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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성 물씬 풍기는 푸조 3008 SUV의 일취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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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올해의 차에 뽑힌 차는 푸조 3008 SUV였다. 제네바모터쇼 역사상 SUV가 올해의 차에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푸조측은 밝혔다. 그만큼 의미 있는 수상인 셈. 그 차 푸조 3008SUV를 시승했다.

SUV가 들어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3008은 정통 SUV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기능도 더했다. 기존 CUV에서 벗어나 SUV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했다. 일취월장한 모습.

푸조 시트로엥 그룹의 EMP2 플랫폼을 적용해 이전 모델에 비해 88mm 더 길어졌다. 휠베이스 역시 62mm를 키웠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90L.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670L까지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사자발톱이 할퀸 리어램프는 푸조의 발랄한 상상력을 말해준다. 크롬 도금한 트윈 머플러가 뒷모습을 힘 있게 마무리하고 있다.

푸조의 장난스러운, 그러나 매우 기능적인 상상력은 인테리어에서 빛을 발한다. 2세대로 진화한 i콕핏이 대표적이다. 작고, 위아래를 직선으로 만들어 찌그러진 듯 보이는 스티어링 휠은 운전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계기판은 작은 핸들 위로 높여 좀 더 편하게 정보를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는 배치다. 12.3 인치 스크린으로 구성한 계기판은 매우 선명했다. 계기판은 4가지 패턴으로 변경할 수 있어 취향대로, 혹은 주행 조건에 맞게 바꿀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을 배치했다. 센터페시아 제일 아래 공간은 조수석 쪽으로는 막혀있지만 운전석 방향으로 터놓아서 운전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등이 적용해 반자율운전이 가능하다.

이밖에 FOCAL®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 및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 4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적용됐고, GT 라인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개폐가 가능한 전동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핸즈프리 자동식 테일 게이트 등이 더해진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늘어나 뒷좌석 공간은 충분하게 확보했다. 센터터널이 없는 평평한 바닥이어서 공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어 패널과 시트에는 진 바지 같은 재질의 직물로 포인트를 줬다. 운전석 시트는 허벅지 부분을 더 길게 확장할 수 있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푸조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잔뜩 집어넣은 아이콕핏 앰플리파이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계기판 종류 조명 강도 색깔, 음악의 질감 등 운전자의 취향을 매우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프랑스의 감성, 개성을 잘 담았다. 곳곳에서 놀라고 재미있는 부분을 많이 만나게 된다.

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 소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주행 중에는 엔진 스타트 스톱 시스템 덕분에 엔진 공회전 소리를 들을 일은 많지 않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엔진은 속도에 비해 조용하게 숨을 쉰다.

돌길이 많은 유럽차답게 하드한 서스펜션이 먼저 와 닿는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느낌이 단단했다. 턱을 타고 넘은 뒤 잔진동이 없는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노면 충격의 상당부분을 걸러준 후에 전달한다. 시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몸에 전달되는 느낌은 거칠지 않았다. 잘 조련된 서스펜션이다. 이전 모델의 거친 느낌을 싹 걷어낸 느낌이다. 잘 정제된, 완성도 높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였다.

배기량 1.6리터 디젤엔진의 힘은 120마력. 숫자상으론 약해보이지만 실제 주행에선 그런 느낌이 없다. 힘 있게 치고 나가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가속을 이어가 최고 속도까지 무리 없이 달려 나갔다. 가속 구간이 짧아도 본선 진입에 여유가 있다. 잘 만져진 가속감이다. 연비는 13.1km/h로 3등급이다.

운전자세도 편하다. 스티어링 휠이 작아 시트 포지션을 조금 당겨 앉아야 했다. 손을 자연스럽게 내밀면 거기에 핸들이 있다. 그 위로 계기판이 큼지막하게 있고 그 너머로 시원한 전방시야가 펼쳐진다. 옆 차창도 낮게 내려와 시야가 확 트였다.

