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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90을 만났다.

볼보 XC90은 디젤엔진인 D5 AWD, 가솔린 엔진 T6 AWD,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등 3개 파워트레인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D5에 모멘텀, R 디자인, 인스크립션, T6에 R 디자인과 인스크립션, T8에 인스크립션과 엑설런스 등의 트림이 있다. 제법 다양한 제품구성을 갖췄다. 시승 모델은 T6 인스크립션.

볼보 특유의 단정한 라인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과장된 몸짓이 없는 단순한 라인이어서 더 눈길이 간다. 보닛 끝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로 이어지는 라인은 수직이다. 튀어나온 모서리 없이 넓은 면적을 이루는 것. 보행자와의 충돌시 충격을 분산시킨다는 취지다. 안전. 볼보의 역사를 관통하는 DNA가 적용된 디자인이다. 휴머니즘이 묻어있다. 범퍼 아래 뾰족하게 나온 에어로파츠는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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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디자인은 인테리어로 이어진다. 9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대부분의 기능을 조절한다. 해상도는 768×1020 픽셀. 선명한 화면이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수는 확 줄였다.

7인승이다. 3열까지 시트가 있다. 3열은 딱 맞는 공간, 2열은 슬라이딩이 가능해 공간 조절이 가능하다. 5명이 타면 여유 있는 공간을 누릴 수 있다. 1, 2, 3열의 시트 높이가 조금씩 높아지는 극장식 구조를 택했다. 뒷좌석 승객의 시야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구성이다.

2.0 가솔린 엔진은 구성이 특이하다. 터보와 수퍼차처를 함께 적용한 직렬 4기통 2.0 엔진이다. 대게 터보와 수퍼차저는 둘 중 하나만 적용하는 게 정석이다. 저속에선 수퍼차저의 빠른 응답, 고속에선 터보차저의 고출력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금씩 부족한 두 개의 과급시스템을 합쳐 하나의 완전체를 만들어 만들어낸 셈이다. 차의 반응도 인상적이지만, 두 시스템을 함께 사용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5,700rpm에서 터지는 320마력의 최고출력이 그 결과물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놀랍도록 가벼운 가속감이 순식간에 살아난다.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메이커 발표 기준 6.5초. 이를 넘어서 최고속에 이르는 시간도 빠르다. 날렵한 SUV의 자태가 성능에서도 도드라진다. 중대세단과 속도경쟁을 벌인다 해도 뒤지지 않겠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

[사진제공=볼보자동차]

중저속에서 생각만큼 조용하진 않았다. 자잘한 노면 소음과 바람소리가 파고든다. 시끄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편도 아니다. 최고수준의 정숙성을 기대하면 안되겠다.

한계에 가까운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 사륜구동의 힘이다. 체감속도가 빠르지 않고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속도에 비해 크지 않다.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모드 등의 주행모드가 있다. 여기에 사전 입력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놓은 인디비듀얼 모드가 더해진다. 다이내믹 모드에선 훨씬 더 팽팽한 탄력을 느낄 수 있다. 굳이 다이내믹 모드를 택하지 않아도 에코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비슷한 반응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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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를 말하면서 안전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과거엔 사후 안전, 즉 충돌안전의 개념이 강했다. 차 자체의 튼튼함이다. 7대의 볼보가 멀쩡한 형태로 쌓아놓은 사진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업계가 공을 들이는 건 사전 안전, 즉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또한 자율운행과 일정부분 상관관계가 있다. 볼보는 그 선두그룹에 있다. 볼보의 대표적인 안전시스템이 파일럿 어시스트Ⅱ다.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완성된 반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최고 140km/h의 속도까지 차선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차선유지는 차선을 넘어갈 때 잡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게 해준다.

스티어링 휠에 가해지는 힘은 더 강해졌다. 덕분에 굽은 길을 빨리 달릴 때에도 차선을 유지하며 확실한 조향을 유지해준다. 실제 핸들을 쥐어보면 좀 더 강한 힘이 스티어링 휠을 장악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운전자는 가볍게 손을 핸들에 얹어놓은 기분으로 달리면 차가 알아서 움직인다. 반자율주행의 수준이 한 층 더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

[사진제공=볼보자동차]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은 보다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한다. 차가 도로를 이탈하는 상황의 데이터를 사전 입력해 두고 이와 유사한 근사값이 발생하면 차가 전복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해 안전띠를 미리 조이고 운전자의 몸을 충돌이 일어나는 반대방향으로 고정해준다. 시트에는 에너지 흡수장치가 있어 이 같은 비상상황에 대응한다.
긴급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는 덩치가 큰 동물까지 인식 범위를 더 넓혔고, 교차로에서 반대편 직진차까지 감지하는 기능을 더해 인텔리 세이프로 진화했다.

늘 안전을 고려한다는 건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다. 볼보는 그래서 진한 휴머니즘을 간직한 브랜드다.

볼보 XC90 T6 인스크립션의 판매가격은 9,5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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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석 시트는 불편했다. 안마 기능까지 갖춘 고급 시트인데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지지대가 딱딱하게 느껴졌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늘 운전자와 함께 해야 하는 운전석 시트인데 이렇게 불편한 건 이해가 안 된다. 개선이 시급하다.
핸들에 자리한 음성인식 버튼은 무용지물. 작동하지 않는다. 한글화가 안 된 탓이라 생각해 본다. 아직 한글 적용이 안됐다는 것. 이젠 볼보도 현지화에 좀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