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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튼튼한 범생이, 포드 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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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랜드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와중에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브랜드가 포드다. 2016년 수입차 시장 점유율 4위. 독일차 말고는 선두다. 그 포드가 쿠가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미드 사이즈 컴팩트 SUV다. 포드의 DNA를 담은 육각형 그릴을 적용하는 등 앞 뒤 디자인을 손봤다. 파워트레인은 패스, 예전 그대로다. 라디에이터그릴은 속도에 따라 개폐되는 액티브 그릴셔터가 적용됐다. 저속에선 열려 공기 유입량을 늘리고, 고속에선 닫혀 공기저항을 줄인다.

스티어링휠은 4스포크에서 3스포크로 바뀌었고 버튼으로 조작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도입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싱크3로 진화했다. 고성능 프로세서를 사용했고 터치 방식은 기존 감압 방식에서 정전식으로 바꿨다. 꾹꾹 누르지 않아도 반응이 빠르고 부드럽다.

쿠가는 이스케이프와 쌍둥이다. 미국에선 이스케이프, 유럽에선 쿠가로 팔린다. 두 차는 같은 듯 다르다. 쿠가는 유럽형으로 개발돼 서스펜션 등 하체 구조가 이스케이프와는 다르다. 서스펜션이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그곳,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쿠가는 트렌드와 티타늄 두 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고급 트림인 티타늄에는 18인치 휠과 타이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도어 스카프 플레이트, 핸즈프리 테일케이트, 엠비언트라이트 등이 더해진다.

아랫급인 트렌드를 배정받아 편도 70여km 구간을 시승했다.

첫발을 떼자마자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오, 괜찮은데! 노면을 밟고 움직이는 자세에서 단단한 안정감이 전해온다. 과속방지턱을 툭 치고 지날 땐 절로 미소를 지었다. 충격을 지나고 난 뒤 잔진동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어슬렁 거리며 골목을 빠져나와 국도에서 점차 속도를 올리며 차와 합을 맞춰본다. 가속페달을 밀고 당기는 탐색전. 토크는 2,000rpm에서 정점을 찍는다. 편안하게 움직이는데 힘은 꽉 찼다. 시승차는 아랫급인 트렌트 모델이어서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에 17인치 타이어가 적용됐다. 어댑티드 크루즈컨트롤 시스템도 18인치 타이어도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2.6회전, 타이트한 조향비를 말하고 있다.

몇 차례 밀당을 이어가며 호흡을 맞춘 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랐다. 중저속 구간,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조용했다. 바람소리와 엔진 소리가 흘러들기는 하지만 실내의 조용함을 깨트리진 못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창 밖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어들기 딱 좋은 분위기. 을씨년스런 겨울 들판이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쿠가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뿐.

전력질주. 온 힘을 모아 달려 나갔다. 2.0 디젤엔진이 3,000rpm에서 뿜어내는 180마력의 힘은 모자람이 없었다. 공차중량 1,850kg의 만만치 않은 몸을 거뜬히 끌고 간다. 단단했다. 녹색지옥,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된 서스펜션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차체를 어르고 달래며 안정시킨다. 네 바퀴는 모두 엔진의 힘으로 굴렀다. 빈틈이 없다.

습식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는 부지런히 클러치를 바꿔가며 빈틈없이 엔진의 힘을 네 타이어에 전달한다.

사륜구동의 안정감은 체감속도를 낮춘다. 아주 빠르게 달리는 데 조금 빠르게 느끼는 정도다. 체감속도가 낮은 건,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크지 않다는 것. 더 빠른 속도를 욕심내는 디딤돌이 된다.

사륜구동은 코너에서도 빛을 발한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돌아나간다. 안쪽 바퀴에 살짝 제동을 걸며 부드럽게, 정확하게 돌 수 있게 해주는 토크 벡터링도 한 몫 거든다. 곁눈질 하지 않고 정해진 길로만 가는 모범생처럼, 코스를 벗어날 줄 모른다. 때론 일탈의 즐거움도 있겠지만, ‘범생이’ 쿠가에겐 ‘정해진 대로’가 재미있는 길이다. 일탈의 짜릿한 즐거움엔 반드시 아찔한 위험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아마도 쿠가는 알고 있는 듯.

준족. 네 발이 몸을 잘 지탱한다. 중원을 누비는 허벅지 굵은 미들필더처럼 한계속도에 이르기까지 지칠 줄 모르고 달렸다. 파워트레인의 높은 완성도가 돋보였다. 쭉쭉 뻗어가는 가속이 가슴 뻥 뚫리게 시원했다. “유럽형”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다.

SUV라면 차체가 높고, 이 때문에 고속주행에선 바람소리가 커지는 게 당연한 일. 쿠가는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파워트레인 못지않게 NVH도 높은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마음에 든다. 복합연비는 12.4km/L.

쿠가 트렌드 3,990만원, 쿠가 티타늄 4,540만원. 각자의 처지에 따라 가격의 느낌은 다르겠다. 분명한 건, 싸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 포드의 가격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이 흥미 있었다. 신호대기로 정차했는데 앞차가 출발했음을 알려준다. 정면에 있는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는 것도 모니터를 통해 알려준다. 가끔 놓치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신통방통인데, 과속감시 카메라가 길가에 세워진 ‘박스형’이라는 사실도 음성안내해준다. 바야흐로 내비게이션도 진화중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명령은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 영어로 명령을 해야하는데 발음이 시원치않아 그나마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에러가 났을 때 제대로된 사용법을 알려주는 안내도 영어다. 그 안내를 알아듣는 수준이면 오류가 날 일도 없다. 쿠가에게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 포드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 4위 브랜드다. 현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신경을 써야할 책임이 있다.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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