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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아침, 올 뉴 모닝이다. 대한민국 경차 시장에 딱 두 대뿐인 차종중 하나가 신형으로 교체됐다. 시장의 절반이 바뀐 셈.

프런트 마스크를 바꾸고, 뼈대도 좀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경차에선 언감생심 꿈꾸기 힘들었던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ADAS)까지 얹었다. 이름하여 ‘스마트 컴팩트’를 목표로 개발한 기아차의 막내둥이다.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경차는 메이커에겐 만들기 힘든 차다. 제한이 많아서다. 법은 차의 크기와 엔진 배기량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을 맞추며,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매력을 담아내는 건 무척 까다롭고 성가신 일이다. 티도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이 남길 수도 없다. 어쩌면 진짜 기술이 필요한 차가 경차일지 모른다.

제한된 크기에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비례가 황금비율에 어긋나고 짧고 껑충한 모습이 되는 이유다. 그래도 억지스럽지 않게 만드는 게 디자인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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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승부가 결정되는 곳, 뒷좌석에 먼저 앉았다. 무릎은 앞 시트에 닿는다. 다행히 시트 뒷부분이 딱딱하지 않다. 무릎이 밀고 들어오는 만큼 적당히 물러나 준다. 손가락 한 마디 높이고 센터터널이 솟아 있다. 평평하다고 해도 될 정도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생각만큼 불편하지 않았다. 꽉 끼지만, 셋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어쨌든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놨다. 지붕은 머리 윗부분을 파놓아 공간을 확보했다.

뒷시트는 6대4로 접을 수 있다. 다 접을 수 있고, 한쪽만 접을 수도 있다. 나름, 시트 배열의 묘미를 부릴 수 있다. 시트를 접으면 255리터인 트렁크 공간이 1,010리터로 확대된다. 장땡이다.

운전석 시트는 몸을 잘 받아준다. 스티어링 휠에는 버튼들이 많이 배치됐다. 경차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음성명령 버튼도 있고, 크루즈 컨트롤도 있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센터페시아 상단에 돌출시켰다. 보기엔 좋다. 안전 면에선 마이너스다. 모니터는 매립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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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세심하게 배려했다. 초고장력 강판을 44% 넘게 확대 적용해 강한 차체로 만들었다. 통뼈라는 이유다.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엔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추가해 모두 7개의 에어백이 탑재됐다.

뒷좌석 안전띠에도 프리텐셔너 기능을 넣었다. 유사시 안전띠를 조여 주는 기능이다.

ADAS, 즉 첨단 운전보조시스템도 넣었다. 긴급제동보조, 전방추돌경보에 더해 급제동경보 장치들이다. 여기에 크루즈컨트롤시스템도 있다. 물론 차간거리 유지 장치나 차선이탈경보 장치는 빠진, 가장 기본적인 차원의 ADAS다. 그래도 경차에까지 경쟁적으로 ADAS가 적용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직진제동 쏠림 방지 시스템, 제동손실 보상 시스템, 토크 벡터링 등 경차에서 기대하기 힘든 장비들도 만날 수 있다. 사이즈는 경차지만 안전 편의 장비 등을 보면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다. 경차라는 껍질 안에 알찬 기능들을 차곡차곡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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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두 바퀴 반을 돌아간다. 국도의 코너를 야무지게 돌아나간다. 토크 벡터링이 한 몫을 했다. 회전하는 타이어의 안쪽 바퀴를 제어해 부드럽고 확실한 코너링을 만들어내는 것. 차 길이가 워낙 짧아 운전하는데 부담을 덜어준다.

적지 않은 첨단장비들을 장착하고 달리는 파워트레인은 3기통 엔진에 4단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는 9.7kgm다. 요즘 자동차의 세계에서 보기 힘든 숫자들이다. 그럼에도 달리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시끄럽고 흔들리기는 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릴 수도 있었다.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 본다면 모닝은 그 본질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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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듯 힘을 낸다. 출발하면서부터 엔진음이 높다. rpm이 이를 보여준다. 시속 100km에서 rpm이 무려 3,000을 찍는다. 파워트레인은 정직했다. 오르막을 만나면 가속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히는 가속페달을 마지막까지 밟아도 탄력이 붙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아주 빠른 속도까지 질주하는 능력을 힘겹게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잘 달렸다고 칭찬 할만 하다. 그래, 그 정도면 됐다고 어깨를 툭 쳐주고 싶다.

바람소리, 노면 잡소리는 어지럽게 실내로 파고든다. 속도를 조금 올리면 통제되지 않는 소리들이 어지럽게 기어나와 실내를 꽉 채운다. 120km/h를 넘기면 아우성치고, 극한적인 속도에선 비명에 이른다. 소리는 점차 떨림을 부르고, 다시 흔들림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놀라운 속도로 빨리 달리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발휘했다.

어쩌면 모닝은 우리 시대의 자동차들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넘치는 성능에 집착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외치는 건 아닐까. 모닝의 아우성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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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 소리는 소리로 덮을 수 있다. 커지는 소리에 맞춰 음악의 볼륨을 키우면 신기하게도 잡소리들이 잦아든다. 그런 것처럼 들린다. 중저속에선 음질이 제법 깔끔하다. USB를 이용해도 되고 간단하게 블루투스 페어링을 거치면 핸드폰 음악도 들을 수 있다.

16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경우 공차중량 955kg이다. 복합연비는 15.4km/L로 1등급이다. 판매가격은 5단 수동변속기 모델인 베이직 플러스가 950만원이다.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 트림은 1,265만원.

우리 경차 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단 두 모델이 경쟁하는 시장이다. 2등은 꼴등이고 패자일 뿐이다. 모닝이든 스파크든 당사자로선, 단 한 놈만 이기면 된다. 모닝이 76마력인 건 스파크가 75마력이어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 1마력이지만 그놈보단 센거니까. 조금 유치해 보이지만, 분명하게 숫자로 드러나는 부분에서 새로 나온 차가 뒤질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앞설 수는 없는가보다. 스파크가 8개의 에어백,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등 우월한 부분도 있다. 992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 숫자로는 유리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든 상대임은 분명하다.

결국 냉장고, 노트북 등의 경품이 등장하고 만다. 죽기살기식 과열경쟁이다. 정작, 제대로 죽이지도, 확실하게 살아나지도 못하는 제 발등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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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라는 카테고리에는 약간의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시작은 국민차라는 이름이었다. 고급스러운 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을 갖춘 이동 수단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고급스러운 경차’는 그래서 모순이고 역설이다. 경차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차라면 단순하고 기본적인 부분을 놓쳐선 안된다. 고급 트림에 무엇을 더 많이 넣을까하는 고민과 함께 엔트리 트림에 무엇을 덜어내 가격을 낮출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경차니까. 경차 가격 상한선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면 어떨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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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 끝선 앞창과 만나는 지점 마무리는 기아차 답지 않다. 룸미러 안쪽 지붕 틈새는 손가락이 들락거릴 정도다. 재질의 단면도 드러나 있다. 경차여서 이해할 수도 있다. 경차지만 기아차의 수준은 지켜야 한다고 본다. 이런 수준의 마무리를 한 차를 기아차에서 찾기는 어렵다.
파워트레인은 아쉽다. 5단 자동변속기였다면 주행질감과 연비가 이보다는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단 자동변속기를 계속 쓸 거라면 가격이라도 조금 더 낮추던지.
센터페시아에 돌출된 모니터는 매립형이어야 한다. 좁은 공간으로 대시보드와의 거리가 가까워 돌출형 모니터는 위험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한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야 한다. 특히나 대시보드는 그렇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