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볼트가 한국 땅을 밟았다. 1회 충전으로 383km를 달린다는 그 전기차다. 볼트 이전까지 한국에서 달리는 전기차는 주행가능거리 200km에 못 미쳤다. 볼트의 등장으로 전기차의 성능이 거의 두 배로 뛰어 올랐다.
쉐보레 볼트는 두 종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Volt와 전기차 Bolt다. 같은 듯 비슷한 이름이지만 모양은 확연히 다르다. 세단 스타일인 Volt에 비해 Bolt는 좀 더 볼륨감이 있는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HID 헤드램프에 LED 주간주행등, LED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은 측면에서 더 잘 보인다. 차창을 둘러싼 크롬라인과 차창 아래쪽 블랙 라인이 대비 이룬다. 차체 아래에는 크롬 라인으로 포인트를 줬다. C 필러는 강인한 형상이다. 뒷도어와 트렁크를 열고 보면 튼튼한 C 필러가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뒷모습은 살짝 미소 띤 스마일 라인이 있어 유머러스하다.
타이어는 셀프 실링 기능을 갖췄다. 펑크가 나도 타이어 내부에 있는 실링이 스스로 구멍을 메워 준다. 런플랫 타이어와는 다른 방식이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전기차답다. 8인치 스마트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스크린을 통해 에너지 흐름을 보면서 달릴 수 있다.
앞에 두 개, 뒷좌석에 두 개 모두 4개의 USB 단자를 마련했고 마이 쉐보레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만 가능하다는 게 함정이다. 안드로이드폰은 블루투스 연결 정도만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은 아이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볼트를 사면 아이폰을 꼭 함께 사용해야 이 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다.
센터페시아는 중간에 끊겨있다. 아래 부분은 수납공간으로 활용했고 공간을 터놓아 운전석과 조수석간 실내 이동이 편해졌다. 좁은 곳에 주차하고 조수석으로 내릴 수도 있어 편하다.
변속레버는 ㄱ자로 움직여 변속한다. 대시보드 좌우측으로 대리석 같은 하얀색 면을 배치해 포인트를 줬다. 보스 오디오 사운드가 적용됐다.
3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은 굵은 편. 핸들 왼쪽 아래로 패들시프트처럼 배치된 건 리젠온 디멘드 버튼이다. 이를 작동하면 회생제동이 작동하며 전기를 아낄 수 있다.
뒷좌석은 넓다. 편안하게 정자세로 앉을 수 있다.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실내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한 덕이다. 앞 시트도 얇게 만들어 유효 공간을 늘렸다. 뒷좌석 센터터널도 없다.
뒷 시트는 6대4로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뒷좌석 열선 시트도 있다. 주행 가능거리가 충분해서 열선 시트를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볼트는 LG 전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3개씩 묶은 96개 셀을 10개 패키지로 구성해 60kWh 용량을 확보했다. 이 배터리를 차 바닥에 넓게 깔았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비는 5.5km/kWh. 내연기관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도심연비가 나쁘고 고속도로 연비가 좋지만 전기차는 반대다. 도심연비 6.0km, 고속도로 연비는 5.1km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다시 만드는 회생제동시스템 덕분이다.
당연히 엔진 소리가 없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리도 거의 없어 실내는 아주 조용하다. 적막강산이다. 시속 100에서 바람소리 정도만 잔잔하게 들린다.
전방충돌 경고시스템과 거리감지 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이 탑재되어 있어 안전에 신경을 썼다. 크루즈컨트롤은 차간거리를 조절해주는 기능이 없는 기본형이다.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이 있어 스스로 차선을 인식하며 주행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었다면 반자율주행이 가능할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주행 중 간간이 모터 소리가 작게 들린다. 지하철 느낌이다. 순간 모터 출력이 계기판에 뜬다.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경우도 생긴다. 쓴 전기보다 축적된 전기량이 더 많다는 것. 전기차를 운전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차분하고 안정된 움직임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쑥! 속도를 올린다. 엔진 소리 없이 가속이 일어나고 고속주행하는 느낌이 아직은 어색하다. 가속은 159km에서 제한된다. 시속 100마일이다.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라면 그 이상의 고속주행은 의미 없다는 것일까. 최고속은 제한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탁월한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시야는 아주 좋다. 팔을 아래로 걸칠 수 있을 만큼 차창의 숄더라인이 아래로 내려가 있다. 넓게 개방된 차창이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A 필러 앞으로 쪽창도 있다. 룸미러를 통한 후방시야도 아쉽지 않다. C 필러가 두꺼운 편이라 고개를 돌려 시야를 체크할 때 약간의 제한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운전자 시야는 아주 시원하다.
