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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가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76년에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40년간 2,000만대의 신화를 쌓아올린 어코드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시킨 최신형 세단이다.

2.0 가솔린 앳킨슨 엔진에 두 개의 모터, 1.3kWh 배터리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만났다.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하이브리드 세단에 어울린다. 중형 세단으로선 조금 튄다 싶지만, 중형이라고 칙칙한 무채색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아직도 무채색이 지배하는 자동차 시장에선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컬러이긴 하다.

하이브리드 스타일링 패키지가 적용됐다. 먼저 주목을 끄는 곳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엠블럼과 그릴이 조금 더 고급스럽다. 헤드램프는 9개의 LED 램프로 구성됐다. 3개는 상향등용, 6개는 하향등용이다. 그 아래 자리한 주간주행등도 LE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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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효율에 포커스를 맞춘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다. 215/50R17. 친환경차에 어울리는 편평비 50인 17인치 타이어다. 지붕의 샤크핀 안테나는 조금 크다 싶게 자리했고, 트렁크 리드에는 리어 스포일러를 배치했다.

실내로 들어가면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을 만난다. 시스템 출력, 에너지 회생, 배터리 잔량, 연료 게이지, EV 작동 등이 표시된다.

재미있는 건 에코 드라이브 디스플레이다. 계기판 표시된 자동차가 가속을 하면 앞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로 움직인다. 이 차가 많이 움직이지 않게 운전해야 경제운전이 되고 자연스럽게 승차감도 좋아진다. 거칠게 다루면 계기판의 차도 정신없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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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으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은 2.5회전한다. 중형 세단치곤 조금 예민한 편. 차를 다루기엔 딱 좋았다.

센터페시아에는 2개의 모니터를 상하로 배치했다. 위에 7.7인치, 아래에 7인치 모니터다 위에는 트립미터 등 주행정보를, 아래엔 내비게이션 지도를 띄운다. 우측 사이드미러 아래에 배치한 카메라는 후방 시야를 사각 없이 모니터에 띄워준다. 운전자는 선택해야 한다. 사이드미러를 볼 것인가, 모니터를 볼 것인가.

장애물이 가까워지면, 다급한 경보가 울린다. 소리와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앞 차창에 경고등이 비추기도 한다. 시속 25km까지는 일부러 소리를 낼 수 있다. 엔진이 아닌 모터로 움직일 때 차가 워낙 조용해 차 옆에 걷는 보행자가 차의 존재를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이다.

차체 구조는 참 착하다. 내가 더 망가져 상대편 차의 충격까지 그 일부를 흡수하는 것. 보닛도 더 많이 변형되는 구조를 택해 보행자와의 충돌까지 대비하고 있다. 상대가 다칠까 내가 더 많이 망가지는 길을 택한 것. 더 많이 망가진다고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승객이 타는 객실 공간은 양보하지 않았다. 튼튼하게 방어해 준다.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환경을 포함해 주변 모두를 배려하는 오지랍 넓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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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넓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의 공간이 남고 머리 위로도 충분하진 않지만 여유가 있다. 센터페시아도 높지 않아 제한된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고마운 건 뒷좌석 열선 시트다. 추운 날,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의 즐거움이 빨리 달리고, 코너를 공략하는 데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눈으로 보는 재미다. 엔진 출력을 보고 그 힘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속 페달을 밟은 발에서 힘을 빼게 된다. 고성능 운전과는 또 다른 친환경차의 재미다.

변속 레버 아래엔 스포츠 버튼이 있다. 엔진과 배터리 힘을 모두 끌어당겨 달린다. 가속페달을 살짝 터치해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크루즈컨트롤은 정속주행만 한다. 거리 조절할 줄은 모른다. 요즘 시대를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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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엔진은 2행정 앳킨슨 사이클이다. 여기에 두 개의 모터를 더해 총 시스템 출력은 215마력에 이른다. 연비는 19.5km/L.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해 가솔린 엔진임에도 놀랄만한 연비를 구현했다. 미친 듯 달리고, 급감속, 급가속, 회전 등 가혹하게 다루며 시승하는 동안 연비도 17km/L를 보였다. 대단한 연비다. 연료의 경제성 때문에 디젤엔진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앳킨슨은 2행정 엔진이다. 구조가 복잡하고 고회전에 대응하기 힘들지만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어 하이브리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토요타 프리우스가 대표적이다. 이후 앞 다퉈 앳킨슨 적용했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배터리.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올라갔다. 1.3kWh 72셀.

