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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경쟁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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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F페이스를 내놨다. 재규어랜드로버 안에서 세단은 재규어, SUV는 랜드로버의 영역이라는 불문율을 깬 것. 그렇다면 랜드로버에서는 세단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컨버터블 모델을 추가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전체로 보면 전에 없던 2개의 새 SUV 모델이 더해진 셈.

여기뿐 아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도 잇따라 SUV 모델을 내놓고 있다. 전에는 SUV쪽을 쳐다보지도 않던 브랜드들이다. 그만큼 SUV 바람이 거세다.

전통적인 SUV 명가인 랜드로버는 적들이 속속 들이닥치는 전선에 컨버터블 SUV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모델을 추가하면서 SUV의 영역을 조금 더 넓혔다.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만들어냈다.

처음 이 차의 등장 소식을 들었을 땐, 모터쇼에서 눈요깃거리 정도로 보여주는 ‘쇼카’ 정도로 치부했다. 낯선 개념의 차여서다. 하지만 랜드로버는 실제로 이 차를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

랜드로버의 약진은 눈부시다. 멀리 갈 것 없다. 랜드로버 한 브랜드로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순위 5위다. 연간 판매 1만대를 넘겼다. 판매대수로 보면 렉서스와 견줄 정도다. 더 이상 틈새시장에서 조용히 하지만 알차게 수익을 내는 브랜드가 아니다. 주력 시장에서 볼륨경쟁을 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컨버터블 SUV.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하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차다. 소프트탑을 장착한 지프 랭글러를 컨버터블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또 다른 장르다.
험한 오프로드에서 지붕을 열고 달리는 장면은 생각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일 터. 뭔가 남다른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겐 확 당기는 제안일 수밖에 없다.

Z 형상으로 접히는 루프는 18초 만에 열리고 21초 만에 닫힌다. 시속 50km 미만에서는 차가 움직이는 중에도 작동한다. 지난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이보크 컨버터블을 타고 달렸다.
센터페시아 제일 위에 자리한 모니터는 ‘인컨트롤 터치 프로’다.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인텔 SSD 하드가 들어가 잇다. 10.2인치의 선명한 화면에 차의 모든 기능을 보여준다. 내비게이션 지도는 마치 핸드폰처럼 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우고 줄일 수 있다. 직관적이다. 연비를 측정해 운전 점수도 평가해주고, 사륜구동 시스템의 센터 디퍼렌셜의 작동을 확인할 수도 있다. 모니터를 통해 차의 모든 기능을 확인하고 조절하고 사용할 수 있다.
변속레버 아래 자리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은 어떤 험한 길도 갈 수 있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은 버튼들이다.

지붕을 열어 하늘을 만나는 시간은 18초. 하늘과 맞닿은 느낌은 컨버터블을 타는 즐거움이다. 이보크 컨버터블만의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SUV의 높이가 주는 색다른 느낌이다. 높게 앉아 차창 밖을 낮게 내려다보는 맛이다.

세단형 컨버터블은 높이가 낮아 지붕을 열면 함께 달리는 옆차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차의 실내가 훤히 내려다보여서다. 이보크 컨버터블에선 ‘시선의 역전’이 일어난다. 나란히 달리는 옆차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지붕을 열고 차창을 올리면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과 소음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뒷좌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다면 윈드 디플렉터를 장착해 뒷바람을 막을 수도 있다. 확 트인 개방감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속도에 따라 바람소리가 커진다. 차창을 내리면 머리가 흐트러지지만 차창을 닫으면 조금 흩날리는 정도다.

차창을 열고 팔을 걸치기는 조금 불편한 자세다. 숄더 라인이 좀 더 낮았으면 자연스럽게 팔을 걸치기가 좋겠다. 물론 시트를 올리면 자연스러운 자세는 나오지만 차의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는 불편함이 따른다.

코너에서 움직임이 부드럽다. 무리 없이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높은 차체가 주는 불안함을 사륜구동과 토크벡터링이 보완해준다. 시트도 몸을 딱 잡아준다. 그리 딱딱하지 않은 시트는 받아 안듯이 몸을 지탱한다. 강하게 돌아도 좋다. 스포츠카처럼 와인딩을 공략해도 충분히 받아준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는 코너링 중에도 조작가능하다. 핸들을 잡은 손이 수시로 패들을 조작한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걸면 힘이 제법 드러나고 엔진 사운드도 커진다.
직렬 4기통 2.0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얹었다. 190마력의 힘이 일상영역은 스포티한 주행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자동 9단 변속기는 부드럽게, 필요할 땐 강하게 힘을 조율해낸다. 강약 조절이 절묘하다. 필요할 때 딱 필요한 만큼 힘을 낸다.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조합의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잘 걸러준다. 노면 굴곡을 따라 흔들리는 느낌 나쁘지 않다. 진동을 상당부분 완화시켜 전달해준다. 고급스럽다. 만족할만한 반응이지만 차의 높이에서 오는 물리적 특성을 완전히 커버하진 못한다. 세단보다 폭이 큰 어느 정도의 흔들림은 감수해야 한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달린다. 지붕을 닫으면 바람소리도 크지 않고 실내는 조용하다. 엔진 소리를 크게 들을 일은 거의 없다. 9단 변속기 덕이다. rpm을 크게 쓰지 않아도 필요한 힘을 만들어준다. 엔진의 반응은 매우 차분한 편이다. 고속에서도 9단 조율에 힘입어 엔진 회전수가 현저히 낮다. 변속기는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적절한 힘을 끌어낸다. 차분하게 다루면 2,000rpm을 넘길 일이 없겠다.

지붕을 닫으면 룸미러를 통한 후방시야에 어느 정도 제약이 온다. 지붕 끝선과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걸려 룸미러에 보이는 후방 시야 범위가 좁아진다.

세련된 쿠페 디자인에 얍상해 보일 수 있는 컨버터블이지만 정통 SUV의 강력한 사륜구동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저 길을 갈 수 있을까 걱정되는 아주 험한 오프로드도 도전해볼 수 있다. 다른 차들은 엄두도 못 내는 길을 지붕 열고 당당히 치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다.

뒷좌석 시트를 깊숙하게 파놓았다. 차에 푹 안기는 느낌이다. 무릎 앞으로 주먹하나 드나드는 공간이 있고 앉은 자세도 편하다. 센터터널이 있지만 이 차는 4인승이다. 센터터널 때문에 불편할 일은 없겠다. 2도어 여서 드나들기는 조금 불편하다. 나름 알찬 뒷좌석이다.

시승차인 레인지로버 이보크 SE 다이내믹은 8,440만원. 출시 당시 발표했던 가격보다 400만 원가량 올렸다. 연비는 12.4km/L.

이보크 컨버터블. 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낸 랜드로버. 랜드로버가 만든 세단은 언제쯤 만날 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코너에서, 또는 노면 충격을 만날 때 운전석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난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어느 한 대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선 안 된다. 좀 더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크루즈컨트롤은 차간거리 조절도 안 되는 기본형이다. 차선 유지조향 보조장치도 없다. 가격에 비해 편의장비는 박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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