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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함의 힘 쏘나타 뉴 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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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경쟁사들의 압박,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지속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반전 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차다.

현대차가 그랜저에 이어 쏘나타를 새 모델로 교체했다. 가장 중요한 시장, 중형 세단 시장에 투입된 쏘나타 뉴 라이즈다. 페이스리프트라고는 하지만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줘 풀체인지라고해도 좋을 정도다. ‘뉴 라이즈’라는 이름에서 현대차의 의지를 읽게 된다. 새로운 시작, 반전의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 자랑하는 쏘나타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수준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차다. 스텔라에서 시작된 Y카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름이다. 쏘나타가 현대차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상징적인 중형세단이다.

쏘나타 뉴 라이즈 파워트레인은 3개의 가솔린 엔진과 1개의 디젤 엔진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합리적인 고성능 감마 1.6 터보, 효율과 무난함을 내세우는 누우 2.0, 하이 엔드급 고성능 세타 2.0 터보, 그리고 효율을 앞세우는 U-2 1.7 디젤 엔진이다. LPG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내 출시 예정이다.

시승차는 누우 2.0 엔진을 적용한 모델. 프리미엄 스페셜 트림에 옵션을 추가해 판매가격 3,331만원이다.

디자인이 크게 변했다. 그릴을 밑으로 내려 도로에 좀 더 밀착된 느낌을 만들었다. 상향등과 하향등이 하나의 램프로 작동하는 LED 바이펑션 헤드램프도 눈길을 끈다. 측면에는 견고한 벨트라인과 보디 하단부를 감싸는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노린 트렁크 리드, LED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눈길을 끈다. 쏘나타라는 이름을 새겨 넣은 레터링을 당당하게 뒷면 정중앙에 배치했고 번호판은 가장 아래로 내려놓았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8인치로 키웠다. 버튼들은 큼직하게 만들었다. 잘못 누를 일은 없겠다. 무선충전도 가능하고 USB 단자는 두 개를 배치했다. 새로 디자인한 변속레버는 손에 잡히는 느낌이 참 좋다. 편하고 직관적인 인테리어다.

뒷좌석은 넓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3개 공간이 남는다. 여유 있다. 다리를 꼬고도 충분하다. 중형세단으로선 최대치에 근접한 공간이다.
여유 있는 공간을 가죽 소재와 플라스틱이지만 나무 느낌의 인테리어로 꾸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여기에 투톤 인테리어로 무겁고 지루함을 덜어냈다. 고급스러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인테리어다.
좌우측 차창엔 햇볕가리개, 시트에는 열선이 적용됐다. 암레스트를 내리면 그 뒤로 트렁크와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도 확보했다. 센터터널은 손가락 길이 정도로 얕다.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높이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한 가운데로 빔이 가로지른다.

도어의 느낌이 매우 묵직했다. 문을 열 때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감은 그 자체로 차에 대한 첫인상이 된다. 대체로 고급차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손에 딱 들어오는 핸들은 2.8 회전하나. 살짝 예민한 조향성능 기대할 수 있다. 운전을 돕는 스마트 센스는 전자장비의 종합체다. 주행조향보조, 긴급제동,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부주의 운전경보, 후측방 경보, 스마트 하이빔 등의 첨단 기능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 작동하면서 운전을 보조한다. 운전자의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4단계로 차간 거리를 조절한다. 차선조향보조 시스템(LKAS)는 빠른 속도에서도 차선을 제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가끔은 차선을 넘기도 했다. 차선 넘을 땐 경보음을 들려주지만 핸들의 저항감은 없다.

계기판에는 그랜저와 동일한 4.2 TFT LCD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한다.

주행중 이런 저런 조작을 꼭 손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음성명령이 가능하다. 목소리로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하고 음악을 틀고, 전화를 걸 수 있다. 대화하듯 몇 단계를 거치며 명령하면 충실하게 명령을 이행한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유지했다. 6단 변속기가 조율한 결과다.

