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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비즈니 세단 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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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XF를 시승했다. 시승모델은 XF 20d 올휠드라이브 포트폴리오.
수입차 시장의 중원인 중형세단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투입된 재규어의 중형세단이다. 프리미엄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며 성장한 재규어가 본격적인 볼륨 경쟁을 위해 투입한 모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세단. BMW가 신형 5시리즈를 출시하며 내세운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표현은 재규어가 XF에서 먼저 사용했다. 대부분의 중형세단이 지금까지 강조하는 패밀리 세단 대신 비즈니스 세단을 강조하고 있는 건, 차의 성격을 조금 달리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균형 잡힌 몸매가 눈길을 끈다.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자리한 표범, 그 양옆에 배치된 부리부리한 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드러난다.

인테리어는 가죽,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을 조합해서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소재의 고급스러움에 더해 포근한 응접실같은 구성도 돋보인다. 운전석부터 조수석에 이르는 공간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둘러놓아 운전자를 감싼 안게 만들었다. 멋을 내다보니 모서리 공간을 손해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쓸모없는 공간이다. 버려지는 공간을 잘 활용한 셈이다.

A, C 필러가 앞뒤로 많이 누워 쿠페의 멋스러움을 추구했다. 약간의 공간 손해는 감수했다. 뒷좌석 머리공간이다. 앉아보면 머리 위 공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

실내등이 재미있다. 스위치가 없다. 손을 갖다 대면 켜지고 꺼진다. 재미있다.

10.2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에는 다양한 정보가 올라온다. 깔끔하고 선명하게 뜨는 내비게이션 지도는 핸드폰처럼 손가락으로 화면을 늘이고 줄일 수 있다. 에코데이터는 주행중 연비기록을 보여준다. 운행을 마치고 얼마만큼 연비를 높였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메르디앙 오디오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살아있다. 입체감 있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글로브박스는 조금 좁은 듯하다.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은 스로틀, 브레이크, 변속기 등을 정밀제어해 차의 구동력을 최적화 시켜준다. 특히 미끄러운 길에서 효과적이다.

밝은 컬러의 가죽 시트가 산뜻한 실내는 칙칙하지 않아서 좋다.

좁아보였던 뒷좌석은 막상 앉아보니 좁지 않았다. 무릎 앞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다.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에 몸을 편안하게 지탱할 수 있다. 암레스트는 조금 낮지만 비스듬히 기대앉을 때 팔을 걸치기 좋다.

센터터널은 벽처럼 버티고 있다. 가운데 좌석은 앉기가 어색하다. 그냥 비워두는게 좋겠다.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가 B 필러와 센터콘솔 뒤로 배치됐다. 뒷좌석에도 냉난방 장치가 있어 늘 쾌적한 시트를 만들어준다. C 필러 뒤로 만든 쪽창을 통해 창밖 풍경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스티어링 휠은 2.6회전한다. 타이트한 조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제법 날카로운 조향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가 크다. 4,954x1880x1457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960mm다. 5m에 달하는 길이로 좁은 공간에선 한 번 더 움직인다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다뤄야한다. 골목길 빠져나오는 데 묵직한 느낌이 전해온다. 서행한다고 가속페달에 힘을 뺐다가 조금 더 깊숙하게 밟아야 했다.

가다가 서면 엔진이 숨을 멈춘다.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디젤 엔진의 진동마저 사라지고 실내는 적막강산이 된다. 엔진 스타트 스톱은 정확하게 일어나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묵직했던 무게감이 사라지고 발걸음이 가볍다. 묵직한 느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남산을 돌아나가는 와인딩 코스에서 날렵한 코너링을 뽐낸다. 방향전환이 빠르고 정확했다. 착착 감아돌며 달리는 맛이 절로 난다. 중심점을 꽉 잡고 돌아나간다. 단단한 하체, 노면 잘 움켜쥐는 타이어, 사륜구동 시스템, 토크벡터링 등이 잘 어우러져서 재미있는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점잖은 듯 움직이지만 동작은 날쌔다.

