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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의 등장은 한국 자동차의 진일보다. 고성능 GT카를 이제 한국 메이커가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게다가 프리미엄을 지향한다. 스팅어, 기아차가 쏘아올린 GT카다.

2.0 터보, 2.2 디젤, 3.3 터보 3종류 엔진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AWD 모델도 더했다.

스팅어 3.3 터보 GT를 타고 달렸다.
디자인부터 임팩트가 있다. 낮은 높이, 쭉 빠진 보디라인, 19인치 타이어. 차의 각 부분이 특색 있는 모습을 갖추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잃지 않았다. 앞모습이 강렬하다면, 뒷모습은 순하다. 뒤에서 볼 때 차체의 좌우로 낮아지며 원을 그리는 라인이 겸손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브레이크 등을 밟으면 쳐진 눈매 같은 라인이 도드라진다.

기존 기아차 엠블럼은 어디에도 없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차여서 국내에선 기아차 엠블럼 대신 전용 엠블럼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자신감 부족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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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딱딱한 플라스틱을 찾기가 어렵다. 손이 닿는 곳마다 고급스러운 가죽, 혹은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했고 버튼들의 작동감도 우수했다. 굳이 찾으라면 글로브 박스 정도가 딱딱한 플라스틱이었다.

지붕 라인이 뒤로 갈수록 낮아졌지만 뒷공간은 생각보다 넓은 유효공간을 확보했다. 무릎 앞 공간은 주먹 하나 반 정도가 들어갈 만큼 충분했다. 머리 위도 손바닥이 여유 있게 드나들 정도다. 생각보다 압박감이 크지는 않았다.

센터터널은 벽처럼 높게 솟아 뒷좌석 좌우를 가르고 있다. 후륜구동 기반에 차체를 낮춰 센터터널의 돌출은 불가피한 부분으로 보인다. 바닥 공간을 제한하고 있다.

기름기 쫙 뺀 뱃살 같은 스티어링 휠이다. 손에 쥐면 딱 좋은 근육질의 느낌이 묻어난다. D컷. 아래에 GT 표시를 했다. 2.2회전하는 핸들은 놀랍다. 말로만 고성능이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날카로운 조향 성능은 실제 주행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일반 세단의 유격 범위 안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렸는데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했다. R-MDPS 방식인 핸들의 반응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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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인치 타이어는 미쉐린이 공급했다. 225/40R19 사이즈를 앞에 끼웠고 구동축인 뒤에는 접지면이 더 넓은 255/35R19 사이즈를 택했다.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그 자리엔 배터리가 있다.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을까. 배터리는 정중앙에 세로로 놓여 있었다.

그닥 조용한 느낌은 아니다. 70-80km/h 속도에서 자잘한 노면 잡소리가 실내로 들어와 잔잔하게 깔린다. 조금 거슬리는 이런 잡소리는 속도를 높이면 오히려 묻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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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만드는 엔진 사운드는 억눌린 느낌이다. 높은 알피엠을 사용하며 고속질주를 하는데 엔진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숨죽여 우는 느낌이다. 중저속에서는 모르겠지만 고속주행을 할 때에는 조금 더 시원하게 내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
모두 5개의 주행모드를 갖췄다.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모드다. 주행모드에 따라 느슨한 상태에서 단계별로 점점 조여 가는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난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터치해도 빠르게 응답한다.

고성능의 기본은 제동장치다. 제어할 수 있어야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하며 제동한다. 휠 사이로 보이는 빨간 캘리퍼가 강한 인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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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78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4.8kg. 메이커가 밝힌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4.9초.

제원표가 말하는 숫자는 몸이 먼저 느낀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눌러 밟으면 시트를 밀어내는 힘찬 가속이 시작된다.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취해 운전에 몰입하게 된다. 커진 바람소리와 살짝 튀는 차체 반응에 놀라 아뿔싸, 계기판을 보면 빨라도 너무 빠른 속도였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감탄할 만 했다. 중저속에선 부드럽게 감싸듯 충격을 걸러내고 고속에선 단단하고 야무지게 차체를 지지한다. 노면 상태와 주행상황에 따라 댐퍼의 수축과 이완이 자연스럽다. 이질감을 많이 걷어낸 느낌. 엔진의 고성능보다 서스펜션이 더 인상적이다. 370마력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서스펜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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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는 자사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드라이브 와이즈로 이름 붙였다. 아주 많은 첨단 기술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전방추돌 경고, 전방 충돌 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경고, 차로이탈 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후방 교차충돌 경고 등이 있다. 대부분의 이름에 경고, 보조라는 명칭을 빼놓지 않고 있다. 드라이브 와이즈가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아직은 그렇다.

고속도로에 일단 차를 올려놓은 다음에는 반자율운전을 경험하며 달려도 좋겠다. 시속 100km를 넘는 속도에서도 차간 거리와 차선유지가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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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연비는 8.8km/L. 배기량과 출력을 감안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연비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험하게 다뤄도 이보다 연비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성능을 100% 끌어내려면 고급 휘발유를 써야 한다. 쏠쏠하게 돈 들어가는 애인같은 차다.

스팅어는 한국형 프리미엄 고성능 GT카의 모범답안이다. 지금까지 없던 장르의 차를 완성도 높게 빚어 놓았다. 물리적인 성능, 이를 백업하는 정교한 하체, 그리고 운전자의 마음까지 터치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스팅어 안에 오롯이 담겼다. 스팅어의 등장으로 한국차의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스팅어 판매가격은 2.0 터보 3,50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3.3 터보 GT는 4,880만원. 사륜구동에 드라이브 와이즈 등의 옵션을 더하면 최고가는 5,000만원을 넘어간다. 5,000만원을 내면 완성도 높은 370마력의 한국형 고성능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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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엔진 사운드는 아쉽다. 고성능 세단을 지향하는 만큼 적어도 스포츠 모드의 4,000rpm 이상 고회전 상태에선 강하게 내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처럼 엔진 사운드가 너무 억제됐다.
뒷좌석 시트 바닥은 쉽게 탈거된다. 무의식적으로 툭 힘을 주면 버틸 생각도 없이 시트가 이탈된다.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스팅어인데 이 부분에선 허탈해진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