쏘나타에 적용된 누우 2.0 엔진은 CVVL, 연속 가변밸브 리프트 엔진이다. 중저속에서 빛을 발하는 엔진이다. 중형세단의 정체성에 딱 들어맞게 가족들과 편안하게 달리는 차다. 차의 특성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차다. 고성능을 원한다면 2.0 터보, 혹은 1.6 터보 엔진을 택하는 게 맞겠다.

킥다운 하면 차체가 힘을 쓰면서 속도를 올린다. 팍팍 치고나가는 힘 있는 반응은 아니다. 차근차근 속도를 올린다.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달리는 아빠의 마음이라면 여유 있게 즐길만한 성능이다.

바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엔진소리도 억제된 느낌이다. 4,000rpm에서도 얌전한 소리를 뱉는다. 6,500rpm부터 레드존. 이쯤 올려야 소리가 좀 살아난다. 잘 덮어놓은 소리다.
고속에 근접해서는 바람소리도 크게 올라온다. 극한 속도에선 거동이 많이 불안해진다. 고속보다 중저속에 편안한 차의 성격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6단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부드럽게 조율해낸다. 변속 느낌이 거칠지 않다. 부드럽게 잘 매치 시킨다. 기어 연결되는 순간에 단절되는 느낌이 없고 힘의 균형을 잘 맞춰 다음 기어에 바통을 넘긴다.

공인연비는 12.0km/L. 시내주행과 자유로를 28km 가량 달렸을 때 계기판이 알려준 연비는 11.5km/L였다.

노면이 고르지 않는 곳에서 자잘한 쇼크가 있지만 어느 정도 걸러주고 전하는 느낌이다. 출렁하고 과속방지턱 타고 넘은 뒤에는 잔진동 없이 깔끔하게 잡아낸다.

기어노브는 손에 쥐는 느낌 좋다. 변속 레버를 통해 전해오는 떨림이 거의 없다. 아주 미세한 떨림이 가냘프게 전해질 뿐이다. 가속할 때도 마찬가지다.

타이트한 코너를 공격적으로 공략했다. 조향은 중립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타이어는 힘이 드는지 살짝 비명을 지른다. 타이어는 조금 약한 듯, 낭창거리는 느낌도 온다. 타이어가 밀린다. 그립이 부족한 탓이다. 차의 성격을 보면 타이어를 탓할 건 아니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와인딩 코스에서 거침없이 치고 달렸다. 수동변속을 하면 순간순간 필요한 힘을 뽑아내며 달려간다.

무난한 중형세단. 무책임하지만 그런 칭찬도 없다. 중형세단에선 무난하다는 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적어도 중형세단에게 무난하다는 건 칭찬이다. 모두를 만족시켜야하는 패밀리세단으로서의 역할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가족을 태우고 스포츠 주행을 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운전자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같이 탄 가족들에겐 매우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가족과 편하게 이동하는 차라고 한다면 2.0 누우엔진이 적당한 모델이 되겠다.

쏘나타 뉴라이즈 가솔린 2.0 모델은 고성능보다 편안한 승차감이 더 돋보였다.

현대차로선 사면초가인 시장 상황이다. 경쟁사들이 선전하고 있고, 수입차들은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사방이 적이다. 이런 힘든 환경이 오히려 현대차의 경쟁력 확보에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힘든 내수시장에서 단단하게 조련할 수 있다면, 그래서 더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면 현대차에도 좋은 일이다.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

현대차의 오늘을 책임진 차, 쏘나타다. 여전히 시장의 중심은 중형세단이다. 여기서 버텨야 시장을 지켜낸다. 내수시장의 방어선 그 한가운데에 있는 차가 쏘나타인 것.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현대차의 주력답게 완성도가 매우 높다. 완성도 높은 무난함. 애매하고 무책임한 칭찬이지만 중형차 세단에겐 최고의 칭찬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브레이크에서 튕기는 소리가 난다. 정지를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으면 마지막 순간에 퉁 하고 튕기는 소리가 어김없이 들렸다. 제동, 감속 등 브레이크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페달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소리는 불쾌하고 불안하다. 차에서 가장 중요한 브레이크 아닌가.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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