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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봄이 한창이었다. 유채꽃이 만발한 중문에서 열린 국제전기차 엑스포. 르노 트위지와 조우했다. 전기차의 강호 르노가 생산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초소형 전기차다. 트위지가 제주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다.

잠깐 짬을 내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짬을 낸 건 기자가 아니라 트위지다. 만화 캐릭터 같은 모습. 보기엔 그래도 걸윙 도어를 적용해 제법 폼이 난다.

밖으로 드러난 네 바퀴 위에 캐빈룸을 얹어 2인승 전기차로 만들었다. 장난감 같은 차가 실제로 움직인다. 고급? 승차감? 트위지에 이를 기대해선 안 된다. 차창도 없다. 물론 차창은 추가 장착할 수 있지만 기본형에는 없다. 네바퀴 달린 오토바이에 캡을 씌워놓았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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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가 달린 이상 자동차다. 번호판도 자동차 번호판을 단다. 속도제한 80km인 도로까지 달릴 수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한다면 강북강변도로, 올림픽도로 까지 올라설 수 있다. 고속도로는 진입 금지. 그 정도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랄까.

시동을 걸어도 아무 반응 없다는 얘긴 이제 촌스럽다. 스위치 온. 계기판이 활성화되면 달릴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변속레버 대신 버튼이 자리했다. D, N, R이 전부다. 주행모드, 이런 거 없다.

유령의 발자국처럼 아무 소리 없이 스르륵 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창 너머로 스며드는 봄바람이 상쾌하다. 바람 불거나 비오는 날이면 조금 곤란하겠다. 반드시 차창은 달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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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특유의 살아있는 가속감은 트위지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빨려들어가듯 쭉 달려나가는 순간 “어쭈, 제법이네” 소리가 절로 난다.

서스펜션은 거칠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방지턱을 치고 나가면 충격이 크다. 차체와 온 몸이 흔들린다. 로터리에서 속도를 조금 올리고 서너바퀴를 계속 돌았다. 코너링은 아주 훌륭했다. 바퀴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빠르게 돌았는데 네 바퀴는 땅을 잘 붙들었다. 약간의 언더스티어링은 속도를 줄이면 해결된다.

브레이크. 이게 처음에 적응이 좀 필요하다. 딱딱해서 밟아야 생각만큼 제동이 된다. 처음 이 차를 탈 땐 브레이크 적응먼저 해야 할 듯. 일단 감을 잡고나면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회생제동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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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그래도 후륜구동 시스템이다.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제법 좋다. 드리프트는 가능할까? 나중에 상황이 허락하면 꼭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르노 레이싱팀이 트위지의 엔진니어링을 담당했다니, 기대를 걸어본다.

가상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고, 브레이크는 네 바퀴 모두 디스크 방식. 운전석에 에어백도 있다.

6.1kWh 리튬이온 배터리에 12.6kW(17.1마력) 전기모터가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최대토크는 5.8kgm. 13인치 타이어의 편평비는 80. 구동축인 뒤에 접지면이 더 넓은 타이어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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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지 모른다. 네바퀴 달린 오토바이를 기대한다면 기대 이상이다. 그 사이에 트위지가 자리했다고 보면 된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없던 시장을 만들어냈다. 트위지의 앞날이 무척 밝아 보이는 이유다.

트위지는 충전에서 자유로운 편. 가정용 220V 전원으로 충전하면 3시간 30분이면 완충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회 충전 요금이 1,000원이 채 안 된다는 게 르노삼성 관계자의 얘기다. 그조차 걱정할 필요 없는 게, 충전 케이블에 RFID 태그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전기차 요금으로 과금된다. 1회 충전을 하면 50~80km를 달린다. 장거리 주행은 힘들겠지만 도심 이동용으로는 충분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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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발전은 꼭 첨단 기술을 탑재하는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이용했지만, 전혀 다른 형태로 새로운 자동차 경험을 제안하는 트위지다. 또 다른 형태의 발전이다.

2017년 봄, 제주에서 만난 트위지는 오는 하반기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가 몰고 올 태풍이다. 일찌감치 태풍 경보를 발령한 셈이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시작 가격은 1,500만 원 정도로 예견된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그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750만원 전후면 트위지를 살 수 있을 전망. 어떤가. 네바퀴 달린 자동차를 750만원에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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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2인승이지만 뒤에 사람이 다면 무척 좁다. 뒷좌석에 앉으면 다리를 벌려 앞 시트를 감싸는 자세가 된다. 1인승으로 타기엔 조금 아쉽다. 2인승으로 타기엔 조금 좁다. 묘수가 없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