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코란도C 신형 모델을 ‘뉴 스타일 코란도’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투입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 프런트마스크를 일부 변경하고, 투톤 리어 범퍼를 적용하는 등 디자인 일부를 손댔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틀, 파워트레인 등은 큰 변화 없이 이전 그대로를 이어받았다. 신형 모델로는 변화의 폭이 좁다.
수영선수의 팔 동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참신하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11개의 LED 램프를 박아 넣은 헤드램프와 그 아래 안개등과 방향지시등도 새 모습이다. 이전 모델과 같은 듯 다른, 프런트 마스크의 변화는 나름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놈, 제법 잘 생겼다.
“마이 퍼스트 SUV”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톡톡히 재미를 본 티볼리 바람을 코란도C로 옮겨 붙이고 싶었을까? 쌍용차는 이 차를 출시하며 “마이 퍼스트 패밀리 SUV”로 코란도C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띄어 읽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뉘앙스는 묘하게 달라진다. 웃자고 해보는 짓궂은 농담이다.
뉴 스타일 코란도C DX AWD 모델을 배정받아 강원도 화천까지 왕복하며 시승했다.
패밀리 SUV를 내세운 만큼 실내 공간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나 말고 가족이 편해야 하는 차여서다. 뒷좌석이 중요한데 코란도C는 뒤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닝 시트와 센터터널이 없는 평평한 바닥을 확보해 제한된 공간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뒷좌석 위의 지붕을 조금 파놓아서 머리 윗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했다. 무릎 공간도 주먹 하나 넘게 남고, 가운데 자리의 불편함도 많이 덜어냈다. 패밀리 SUV로 모자람이 없다.
직렬 4기통 2.2리터 디젤엔진은 최고 178마력, 40.8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일본 아이신이 만든 6단 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조율해 낸다. 변속감이 부드럽고, 수동변속에서는 제법 박력 있는 변속감을 보였다. 수동 변속은 레버를 왼쪽으로 옮겨 수동모드를 택한 뒤 엄지손가락으로 토글스위치를 조절해 변속하는 방식이다. 엄지손가락을 까딱 거릴 때마다 엔진 소리가 달라진다. 재미있다.
쌍용차는 디젤 엔진의 진동을 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 정성을 기울였다. 엔진룸에 서브 프레임을 적용해 모두 4곳에서 엔진을 지지하게 만든 것. 4점 마운트 중 하나는 세로 방향으로, 또 하나는 오일을 넣어 지지하게 했다. 엔진에 밸런스 샤프트도 적용했다.
그래서일까. 주행중 엔진의 떨림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핸들이나 변속 레버를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도 없다. 낮은 톤으로 울리는 특유의 디젤엔진 사운드만이 엔진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엔진은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초기 반응을 조금 빠르게 세팅했다고는 하지만 운전자가 무뎌서인지 이를 눈치 챌 정도는 아니었다. 가속페달은 저항 없이 끝까지 한 번에 밟힌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가속감이다. 공차중량 1,730kg, 성인 3명을 태우고 힘든 기색 없이 잘 달렸다.
시승차는 사륜구동 모델. 고속주행에서 느껴지는 차체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엔진도 힘겨운 기색이 없었다. 바람 소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차체가 높은 SUV인만큼 속도를 올릴수록 커지는 바람소리가 운전자의 기를 죽인다. 그래도 아주 빠른 속도까지 올리는데 무리는 없었다.
코너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자세였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흔들림이 드러날 때가 있었지만 이 때문에 코너링에 부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차체의 높이에서 오는 핸디캡을 사륜구동시스템이 적절히 보완해주고 있었다.
잠깐 올라섰던 눈쌓인 오프로드에서도 코란도C는 잘 움직였다. 역시 사륜구동의 힘이 컸다. 게다가 코란도C에는 사륜구동의 로 모드에 견줄 수 있는 4WD 록 기능이 있다. 좀 더 거친 오프로드에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기본 기능을 갖춘 셈이다. 코란도의 DNA라 할 수 있는 야성을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코란도라면 4WD라야 한다. 코란도C도 그렇다.
2.9 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은 재미있다. D컷 핸들을 응용해 좌우측으로 살짝 변형을 줬다. 동그라미인 듯 아닌 듯, 울퉁불퉁하게 느껴지는 손맛이 색다르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로드에서 시트의 좌우측 날개가 기우는 몸을 적절하게 지탱해준다. 운전자의 몸은 차체의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시트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크루즈컨트롤은 정해진 속도로 달리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수행한다. 차간거리 조절 기능은 없다.
메이커가 밝힌 연비는 11.8km/L다. 운전하는 동안 계기판이 보여준 연비는 9km/L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 가감속을 자주하고, 고속주행까지 시도하는 등 거친 시승조건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나은 연비를 기대할 수 있겠다. 차분하게 차를 다루면 공인연비 수준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카돈의 서브 브랜드인 인피니티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제법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지만, 바람소리가 커지는 구간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80~100km/h 구간이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한계치다. 인피니티 오디오는 7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를 함께 묶어 135만원이 든다.
DX 트림의 기본 판매가격은 2,877만원. 사륜구동을 택하려면 180만원을 더 줘야 한다.
코란도C는 티볼리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QM3, 트랙스, 니로 등의 경쟁자들을 누르고 티볼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 SUV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코란도C는 그 윗급인 준중형 SUV 시장에서 투싼, 스포티지와 우열을 가려야 한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 이제 좀 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코란도 C에는 주행보조장치인 ADAS가 없다. 기본 품목은 물론 옵션 리스트에도 없다. 쌍용차가 티볼리에 이를 적용하면서 단돈 70만원이라고 자랑하던 장비인데, 티볼리보다 윗급인 코란도C에서 이를 만나볼 수 없다는 건 아이러니다.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조향보조장비 등으로 구성되는 ADAS 시스템은 코란도C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이 차를 코란도의 5세대 모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약간의 디자인 변화가 전부인데 어떻게 새로운 세대를 시작하는 모델로 정의하는지 당혹스럽다. 개발 코드 네임부터 완벽하게 새로운 풀모델 체인지를 거칠 때 비로소 세대 구분을 할 수 있는 게 상식이다. 제발 이 차가 5세대라는 주장은 거두어 주시길 청한다. 대한민국 최장수 브랜드 ‘코란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