한참을 달렸는데 계기판이 알려주는 주행 가능거리는 872km. 한번 주유로 900km를 넘볼 수 있는 상황. 솔깃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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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80km에서 아주 잔잔하다. 100km/h까지도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 가속하면 제법 날카로운 엔진 소리가 난다. 공차중량 1605kg를 끌고 가볍게 속도를 올린다. 고속주행까지도 부담 없이 해치운다.

마음먹고 밟으면 의도를 알아채고 하이브리드가 아닌 척, 힘찬 모습으로 표변한다. 영민한 대응이다. 아주 빠른 고속주행에서 노면 굴곡을 만나면 흔들리기도 하지만 불안하지 않다. 하이브리드지만 급할 땐 강하게 다뤄도 대응하겠다. 허약하지 않다.
서스펜션은 약간의 여유가 있다. 하드하지 않고 소프트한 승차감을 보인다. 주행성능 무난하다. 편안하게 다루면 최적이겠다. 속도 내면 충분히 낼 수도 있다. 원하는 만큼 대응한다.

중저속에서 차분하고 안정된 움직임은 시속 120km까지 지속됐다. 그 이상에선 바람소리가 조금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속 90km에서 조용함이 인상적이었다. 80km/h를 넘기면 바람소리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구간인데,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바람 소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노면을 구르는 타이어 소리정도만 낮게 들릴 뿐이다. 워낙 조용해서 들리는 소리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의 효과로 보인다. 잡음의 역위상 소리를 스피커로 발생시켜 소리를 덮어버리는, 이이제이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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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좌우로 살짝 흔들어보는데 약간의 여유를 갖고 품어주듯 감싼다. 코너에선 지그시 눌러주는 맛이 아쉽지만 조금 강하게 몰아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제대로 돌아나갔다.

시속 100km로 크루징을 시도했다. 빠르게 움직이지만 배터리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차는 엔진 힘으로 움직이고 남는 힘을 배터리로 보내 효율을 높인다. 엔진직결 클러치기능이다. 고속 크루징일 때 모터와 배터리를 배제하고 엔진이 직접 바퀴와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전자제어를 통해 제동력에 힘을 조금 더 보태주는 일렉트릭 서보 브레이크도 있다. 변속레버의 B 레인지는 좀 더 강한 제동력을 확보해 회생되는 에너지양이 많아지는 효과를 준다. 엔진 브레이크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내리막길을 갈 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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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함은 중형세단의 숙명이다. 디자인과 성능 마찬가지다. 패밀리 세단이기 때문이다. 아빠 혼자 즐기기 위해 타는 차가 아니다. 온가족이 타는 차인만큼 성능보다 기능 편의 공간 등이 조금 더 중요해진다. 혼다 어코드는 그 선을 잘 지키고 있다. 적당히 드러나는 존재감, 무난한 성능과 편의 장비, 넓은 공간들을 확보했다.

중형 세단에서 무난하다 만큼의 칭찬은 없다. 혼다 어코드가 그랬다. 하이브리드가 선사하는 놀라운 연비는 무난함을 뛰어넘는 탁월함이다.

판매가격 4320만원. 국산 준대형차와 견줘도 경쟁력을 갖춘 가격이다. 하이브리드 지원금, 등록과정에서의 세금 감면 등 쏠쏠한 혜택도 있다. 배터리는 주행거리 무제한, 10년을 보증한다. 이것저것 따져볼수록 마다할 이유가 없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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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수동으로 변속할 방법이 없다. 일자형 변속레버는 D와 B레인지가 있다. B 레인지는 회생제동용으로 가속용이 아니다. 스포츠 모드가 있지만 운전자의 의지로 변속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쉽다.
일자형 변속레버는 고전적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 같은 얘기가 되겠지만, 스텝트로닉 방식의 레버를 도입해 최소한의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였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