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에 M, 벤츠에 AMG가 있다면 이제 볼보에는 폴스타가 있다. 고성능 모델에 폴스타 뱃지를 붙여 판매에 나선 것. 볼보는 S60과 V60에 폴스타 버전을 투입했다. 볼보 역사상 가장 빠른 모델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폴스타의 기원을 잠깐 살펴보자. 스칸디나비안 투어링카 챔피언십 시리즈의 레이서 출신 얀 플래시 닐손이 튜닝 회사 플래시 엔지니어링을 설립한 것은 1991년. 2001년에 폴스타로 이름을 바꿨고, 고성능 브랜드가 필요했던 볼보가 2015년 이를 인수해 오늘에 이른다.
볼보의 e 파워트레인에 터보와 수퍼차저를 더하고 고압연료펌프, 올린스 서스펜션, 브렘보 브레이크 등으로 차의 성능을 한껏 끌어올려 폴스타 뱃지를 붙였다.
시승차는 볼보 S60 폴스타. 옅은 파란색은 폴스타의 상징이다.
제원표에 드러난 엔진이 놀랍다. 배기량 2.0리터에 불과한 가솔린 엔진에서 무려 367마력이 터져 나온다. 리터당 183.5마력을 만든다. 터보에 수퍼차저를 함께 적용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 힘이다. 수시로 손보고 조율하는 레이싱카라면 그럴 수 있겠다하지만, 내구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양산차에 이런 효율을 실현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최대토크도 47.9kgm로 디젤엔진 수준이다. 뭐 이런 괴물이 있을까.
운전석에 앉아 시트를 낮춰 앉았다. 조금 불편해도 시트 포지션이 1mm라도 낮은 게 좋은 차다. 스티어링 휠은 2.6회전. 예민한 조향비지만 고성능 세단인 만큼 조금 더 타이트해도 좋겠다.
가진 힘에 비해 출발이 부드럽다. 전혀 티를 내지 않는 부드럽고 얌전한 출발이다. 포커페이스. 노면 충격을 넘을 때 단단한 서스펜션 느낌이 바로 전해온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다.
S60 대비 강성을 80% 이상 높였다고 했다. 극한의 질주를 염두에 둔 고성능에 맞춰 튜닝된 차라 저속에선 딱딱하고 충격이 직접적이고 조금 불편하다. 빠르게 달려줘야 편한 차다.
도로에 차를 올려 가볍게 가속페달을 잠깐 밟았는데 시속 100km를 아무렇지도 않게 터치한다. 움직이는 느낌이 만만찮다. 도로에 딱 달라붙는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차간거리를 4단계로 조절한다. 차선유지 조향보조시스템도 있어 반자율운행이 가능했다. 차간거리가 가까워지면 제동이 일어나며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자석의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느낌처럼 쭈욱 밀어내며 거리를 유지하는 것.
차선유지 조향보조 시스템은 대체로 차선을 잘 유지하지만 아주 가끔 차선을 넘어가기도 한다. 염두에 둬야 한다.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시속 80km에서 잔잔한 바람소리와 그만큼의 노면 잡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그렇게 조용하지 않다. 아직 엔진은 잠잠하다.
폴스타 전용 20인치 휠에는 245/35R20 사이즈의 미쉐린타이어가 얇게 신겨졌다. 초광폭 타이어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앞에 달았다. 앞부분에 하중에 더 많이 걸리는 만큼 고성능 브레이크로 이를 감당케 한 것. 엔진룸에는 탄소섬유로 만든 스트럿바가 있다. 비틀림 특성 우수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진다.
차분히 움직이며 시속 100km에 맞추면 2,000rpm을 보인다. 7단에 물린 것. 수동변속으로 8단에 올리면 rpm은 1,600까지 떨어진다. 시속 100km을 유지하며 변속해보면 3단 5,000rpm까지 커버한다. 2단으로는 시속 90km까지 올라간다. 이때 rpm은 6,500을 상회한다.
시원하게 뚫린 길에서 가속페달의 저항점을 넘어 바닥까지 밟았다. 터보랙 없이 치고 달린다.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저 멀리 보이던 차가 순식간에 바로 눈앞에 다가온다.
체감 속도는 아주 낮다. 살짝 힘쓰며 조금 달리는 느낌인데 계기판을 보면 가속페달에 힘을 빼게 된다.
고속주행상태에서 오히려 편안했다. 총알처럼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감을 보였다. 편평비 335시리즈의 타이어, 올린즈 서스펜션, 더 커진 리어 스포일러, 리어 디퓨저, 그리고 사륜구동시스템 등 차의 각 부분이 고속에 최적화한 덕이다.
고속으로 올라가면서 공기를 찢어내는 바람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린다. 엔진소리도 이에 지지 않는다. 높은 알피엠에서 착착 감기는 엔진 사운드를 들으며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중독성이 있다.
코너에서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다. 한 치 밀림 없는 코너링을 구현한다. 엔진은 쭉쭉 밀고, 타이어는 착착 감으며 차는 진득하게 코너를 붙잡고 돌아간다. 볼보의 고성능이 재미있다. 서킷에서 타보면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이 차를 산다면 꼭 서킷 주행을 해볼 것을 권한다.
오디오는 삼성이 인수를 마쳤다는 하만카돈이다. 울림이 느껴지는 소리엔 질감이 살아있다. 적당히 볼륨을 키우면 음악 소리로 잡소리를 묻어버리고 운전에 몰입할 수 있다.
메이커가 밝힌 시속 100km 돌파 시간은 4.7초. 계측기를 이용해 직접 측정해본 결과는 5.23초였다. 시속 100km에서 정지거리는 41m. 메이커는 37m라고 밝혔다.
복합연비는 9.1km/L. 미국에선 12.3km/L로 공인받았지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한국에선 연비가 더 낮아졌다.
판매가격은 7,660만원. 수퍼카에 버금가는 고성능을 경험하기엔 저렴한 가격이다.
국내 30대만 한정 판매 한다. 많이 팔지 않겠다는 의미다. 결국 볼보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전략적 모델이라는 얘기. 볼보의 의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아직 폴보지션에 서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폴포지션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중이다. 폴스타에서 그런 열정을 느꼈다. 고성능의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볼보가 펼치고 있다. 반갑다. 시장에서도 강한 퍼포먼스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명령 버튼은 작동하지 않는다. 영어로도 안 된다. 눌러도 반응이 없다. 한국에선 아무 소용없는 버튼이다.
트렁크엔 맨 철판이 드러나 있다. 대중 브랜드라면 문제될 게 없는 부분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꼼꼼히 이런 부분을 챙겨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한다면 디테일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