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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LS, 수호천사가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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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S를 다시 만났다. 지난 가을, GLE 쿠페와 함께 잠깐 단체로 맛보기 시승을 한 바 있다. 이번엔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GLS. 간명한 이름이 이 차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짧고 간결한 메시지에 큰 울림이 있다. GLS라는 짧은 이름에 벤츠의 최고급 SUV라는 뜻을 담았다. ML, GL 등으로 SUV이 클래스를 구분하던 것을 GL로 통일하고 그 뒤에 A, C, E, S 등으로 차급을 드러내는 새로운 이름 체계다. “SUV의 S 클래스를 표방하는 최고급 플래그십 SUV”라고 벤츠는 이 차를 정의하고 있다.

크다. 길이가 무려 5,130mm, 너비는 1,980mm, 높이는 1,880mm에 달한다. 휠베이스가 3,075mm. 크기를 말하는 숫자들이 하나같이 기존 SUV들의 한계를 우습게 뛰어넘는다. 일단 크기로 압도한다.

3열까지 갖춰 7인승인 GLS는 여유로운 실내공간이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둘이 앉게 되는 3열 공간도 좁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GLS보다 겨우 20mm 긴 그랜드 스타렉스가 12인승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GLS의 공간을 짐작할 수 있다.

뭔가 균형이 맞지 않은 뒷모습은 큰 덩치의 결과가 아닐까. 너비와 높이의 비례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운전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주차할 때, 골목길을 돌아나갈 때 뒷부분이 신경 쓰인다. 이럴 땐 GLS가 버스 같다.

또한, 무겁다. 공차중량 2,655kg. 놀라운 건 이 몸무게로 복합연비 9.5km/L들 보인다는 사실. 5등급이 아닌 4등급이다. 박수를 쳐줄만하다. 100kg의 거구가 밥 한 공기로 만족하는 셈이다.

2.6톤이 넘는 거구지만 움직일 때는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초반가속이 조금 무딘듯하지만 메이커 발표기준으로 7.8초 만에 시속 100km를 넘긴다. 마력당 무게비 10.3kg인데도 8초 이내로 제로백을 끊는 것.

정지 상태나 저속에서 가볍게 돌아가는 스티어링휠은 속도를 높이면 적당히 무거운 반발력을 보인다. 주행상태에 따라 핸들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고속에선 탁월한 안정감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극한적인 속도로 치고 올라가는데 불안감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편안하게 속도를 올리며 운전을 즐기다 계기판을 보고서야 놀랄 정도다. 바람소리가 속도에 비례해 커질 뿐, 다른 잡소리는 실내로 파고들지 못했고, 차의 흔들림도 크지 않아 속도를 착각하게 만든다. 고속에서 이 같은 안정감은 사륜구동 4매틱에 더해 차의 중량감도 한 몫 한다고 보인다.

258마력의 힘을 내는 V6 3.0 디젤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대토크는 63.2kgm로 1,600~2,400rpm 구간에서 터진다. 9단변속기는 7단 기어비부터 오버드라이브 상태로 전환한다. 6단까지의 파워, 7단 이후에서의 효율이 조화롭다.

시속 100km에서 rpm을 1,300까지 낮출 수 있는 것도 9단 변속기 덕분이다. 3리터 디젤 엔진이 이런 거구를 끌고 시속 100km로 달리는데 겨우 1,300rpm이면 족하다.

긴급 제동, 차선유지 및 조향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첨단 기술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플러스는 보조 운전자의 몫을 톡톡히 한다. 때로는 역할을 바꿀 수도 있다. 운전을 차에 맡기고 운전자는 보조 운전자 역할만 해도 좋을 정도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 놓치는 빈틈을 꽉 채워준다.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면에서도 큰 믿음을 준다. 수호천사가 함께 달리는 셈이다.

주행모드는 모두 6개가 있다.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듀얼, 미끄러운 길, 오프로드, 오프로드 플러스. 도로상황에 맞춰 주행모드를 선택하면 온로드에선 컴포트와 스포츠 중에서 택하면 된다. 나만의 주행 감각을 원한다면 인디비듀얼 모드를 미리 세팅해둔 뒤 사용하면 된다. 오프로드 모드는 모래처럼 부드러운 길에, 오프로드 플러스는 험로주행에 대응한다.

에어서스펜션을 이용해 차의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고속주행에선 15mm를 더 낮춰 좀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오프로드에선 최대 90mm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최저지상고가 바짝 올라가는 덕분에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차 높이를 최고로 높여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겁날 게 없다. 4WD의 로 레인지 기능도 갖추고 있어 필요하다면 최고의 구동력으로 험로를 지고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오프로드에서 차를 막 굴리기엔 너무 비싼 차다. 판매가격 1억 2,600만원. 차체가 긁히고, 하체가 손상을 입을 위험이 큰 오프로드에 GLS를 집어넣는 건 너무 무모한 일이다. 능력은 출중한 줄은 알겠으나, 그 한계치를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2열 시트는 좀 더 편하게 몸을 지지해줬으면 좋겠다. SUV의 S 클래스라고는 하지만 세단 S 클래스의 뒷좌석을 기대하면 안 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다. 내비게이션 입력장치도 불편하다. 찬찬히 구석구석 살펴보면 아쉬운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 S 클래스 수준임을 강조하는 GLS라는 이름이 기대 수준을 한껏 높여놓은 탓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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