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S가 내려온 링컨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에 컨티넨탈이 다시 배치됐다. 다시 컨티넨탈이다.링컨은 대통령의 차다. 존 F 케네디, 레이건, 아이젠하워 등의 미국 대통령들이 링컨을 이용했다. 포드는 물론 미국인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다.
길이는 5m를 훌쩍 넘어 5,155m에 이르고 너비는 2m에서 9cm가 빠지는 1,910mm다. 휠베이스만 2,994mm다. 진짜 크다. 하지만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매시타입의 시그니쳐 그릴과 양옆으로 배치된 헤드램프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10년쯤 앞서가는 인상을 주는 외관이다. 세련됐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한 뭔가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
e레치도어로 이름붙인 도어 손잡이는 숄더라인으로 올려 전체적인 구성을 좀 더 단순화했다. 손잡이지만 버튼에 가깝다. 손잡이를 살짝 잡아당기면 딸깍 하고 도어가 열린다. 실내에는 아예 손잡이를 없애고 대신 버튼을 배치했다. 뭔가 다르고 좀 더 고급스럽다.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발상의 전환이다.
컨티넨탈은 시트가 달랐다. 하나의 시트가 아니라, 여러 부분이 조합된 시트다. 무려 30개 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벅지를 받쳐주는 부분을 좌우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왼쪽은 길게, 오른쪽은 짧게 조절하는 식이다. 과분할 만큼 친절하고 세심한 시트다.
그 시트에 턱 하니 몸을 맞기면 럭셔리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팍 꽂힌다. 그냥 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대저택의 소파에 파묻힌 느낌. 분에 넘치는 고급스러움이어서 기가 죽는다. 기 싸움에서 운전자가 차를 이기기 힘들다.
변속레버는 없다. 대신 버튼을 센터페시아에 배치했다. 수동변속은 패들 시프트에게 맡겼다. 덕분에 운전석 주변이 단순해졌고, 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후석 안전띠는 에어백을 겸한다. 홑겹이 아닌 두 겹으로 구성된 안전띠다. 충돌할 땐 안전띠가 부풀어 에어백이 된다.
이렇게 큰 차가 스티어링 휠은 딱 2회전 한다. 반발력이 살아있는 핸들이다.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에 2회전하는 핸들이라. 스포츠 세단에 어울릴 조향비로 과연 이 차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기우였다. 실제 운행 중 스티어링휠은 아주 훌륭하게 5m가 넘는 이 차를 자연스럽게 다뤘다. ‘대형 세단은 3회전 핸들이 정석’이라는 건 역시 선입견에 불과했다.
정지상태에서도 크루즈컨트롤 작동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시속 30km로 활성화된다. 움직이다 완전 정지까지 해낸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의 완성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충격을 넘을 땐 출~렁하는 반응이 온다. 소프트한 승차감을 버린 건 같진 않았다. 역시 부드러움을 빼고 아메리칸 럭셔리를 설명할 순 없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8인치 풀 컬러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워낙 시원시원한 모니터를 자주 본 입장에선 조금 답답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틀란 내비게이션이다.
차 안에는 모두 19개의 스피커가 있다.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이다. 살아있는 소리가 귀에 착착 감기며 가슴을 자극한다. 환상적인 사운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오디오 때문에 이 차를 선택해도 후회하진 않겠다.
차의 각 부분은 정밀하게 전자제어된다. 0.02초마다 주행상황을 체크하는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 연속 댐핑제어 컨트롤, 인텔리전트 4WD 등이 서스펜션의 강도, 가속감, 구동력 등을 리얼타임으로 제어한다.
2,145kg으로 2톤이 넘는 무게를 배기량 3.0 엔진이 끌고 간다.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은 393마력, 55.3kgm의 힘을 낸다. 엔진 배기량에 비해 제법 큰 힘이다.
그 힘은 매우 기분 좋게 발휘된다. 편안하게 움직이다가 가속페달을 툭 밀면, 쑥 밀고 나간다. 큰 힘을 순간적으로 발휘하며 이 큰 덩치를 별게 아닌 것처럼 가볍게 밀어준다. 자연스럽고 강했다. D에서 S로 버튼을 바꿔 누르면 힘의 탄력이 더 강해진다.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가속페달을 꾹 누르면, 시위를 떠난 활처럼 달린다. 차원이 다른 힘의 질감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에 살짝 못 미친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치고는 rpm이 높은 편. 6단 변속기의 한계다.
노면의 완만한 굴곡을 지날 땐 물렁한 느낌이 드러난다. 중후한 거동, 무게감이 있는 주행감각이다. 유럽식 딱딱한 서스펜션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진 이들에겐 딱 좋은 수준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앞차와의 간격을 4단계로 조절한다. 긴급제동 기능도 있다.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충돌을 막아주는 건 아니다. 과신은 금물.
긴급제동 덕분에 때로 본의 아니게 착한 운전자가 된다. 끼어드는 차가 들이 밀며 차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드드득”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쿨한 척 끼워주지만 마음은 쓰리다.
차선 유지 조향보조장치도 그렇다. 대체로 차선을 잘 읽으며 유지하지만 아주 가끔은 차선을 넘어가기도 했다. 아직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치 정도일 뿐, 100% 정확하게 작동하는 건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빠르고 편안하게 고속주행에 이른다. 조용했다. 체감속도가 실제속도보다 시속 20km 이상 낮다. 게다가 편안했다. 마음먹고 달리면 스포츠 세단과 속도경쟁을 해도 좋을 정도다.
극한적인 속도까지 잘 달리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놓치지 않고 잘 매치시켰다. 하드한 고성능, 소프트한 승차감이 잘 어우려졌다. 강약, 완급 조절이 절묘하다. 빠르게 고성능을 뽑아내고 항속주행에선 편안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맛에 럭셔리 세단을 타는가 보다.
이 차의 연비는 7.5km/L로 5등급이다. 무게도 있고, 6단 변속기여서 우수한 연비를 기대하긴 어려운 몸이다.
이 차, 1억도 안 된다. 컨티넨탈은 한국에서 두 개 트림이 팔리는데 리저브가 8,250만원, 프레지덴셜이 8,940만원이다. 1억 안 되는 가격에 최고급 프리미엄 럭셔리를 누릴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오종훈의 단도직입
이 친구가 한국말은 못한다. 음성명령은 영어로 해야만 알아듣는다. 명령이 잘못되면 유창한 영어로 작동방법을 한참 안내해준다. 어쩌니, 나는 영어를 못하는 걸. 소통에 약간의 문제는 있겠다. 한국에선 한국말!
6단 자동변속기는 아쉽다. 엔진이 힘을 더 써야하고, 이에 따라 소리도 커지고, 연비도 안 좋아진다. 플래그십이라면 8단, 9단 변속기를 올려야 맞는다. 주행질감, 연비, 파워 등의 면에서 조금 더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