차선유지 조향보조 시스템은 대체로 잘 작동했다. 시속 100km 전후 속도에서도 차선을 잘 읽고 스스로 조향했다. 가용범위가 제법 넓어졌다. 물론 아주 가끔은 차선을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운전에 신경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스포츠모드를 택하면 엔진이 좀 더 힘 있게 움직인다. 부드럽고 편안한 거동을 보이던 차체에 긴장감이 살아난다. 힘 있는 사운드도 더해진다. 120마력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법 힘 있는 가속감을 보였다. 120마력이라서 힘이 없다는 얘기는 못하겠다.

크루즈 컨트롤은 시속 40km 이상에서 작동한다. 차가거리 제어는 하지 않고 대신 거리가 가까워질 때 경고등과 경고음으로 주의를 촉구한다.

시속 90km에서 A 필러에 걸리는 바람소리가 살짝 들리지만 여전히 실내는 조용했다. 타이어 구르는 소리 등 자잘한 소리를 잘 차단한 결과다. 엔진 소리가 낮게 깔리고 바람소리 정도가 들어오는 수준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에 안정된다. 계기판이 인디비듀얼 모드에선 엔진 파워, 부스트, 토크 등이 그래픽으로 나타난다. 계기판과 인포메이션 모니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차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이것저것 만지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 운전자 선택이 너무 많아 오히려 주의 분산 우려도 있다.

속도를 올리면 지붕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 그래도 속도에 비해선 현저히 낮은 소리다 .

익히 알고 있듯, 엔진 스타트 스톱 기술은 푸조가 선두그룹에 속한다. 차가 멈추면 거의 대부분 시동이 꺼지고, 재시동이 걸릴 때도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와인딩 도로에서는 아주 재미있다. 스티어링 휠이 작아서다. 작은 핸들이 주는 아기자기한 조향의 즐거움이 있다. 예민하게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패들 시프트는 핸들과 분리되어 있어 조향 중에 패들 조작은 불편한 감이 있다.

3008 SUV의 코너링은 수준급이다. 사륜구동이 아닌 앞바퀴굴림에 차고가 높은 체형이지만 코너에 부담이 없다. 푸조 특유의 조향감은 이 차에서도 살아있다. 225/55R18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의 그립력도 한 몫 한다. 타이어 그립이 상당히 우수하다. 전혀 밀리지 않는다.

푸조 3008 SUV는 SUV 면모를 좀 더 강하게 보여준다. 어드밴스드 그립이 대표적이다. 정상, 눈, 진흙, 모래, ESP 해제 등 5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도로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조절하며 그립을 최대화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 좀 더 강한 면모를 확보하기 위해 채택한 기능이다. 조작 레버는 랜드로버의 전지형반응시스템과 유사해 보인다.

경사진 길에서는 힐 디센트 어시스트(HDA)가 유용하다. 일종의 저속 크루즈컨트롤 기능으로 10km/h 전후의 속도로 정확하게 제어한다. 오프로드에서 특히 유용한 기능이다.

푸조 3008 SUV는 실용적인 차다. 생활 속에서 실속 있게 차를 활용하겠다하면 아주 좋은 대안이다. 출퇴근, 가족나들이, 레저용, 심지어 거친 오프로드에서도 잘 움직일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조 3008 SUV는 실속 있게 만들어졌다. 푸조의 의욕 충만한 자세를 읽을 수 있는 차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008 이후 잠시 주춤했던 푸조의 인기를 되살릴 기대주다.

New 푸조 3008 SUV의 가격은 Allure(알뤼르)가 3,890만원, GT Line(GT 라인)이 4,250만원이다. GT 모델은 상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엔진 공회전 상태에서 엔진소리는 제법 크다. 디젤 특유의 엔진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다행인 건 이런 소리를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 엔진 스톱 시스템 덕분에 움직이는 동안에 엔진이 공회전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엔진 공회전 소리는 조금 더 손을 보면 좋겠다.
센터콘솔 뒤로 뒷좌석용 송풍구는 각진 모습으로 튀어 나왔다. 오다가다 무릎이 닿을 때가 있는데 제법 아프다. 크게 다칠 일은 없겠지만, 굳이 각진 모습으로 이를 만들 필요는 없다.


오종훈 yes@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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