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고 나온 놈, K7 하이브리드다. 2016년을 한 달 남기고 탄생을 고했다. 하루가 아쉬운 때, 발표회를 겸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바로 시승이 시작됐다. 왕복 100km가 안 되는 길을 기자 둘이 나눠서 탔다. 차 한 대 오롯이 차지하고 이박삼일 징그럽게 타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두 시간 타고, 뚝딱 하더니, 한 시간도 제대로 못타고 뚝딱. 자판기처럼 시승기를 쓴다. 자괴감이 든다. 내가 이럴려고…….
근본은 K7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K7에서 가지를 친 모델. 2.4MPI 엔진에 38kW짜리 모터를 더해 움직인다. 배터리와 모터가 엔진과 호흡을 맞추며 달리는 하이브리드 모델. 출발할 때와 엑셀 오프할 때, 정속주행할 때 시시때때로 엔진이 멈추고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혜택이 제법 있다. 하이브리드 차는 등록과정에서 취득세 감면, 공채 할인 등을 받을 수 있고, 공영주차장 이용료도 50%만 내면 된다. 2,000원을 내야하는 남산 터널도 공짜로 지날 수 있다. 하지만 차 값이 더 비싸다. 연비가 좋아 1년에 3만km씩 3년쯤 타면 아낀 기름값이 차액을 상쇄한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평균 2만 km를 탄다면 4년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다. 9만km를 타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준대형 세단인데, 가격 차이를 기름값으로 만회하겠다는 계산은 좀 안쓰럽다. 계산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보다는 배터리 평생 보증, 10년 20만 km 보증이 더 눈에 들어온다.
퇴근 시간처럼 밀리는 길에서 하이브리드는 빛을 발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연료 효율이 크게 높아져서다. 브레이크를 밟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할 때마다 새나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래서 K7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 주행연비(16.2km/L)와 시내주행 연비(16.1km/L)가 비슷하다. 복합연비는 16.2km/L. 거의 똑같다고 해도 좋은 수준. 밀리면 밀려서 좋고, 뻥 뚫리면 또, 그것대로 좋으니 하이브리드를 타면 정신 건강에도 좋겠다. 시승중 기록한 연비는 11.4km/L. 계기판이 알려준 시승중 운전자의 운전모드는 경제운전 20% 보통운전 29% 비경제 운전 51%다. 연비가 안 좋은 이유다.
진짜 재미있는 건, 계기판을 통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동력 흐름을 보면서 운전하는 것. 엔진에서 바퀴로 동력이 갈 땐, 기름을 때는 것, 즉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셈이다. 바퀴에서 배터리로 동력이 흐를 땐, 전기를 생산해 저장하는 것, 즉 저축하는 셈. 이걸 보면서 무작정 가속페달을 밟아댈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아끼려는 본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장치다. 연비 운전을 하고 싶을 땐 계기판에 이를 띄우고 운전하길 권한다.
혁신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이 몇 개 있다. 초반 가속 반응을 빠르게 해주는 ‘래피드 다이내믹 킥다운’은 시속 20km/h까지 도달하는 초반 가속 시간을 기존 3.0초에서 2.2초로 앞당겼다. 하이브리드지만 다이내믹한 주행도 얼마든지 가능함을 말해준다. 능동부밍제어도 있다. 낮은 rpm에서 발생하는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모터의 역방향 토크로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덕분에 차의 실내는 더 조용했다.
명쾌한 헤드램프의 Z 라인은 리어램프에도 새겨졌다. 뭔가 날카로운 느낌이다. 나파가죽에 퀼트 무늬를 넣은 시트는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단정한 인테리어다. 센퍼페시아에 자리한 공조버튼 중에는 ‘드라이버 온리’가 있다. 운전자 혼자만 탑승할 땐, 운전자에게만 송풍을 해주는 것. 버튼 하나로 자린고비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2.4 가솔린 MPI 엔진의 출력은 159마력. 여기에 모터출력 38kW가 힘을 보탠다. 기존 5.3Ah에서 6.5Ah로 성능을 높인 배터리는 리어 시트 뒤쪽에서 시트 바닥 아래로 장소를 옮겨 배치됐다. 공차중량 1,680kg인 차체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밟으면 밟는대로 쭉쭉 뻗어나간다. 엔진 소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엔진 소리는 중저속구간에선 노면 소음에 묻히고, 고속주행할 땐 바람소리에 묻힌다. 풀 쓰로틀로 가속할 때 정도나 좁은 음폭으로 커지는 엔진소리를 겨우 듣게 된다. 그나마 EV 주행모드땐 아예 엔진이 꺼져 버린다. 가다 설 때도 어김없이 엔진은 멈춘다. 때때로 일을 멈추는 게 미덕인, 불성실한 엔진이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속도를 조절한다. 아주 빠른 속도로 앞차에 접근한 뒤 가속페달을 놓으면 강한 제동을 발휘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추돌 위험이 있을 땐 경고음과 더불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빨간 경고등을 띄워 주의를 촉구한다. 차선이탈경고장치(LDWS)도 있어 무심코 차선을 넘으려할 땐 경고음을 낸다.
225/55R17 사이즈의 타이어는 넥센 제품. 하이브리드 전용 타이어로 타이어 트레드를 이중으로 설계해 연비와 주행성능을 모두 노렸다. 편평비 55 시리즈에 17인치로 준대형치고는 타이어 사이즈가 작은 편이다. 연비에 좀 더 신경을 쓴 세팅으로 봐야한다.
다양한 장치들이 하이브리드 차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자리한 액티브 에어플랩이 대표적이다. 주행상황에 맞춰 플립을 열고 닫아 공기 흐름을 최적화한다. 공기 저항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연비개선 효과, 엔진 열관리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속도로 안전구간 자동감소 기능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해 과속 카메라가 있는 지점에서 속도를 줄여준다.
하이브리드지만 허약하진 않다. 에코, 노멀, 스포츠, 3개의 주행모드가 있어 힘 쓸 때와 아낄 때를 안다. 에코는 느슨하고, 스포츠는 예민했다. 에코 모드가 조금은 허약한 초식남의 이미지라면, 스포츠 모드에선 근육질의 남성미가 제법 풍긴다. 작정하고 달리면 스포츠세단 같은 기분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야들야들한 가죽 시트는 몸을 여유 있게 받아준다. 냉난방 장치도 있다. 시원한 바람도 나오고 열선을 작동시키면 따뜻한 아랫목이 된다. 습한 장마철, 추운 겨울철 가리지 않고 드라이버가 사계절 쾌적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등으로도 바람이 나온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깔끔했다. 진행방향, 속도, 제한속도, 차선이탈, 크루즈컨트롤 설정 속도 등을 컬러로 깔끔하게 띄워준다. 계기판의 수퍼비전 클러스터는 7인치 TFT LCD 패널을 사용해 다양한 주행정보를 알려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당당하게 자리한 오디오 조작버튼. 그 위로 CD 수납공간처럼 보이는 부분은 그냥 막혀있다. 언 듯 보면 자연스러운데 자세히 보면 이상하다. 빈곤한 상상력, 아이디어의 궁색함이 보인다. 뭔가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인다.
장시간 운전할 때 유용한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는 K7 하이브리드에서 만날 수 없다. 차선을 읽으며 제한적이지만 스스로 조향을 하는 LKAS 정도는 선택할 수 있어야 준대형 세단에 어울릴 텐데 이 차에선 차선이탈 경보장치(LDWS)로 대신했다. 조향을 보조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소리로만 차선 이탈을 경고해 주는 것. 기본 장착은 어렵다해도 LKAS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