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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 프레스데이가 열리는 16일, 서귀포시 여미지 식물원. 참가업체와 주최측 관계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3회까지 전시장으로 이용하던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벗어나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중 하나인 여미지식물원에 특설 전시공간을 마련,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컨벤션센터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가 진행된다. 엑스포를 구성하는 전시와 컨퍼런스 두 개의 축을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세워놓은 셈.

전시회 개막 임박해서 중국 업체들이 대거 불참을 알려왔고, BMW와 닛산 등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참가하지 않아 올해 전시회는 다소 활기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전기차엑스포를 외면한 테슬라는 15일 서울에서 전시장 개막을 알린 점도 엑스포에는 악재였다. 쉐보레는 순수 배터리 전기차 볼트 EV를 국내 처음 공개했지만 기자회견은 물론 현장 시승차도 마련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전기차엑스포 입장에선 안팎으로 악재를 만나 최악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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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업체들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한중 전기차협회 창립 및 업무협약식 체결이 예정대로 진행되며, B2B 참관단 자격으로 북경자동차그룹 왕슈 부회장, 지리자동차 쉬옹 페이 부회장 등이 엑스포를 방문한다고 조직위측은 밝혔다. 사드 문제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에도 전기차엑스포를 중심으로 한 민간차원의 협력은 지속한다는 의미다.

참가 업체수도 155개사로 지난해보다 10개사가 늘었다.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중소기업들의 참여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쎄미시스코는 중국 브랜드 즈더우의 경형 전기차 ‘D2’를 비롯한 3종의 전기차를 프레스데이에 맞춰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모터사이클 업체인 대림자동차는 컨셉트 모델 EH400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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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와 함께 국제전기차엑스포의 강력한 지원군으로 등장한 건 일반 전기차 이용자들의 모임인 이버프다. 이버프는 서울 양재동 이마트를 출발해 행사장인 여미지식물원까지 쉐보레 볼트를 타고 중간 충전 없이 달려와 개막식이 열리는 현장에 도착해 이번 엑스포의 의미를 더했다.

엑스포의 한 축을 이루는 컨퍼런스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배터리 컨퍼런스, 자율주행 포럼, 전기차 이용자 포럼 등을 신설했다. 4차산업 혁명 시대로의 전환을 대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논의의 장으로 컨퍼런스를 준비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볼 때 올해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의 외형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기초는 더 튼튼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제정세로 인한 타격은 받았지만, 중소업체들의 참가가 늘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결국 발전을 위한 성장통으로 올해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사드문제로 인한 국가적인 위기상황이 해결되고 난 후에는 질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확인하는 기회였다.

제주=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