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KAMA 김용근 회장 “2020년 배기가스 기준 재고 요청할 것”

-오토다이어리 창간 10주년 기념 인터뷰 1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디젤게이트가 업계를 강타했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의 보급 확대, 자율운행자동차의 등장, 커넥티드카로 대표되는 자동차의 전자화 등등. 업계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고 업계의 이익을 지키고, 관련 제도를 고민하는 곳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협회는 한국자동차산업의 또 다른, 치열한 현장이다.

오토다이어리가 창간 10년을 맞아 협회를 이끄는 김용근 회장을 지난 12월, 서울 서초동에 자리한 협회의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회장은 1956년생으로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를 시작으로 해운항만청, 상공부, 경제협력개발기구,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을 지냈고, 2013년 10월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2년간 세계자동차산업협회(OICA)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미국 허드슨 연구소 파견 중이었던 그는 뉴욕타임즈에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고금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글을 기고해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는 여성 모델들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관행적으로 부풀려 발표하던 관람객수의 거품을 걷어내 실제 인원수로 발표하는 등 소신과 뚝심을 갖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앞서 방문객 접견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김 회장은 “연구용역, 환경문제, 이산화탄소 문제, 자동차 소비시장 변화 깊게 보기 위해 외부 전문연구소에 가서 토론하고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환한 웃음으로 일행을 맞았다.

김 회장은 “열심히 했지만 내수도 수출도 힘들었던 한 해였다. 내수는 2017년에는 16년보다 1~2%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수출은 중동, 남미, 개도국이 침체였고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받쳐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2016년을 평가했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의 레토릭이 많을 것이다. 당장 통상마찰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무역에서 자동차가 60~70%를 차지하는데 어떤 식으로 대미무역에 마찰이 올지 걱정이다. 한미 자유무역으로 미국차가 많이 수입되고 있고 폭스바겐 디젤차 판매 감소로 미국차에 반사이익도 생기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차에게 득이 될 것이다. 트럼프 집권으로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걱정이다. 멕시코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한국차의 북미수출에는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1월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갈 예정인데 미국자동차협회장을 만나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세계자동차산업협회(OICA) 회장 2년 임기를 올해 마쳤는데
“세계의 자동차 산업을 논하는 자리에 한국인이 처음으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미가 크다. 초기 일본이 잠깐 회장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 이후 아시아에서 OICA 회장을 한 적은 없었다. 회장을 하는 동안 OICA 차원에서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느끼나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 의외로 소비자들은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 미국만 부정적으로 나왔다. 중국, 유럽시장에서는 디젤차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선 고급차 위주로 디젤이 장착되기 때문에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 한국은 디젤차 전망이 밝지 않다. 내년도에 디젤차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되면 가격인상요인이 생겨 디젤차의 경쟁력이 약해진다. 작은 차부터 디젤차가 단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비용의 증가 때문이다. 다만 중대형 SUV 이상에서 디젤차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 부문도 중요한 이슈인데.
“앞으로 20년 동안은 내연기관차량의 주도가 이어질 것이다. 친환경차 시대로 바뀌더라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우리는 이 시기동안 친환경차 시대를 준비해야한다. 하루아침에 친환경차 자동차 세상이 될 수는 없다. (친환경차 보급이) 외부의 기대감만큼 절대 빠르지 않다. 내연기관이 상당기간 갈 것이다”

-업계에선 배기가스 규제기준이 너무 강하다는 불만도 있다.
“2020년 배기가스 기준은 2014년 이전에 만들어졌다. 연비 측정방식도 강화됐다. 과거 2-3년 동안 규제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산업계에서 (이와 관련해) 다시 논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2020년) 기준은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기준을 못 지키면 과징금을 물어야한다. 정부에 중간평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3월 30일부터 시작할 예정인 서울모터쇼 준비 상황은?
“자율주행, 친환경차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쇼를 만들고 싶다. 한국이 세계 5대 생산국이니 서울모터쇼도 세계 5대 모터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내수시장에 비례해서 봐야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에 맞는 모터쇼를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업체들이 전자박람회에 참여하는 추세는 어떻게 보나.
“소비자가전박람회(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자동차가 자율주행 기술로 대접을 받고 있다. 자동차가 있어 전시회 분위기가 더욱 좋아진다. 또한 디트로이트, 프랑크푸르트, 파리모터쇼에서도 IT 관련기술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모터쇼도 IT기술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20%를 넘본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차를 원한다.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해 (수입차들을) 수용해야 하며 우리가 해외에서 대접을 받으려면 인정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더욱 노력해 좋은 차를 만들어 글로벌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수입차를 억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사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노사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려운 회사의 노사는 도와줘야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노사관계를 보면 6.29 선언 이후 노사관계가 시작됐고, 세계적으로 보면 노쪽에 힘이 실려 있다. 협상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쉽게 파업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
물론 대기업의 횡포도 많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은 상법, 공정거래법으로 제한받는다. 노사 간 협상의 균형권을 정부가 도와주면 좋겠다. 노조가 스스로 변하길 바라고 계속 호소하고 있다. 자제력을 부탁하고,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다. IMF 이후 해외로만 나가는 자동차 공장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치된다면 박수치고 응원해주고 싶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협회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정부도 세종시로 가고, 김영란법 때문에 정부와 소통의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결정하기 좋은 질 좋은 정책을 펴도록 협회가 자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국회가 됐든 누가 됐든 합리성 논리성 객관성을 갖추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나라 자료들을 많이 분석하고, 협회 직원들의 능력향상, 교수들과의 공동협력을 많이 하고 있다”

-임기 내에 역점 뒀던 부분은?
“환경규제, 안전규제, 노사관계 등이 산업정책과 조화롭게 도출되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협회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균형점을 찾는 역할을 했고 세계 자동차 협회에서 네트워킹을 조성해서 소통도 했다. 협회가 정말 중요하며 어떤 정책을 내느냐에 따라 국가 정책의 질이 달라진다. 25년 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자동차협회를 능동적으로 만드는데 기초를 닦았다. 자동차협회가 잘 되길 바랄 뿐이다”

– 오는 3월이면 임기를 마치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행정부도 있었고 공공기관장도 해봐서 이 시대를 사는 젊은 후배들에게 어떻게 사는지 충고를 해주는 책을 쓰고 싶다. 수필도 써보고 싶다. 젊었을 땐 문학소년이었다. 신춘문예도 응모했었지만 떨어졌다. 한 사람 한사람이 중요하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되려면 2배 이상 열심히 일해야 한다. 각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애국자다. 나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 애국이다. 세대별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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