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에 앞서, 태풍 차바에 피해를 입어 망연자실해 있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힘내시라는 응원을 보낸다.
현대차도 많은 피해를 봤다. 현대차 발표에 따르면 신차 수십대가 침수됐고 생산 공장까지 물에 잠겨 생산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건 현대차의 피해가 아닌 침수된 신차들이다. 현대차가 이 차들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지 않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폐기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현대차는 밝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침수차 30만원 추가할인” 해준다는 내용이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퍼지며 의심을 키웠다. 자동차 침수 피해를 당한 소비자가 새 차를 살 경우에 추가할인해준다는 내용이, 표현상의 문제로, 침수 피해를 입은 새차를 30만원 더 깎아준다는 의미로 잘못 전달되며 오해를 부른 것이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이처럼 민감하게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건, 그만큼 이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과연 현대차는 침수차를 어떻게 처리할까. 말처럼 폐차하고, 연구용으로만 사용할까. 내부 직원에게 판매하고 이 차가 다시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나오는 일은 없을까. 깨끗하게 정리하고 신차로 판매하지는 않을까. 하는 게 그들이 의심하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어떻게 해야할까. 침수 피해차량의 평균 가격을 대당 3,000만원 정도로 잡는다면 100대가 침수됐다해도 전체 피해액은 최대 30억원에 이르지 않는다. 불안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피해는 훨씬 더 커진다. 현대차로선 신차 수십대가 물에 잠겨 입게된 직접적인 피해보다, 그 차들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않을까 의심하는 소비자들의 불안이 불러올 2차 피해가 더 크게 생겼다. 침수차로 입은 직접적인 피해보다 내가 사는 차가 침수차일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에 따른 구매회피가 불러올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임은 분명하다.
현대차가 이번 침수차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누구도 반론을 재기할 수 없는 방법으로 침수차를 처리한다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은 잠재울 수 있지않을까.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어쩌면 현대차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피해를 입고도, 더 큰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현대차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스스로 피해를 입었지만 현대차는 지난 7일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50억원을 울산시청에 기탁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