온디멘드 방식의 올휠드라이브 시스템이다. 조향각 가속페달 각도 엔진출력을 잘 조절해 최적화된 구동력을 만들어낸다. 다이내믹하고 힘 있게 균형을 잃지 않고 달라붙어 코너를 이어간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 인제니움 디젤엔진의 최고출력은 180마력이다. 4,000rpm에서 최고출력이 터진다. 최대토크는 43.9kgm로 1,750~2,500rpm 구간에서 고르게 터진다. 공차중량은 1,870kg으로 2톤에 조금 못 미친다. 마력당 무게비는 10kg을 조금 넘는다. 엔진에 비해 조금 무거운 체형으로 제로백 10초 전후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재규어 XF는 더 빨랐다. 메이커 발표 기준, 8.4초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 실제 가속 테스트에서도 8초대로 나왔다. 만만치 않은 무게지만 재규어의 기술이 이를 가볍게 끌고 나가는 셈이다.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를 사용해 무게를 190kg 정도 줄였고 차체의 강성은 28% 가량 개선했다는 게 재규어의 설명이다. 공기저항계수는 0.26으로 최고수준. 서스펜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는 인테그랄 링크 방식이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 즉 마지막 저항점을 누르는 쾌감이 있다. 선을 넘는 짜릿함이다. 낮은 속도에서도 엔진 사운드는 제법 들린다.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다. 디젤의 굵은 소리가 낮은 톤으로 다가온다.

쭉 뻗은 직선로에서 본격적인 달리기에 나섰다. 묵직한 가속감이 탄력을 받으면서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80-90km/h 속도에서 바람소리가 깔리면서 들어온다. ZF 8단 변속기의 변속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시속 100km에서 1,400rpm까지 떨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 다단변속기의 효과다. 힘 쓸 때와 아낄 때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극한적인 속도에서 불안하지 않다. 운전을 즐길 수 있게 차체가 중심을 딱 잡고 간다. 탁월한 고속주행안정감은 재규어의 본질을 잘 지키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상당한 달리기 실력을 갖췄지만 운전자를 자극 시키는 차는 아니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분하게 가라앉혀 운전에 집중시킨다. 묘한 매력이 있다.

에코 모드에선 게으름뱅이가 된다. 마지못해 움직이는 느낌이다. 다이내믹 모드에선 탄탄한 성능이 제대로 드러난다. 변속레버를 S로 하고 다이내믹모드를 택하면 극강의 성능을 만나게 된다. 이 상태에 수동 변속을 하면 운전자가 변속하기 전에 스스로 변속하지 않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변속기가 대견했다.

엔진소리는 크지 않은 편이다. 낮게 깔리며 굵은 소리를 토해낸다. 큰 힘을 몰아낼 때에도 소리가 잘 제어되는 느낌이다.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매력 있다.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거리 조절해주지 않는 기본형.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고급 트림에서 제공된다. 연비는 13.2km/L, 3등급이다. 무게와 배기량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재규어코리아는 지난 3월초 XF이 가격을 최대 300만원 내렸다. 시승차인 재규어 XF 20d AWD 포트폴리오는 7,640만원에서 7,340만원이 됐다. 엔트리 모델인 20d 프레스티지는6,440만원에서  6,160만원이 됐다.  가장 비싼 S AWD는 1억50만원이다. 이 구간에 9개 트림을 운영한다. 선택의 폭도 넓다.

역시 재규어였다. 재규어 라인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형 모델로, 재규어의 DNA를 잘 간직하며 주어진 소임을 잘 해내고 있다. 문제는 경쟁자들이 워낙 탁월한 모델들이라는 것. 가장 치열한 시장의 한가운데서, XF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 보이길 바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재규어를 탈 때마다 느끼는 부분, 주행모드 선택 버튼은 바꾸는 게 낫겠다. 직관적이지 않다. 주행 모드 그림을 가운데 두고 좌우측으로 배치된 화살표 눌러 선택하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깊고 넓은 트렁크는 만족스럽지만 트렁크 천장을 보면 철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건 아니다. 영국의 자존심 재규어인데 맨살을 내보이다니. 자주 눈에 띄는 부분은 아니지만 짐을 넣을 때마다 거슬리겠다. 재규어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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