중미산 와인딩 도로에서 전력소모가 어느 정도일지를 테스트했다. 오르막에서는 평지에서와 달리 전력 소모가 많아지고 내리막에서는 전력을 생산해 저장하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효율을 보일지 살펴봤다.
주행가능거리 265km 상태에서 계기판을 리셋한 뒤 에어컨을 끄고 에코모드로 시속 50~60km 속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달렸다.
중미산 정상까지는 4.8km. 주행가능거리는 240km로 25km가 줄었다. 평지에서보다 약 5배의 전력을 소모한 셈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4.8km를 달려 돌아왔다. 주행가능거리는 263km로 늘었다. 23km를 달릴 수 있는 전력을 다시 얻은 것.
전체적으로는 9.6km를 달리는 데 2km를 달리는 정도의 전력만을 소비한 셈이다. 오르막길에서 소비한 전력의 대부분을 내리막길에서 회복한 것. 평지에서도 얻기 힘든 결과를 산길에서 얻었다. 대단한 효율이다. 영리하게 운전한다면 오르막길을 겁낼 필요는 없겠다.
연비는 무시하고 속도를 끌어올려 와인딩로드에 다시 올랐다. 코너에선 타이어 마찰음이 제법 크게 들린다. 타이어의 그립력이 아쉽다.
세단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속도를 높이거나 코너에선 심리적 불안이 생긴다. 하지만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아 중심을 딱 잡고 돌아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매우 안정감 있는 자세를 유지한다.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순간 나꿔채는 느낌이 경쾌하고 가볍다. 타이어의 그립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고성능의 느낌도 즐길 수 있겠다.
빨리 달리고, 속도를 올리고, 코너를 달리는 기존 자동차의 즐거움에 더해 전기차는 에너지와의 밀당하는 재미가 더 있다. 천천히 부드럽게 달리고 가속페달을 아껴 밟으며 전기를 덜 쓰고, 때로 더 쌓게 되는 재미가 쏠쏠한 것.
쉐보레 볼트는 1회 충전으로 기존 전기차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다. 400km를 넘보는 수준이다. 주행가능 거리가 짧아 구매를 꺼렸던 이들에겐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배터리 용량을 키운 결과다. 대신 충전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완속충전으로 9시간이 걸린다. 고속충전은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판매가격은 4,779만원, 세이프티 패키지를 더하면 4,884만원이다. 1,500-2,000 만 원 정도를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해준다. 볼트는 올해 전기차 보급 예약이 모두 끝났다.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것.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일부 렌터카 회사를 이용하면 전기차를 탈 수 있는 길이 열려있기는 하다.
경제적으로 전기차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구매 과정에서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취득세로 최대 200만원까지 깎아준다. 차 값에 포함되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감면받는다. 공용주차장에서도 할인받을 수 있다. 연료비는 많아야 월 4~5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착한 소비라는 면에서도 전기차의 매력은 크다. 전 지구적 차원의 이상 기후,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등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한다는 면에서 전기차 구입은 착한 소비로 권장할만하다.
불트는 현 단계에서 최고의 전기차라 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와 X가 있지만 너무 비싸 일반인들에겐 의미가 없다. 게다가 볼트는 연말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테슬라 모델 3 수준의 성능을 이미 실현했다. 기다리면서 더 비싼 모델3를 살 이유가 있을까 싶다.
전기차가 쑥쑥 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들과 헤어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트를 타고 화석연료의 시대를 건너 전기의 시대로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선유지 조향보조는 불안정하다.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 왼쪽 선을 밟아 오른쪽으로 향한 뒤 오른 선을 밟아 다시 왼쪽으로 움직이는 형태다.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안정된 주행을 보였으면 좋겠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쉽다. 기본형 크루즈 컨트롤이어서 브레이크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한다.
쉐보레의 아이폰 편애가 지나치다. 10.2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구현되는 마이링크 시스템은 아이폰과만 호환된다. 안드로이드폰은 불편하다. 볼트에 아이폰을 끼워 팔던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