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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렉스턴, 프레임 위의 플래그십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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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대한민국 1%”를 내세우며 최고급 프리미엄 SUV 시장을 개척했던 렉스턴이 G4 렉스턴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렉스턴. 반가운 이름이다.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자리다. 렉스턴은 알겠는데 그 앞에 붙은 G4는 뭐지? 4세대? 아니다. “Great 4 Revolution”이라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스타일, 안전, 드라이빙, 하이텍 등 4개 분야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 거창하다. 그래서 조금, 아주 조금은 공허하다.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을 살린 앞모습, 20인치 휠로 당당함을 강조한 옆모습, 그리고 단정하게 마무리한 뒷모습에는 쌍용차의 노력과 정성이 오롯이 담겼다. 앞에는 쌍용차의 윙 엠블럼, 뒤에는 G4 렉스턴 엠블럼을 배치했다. 아직 눈에 익지 않은 G4 엠블럼이 조금 어색해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까. 각 부분을 나눠보면 멋있고 세련된 디자인이다. 전체를 아우르며 관통하는 메시지를 읽기는 힘들다.

인테리어는 익스테리어를 뛰어 넘었다. 퀼팅 라인을 넣은 나파 가죽 시트,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스티치, 선명한 계기판과 HD급 화질을 보여주는 9.2인치 인포메이션 모니터, 나무 장식, 앰비언트 라이팅까지. 한 단계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만들어냈다. 고급 소재가 주는 질감, 촉감이 예사롭지 않다. 계기판 중앙의 클러스터는 3D 형상으로 정보를 전한다.

몸을 딱 잡아주는 시트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허리는 물론 허벅지까지 편안하다.

스티어링 휠. 어쩌면 G4 렉스턴을 가장 잘 말하는 부분이다. 가만히 보면 스티어링 휠은 정확한 원이 아니다. 좌우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변형을 줬다. 그리고 크다. 3.2 회전한다. 세 바퀴를 돌고도 조금 더 돈다. 스티어링휠을 움직이는 느낌만으로는 트럭을 운전하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이 차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다. 이제는 첨단이랄 것도 없는 차선유지 조향보조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선 전자제어식 파워 스티어링(EPS)이어야 한다. 유압식으로는 불가능하다.

G4 렉스턴은 215mm의 최저지상고를 가졌다. SUV 중에서도 제법 높은 수준이다. 거친 길을 달리기엔 딱 좋은 높이. 드라이브 샤프트가 실내 공간을 간섭하는 센터터널을 없앨 수 있었던 것 역시 차가 높아서다. 적당한 높이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며 달리는 느낌은 SUV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

G4 렉스턴은 파트타임 사륜구동방식을 택했다. 항상 사륜구동으로 달리는 풀타임 사륜구동과 달리 파트타임 방식은 주행상황과 도로 상태에 맞춰 운전자가 구동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후륜구동인 2H, 고속사륜구동인 4H, 그리고 강한 토크를 제공하는 저속사륜구동인 4L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거친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정통 SUV라면 파트타임이 어울린다. 4L 모드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차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다.

파워 트레인은 2.2리터 디젤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저속 토크를 강조해 ‘LET 엔진’으로 불리는 엔진이다. 1,600~2,600rpm에서 최대토크42.8kgm가 고르게 힘을 낸다. 최고출력은 3,800rpm에서 187마력이 나온다. 7단 변속기는 벤츠에서 공급한다.

첫발은 가볍다. 공차중량 2,095kg의 무게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중저속 가속감도 무리가 없다. 가뿐한 발걸음은 속도를 높여나가면서 점차 무거워진다. 고속주행에 이르면 게으름뱅이가 된다. 오른발의 재촉에 반응은 더디다. 기다려, 어련히 알아서 갈까…하는 반응이다. 따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겨울철 주행모드 W가 있을 뿐이다.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는 크지 않다. 속도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바람소리다. 차체 단면적이 넓은 대형 SUV임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 하겠다. 덕분에 실내에서 좀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엔진 소리에 집중했다. 잘 만져진 소리라고 하기엔 성의가 부족한 소리다. 건조하게 들리는, 뭔가 느낌을 전하기엔 부족한, 그냥 엔진 소리다. 가속할 때, 높은 알피엠을 사용할 때의 짜릿함을 반감시켜버린다.

G$ 렉스턴은 프레임을 사용했다. 초고장력 강철을 사용한 4중구조의 프레임이라는 설명이다. 프런트 범퍼빔은 1.5GPa급 강철을 사용했다. 프레임 방식은 소음과 진동을 컨트롤하기가 용이하고 튼튼한 강성이 장점이다. 대신 무겁다. 고장력 강철을 사용해 무게를 줄인다고는 하지만 감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비에 불리해지는 이유다.

사륜구동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의 복합 연비는 10.1km/L. 2.2 디젤 엔진의 연비로는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주행안정감은 우수했다. 후륜구동 상태에서도 비교적 안정감 있는 자세를 확보했고, 사륜구동 으로 달릴 때에도 네 바퀴가 함께 구르는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보였다. 높은 차체를 가진 풀사이즈 SUV로는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안정된 자세였다. 체감속도와 운전자의 불안감 면에서도 주행안정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임진강 강변을 따라 이어진 오프오드는 때마침 내린 비로 무척 미끄러웠다. 깊게 패인 골을 따라 이어지는 미끄러운 오프로드를 G4 렉스턴은 야무지게 움직였다. 오프로드 타이어도 아닌데 미끌미끌, 기우뚱 거리며 움직임을 이어갔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정지후 출발도 훌륭하게 해냈다.

무난한 오프로드지만 비온 뒤라 그리 쉽게 볼 상태는 아니었으나 기본 타이어 그대로 움직였다는 게 놀랍다. 재미있는 건, 몇 년 전 기아차가 모하비를 론칭하면서 기자단 시승을 할 때와 동일한 코스였다는 사실이다. 두 회사의 플래그십 SUV간 치열한 신경전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G4 렉스턴의 판매가격은 3,350만원부터다. 최고급 모델인 헤리티지 트림은 4,51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첨단 주행보조장비가 아쉽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고급 SUV인데 기본형 크루즈컨트롤을 적용했다. 차선유지 조향보조시스템 정도를 기대했는데 단순히 경보만 전하는 차선이탈경보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긴급제동보조,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 등이 있어 최소한의 주행안전보조 시스템(ADAS)을 확보했다고는 볼 수 있겠지만, 허술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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