다. 차간 거리를 조절하며 스스로 차선을 읽는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강한 저항감이 느껴지고, 핸들도 부르르 떨며 경고를 한다. 억지로 차선을 밀고 넘지 않고 차에 맡겨두면 차선을 타는 순간 안으로 밀어 넣는다. 굽은 길을 읽으며 스스로 잘 달렸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는 3단계로 조절된다.

6단 변속기를 조절하는 건 푸시버튼 기어레버. 센터페시아에 정렬된 버튼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 조작한다. 주행중 손맛 느끼기엔 힘든 구조다. 대신 패들 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즐길 수 있다.

245/45R19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를 적용했다. 프리미엄 SUV 답게 노면 마찰음이 크지 않았다. 노면 그립감은 뛰어난 수준이어서 특히 코너에서 빛을 발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킥다운을 걸면 소리가 먼저 다가온다. 박력 있게 살아나는 그 소리가 무척 매력적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탱탱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가속페달에 즉각 즉각 반응한다.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충직함을 보인다.

속도를 끌어올려 고속주행을 시도했다.편안한 승차감이 적당한 속도감으로 변하고, 다시 다이내믹한 고속주행감으로 순차적으로 변해갔다. 차체가 높은 SUV인만큼 고속에서 안정감이 세단만큼은 아니다. 실제 속도와 일치하는 정도의 속도감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고속에서의 불안함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그래도 사륜구동시스템이 받쳐줘 고속주행의 짜릿함을 큰 불안함 없이 만끽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달리다 바람소리가 좀 들린다 싶을 때 계기판 보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게 된다.

인텔리전트 올휠드라이브는 앞바퀴굴림 기반이다. 평소엔 앞바퀴로 움직이고 가속하거나 코너에서는 사륜으로 전환된다. 계기판에는 차의 구동방식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모니터로 이를 보면서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

유럽 차들에 비한다면 조금은 소프트한 서스펜션이다. 그렇다고 말랑한 건 아니어서 노면 충격을 받거나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을 지날 땐 제법 단단하게 반응한다. 연속댐핑제어시스템은 주행 상황과 노면 상태를 지속적으로 스캔해 최적의 감쇄력를 보여줬다. 부드럽지만 마냥 물렁하지 않은 서스펜션은 매력적이다.

타이트한 코너에서 차체는 많이 기우는 느낌이 든다. 돌아나가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무리 없이 돌아나가는 데 스릴과 재미가 있다. 높은 차체가 주는 부담감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조향 반응은 예민하고 정확했다.

엔진 스톱은 수시로 일어난다. 엔진이 숨을 멈출 땐 핸들이 잠긴다. 힘 줘서 돌려도 잘 돌아가지 않는다. 신호를 받아 출발할 때 재시동은 부드러웠다. 거의 대부분 어김없이 차가 멈추면 엔진도 멈췄다.

링컨 MKC의 국내 판매가격은 4,96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연비는 아쉽다. 9.0km/L로 5등급. 2.0 리터 배기량을 생각하면 식욕이 조금 과한 편. 그래도 두 자리 수 연비는 되어야하지 않을까. 에코부스트 엔진인만큼 ‘에코’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할 듯 싶다.
레인키핑 어시스트는 정확하게 작동했지만 차선 유지 과정에서 차선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필요한 반응이기는 하겠지만, 차선을 밟기 전에 미리 조정을 해서 거친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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