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프랑스 짠돌이 시트로엥 C4 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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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동차는 무엇인가.
시트로엥 C4 칵투스를 마주하면서 든 생각이다. 자동차를 대하는 자세가 우리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다름은 다름일 뿐 틀림이 아니지만 때로 틀린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프랑스 짠돌이 시트로엥 C4 칵투스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많이 달랐다. 보디에 에어백을 달 생각부터, PSA 그룹의 MCP 변속기까지.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가격에 먼저 눈길이 간다. 2,490만 원 부터 2,890만 원까지 수입차로서는 경이로운 가격대다. 물론 이전에도 몇몇 차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2,000만 원대 수입차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차체 측면에 에어 범프가 올록볼록 달려 있다. 차체에 달린 에어백이다. 가벼운 충돌이나 스크래치흠집 등을 당해도 큰 걱정 없이 에어 범프 만 교체해주면 된다. 교체 비용은 단돈 10만원 안 팍. 가벼운 접촉 사고쯤은 쿨하게 웃어넘길 수 있다.

상상력과 그 생각을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다른 문제다. 장난스럽게 시작된 아이디어지만 이 같은 상상력을 실제 자동차에 적용하는 시트로엥의 실행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상상력은 실내에서 더 빛을 발한다. 위로 열리는 글러브 박스, 지붕에서 터지는 에어백, 버튼식 변속레버, 변속레버 같은 사이드 브레이크, 공원의 벤치 같은 시트 등. 다른 차들과는 전혀 다른 아이디어가 실내 곳곳에서 반짝인다. 다르다. 많이 다르다.

내비게이션이 없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큼지막한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지만 지도는 뜨지 않는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해 생략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려는 의도도 있음을 짐작해본다.

넓은 통유리로 덮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지붕을 이룬다. 유리를 덮는 가림막은 없고 추가로 설치한 가림막은 손으로 탈착할 수 있다. 완전 수동식 탈착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클립을 유리창에 부착했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그 자체를 즐기던지 아니면 글래스 루프를 아예 없애고 그냥 지붕을 덮는 게 낫겠다. 다행히 글래스 루프는 태양 뜨거운 태양광 잘 막아줘 가림막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공원의 벤치를 닮은 시트는 적당한 쿠션을 가지고 있고 엉덩이가 닿는 바닥 면도 넓어서 허벅지까지 충분하게 잘 커버해준다. 여유가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거칠게 달릴 때는 좌우로 기우는 몸을 제대로 지탱해 줄지는 의심스럽다. 마구 달리지 말고 천천히 창 밖 세상을 관조하면서, 유람하듯 달리라고 시트는 말하고 있다.

길이 4,160mm 너비 1,730mm 높이 2,530mm의 크기. 문을 열고 엉덩이를 들이밀면 편안하게 시트에 앉을 수 있다. 공차중량은 1,240kg으로 상당히 가벼운 편. 기본에 충실했고 이런 저런 장비들을 많이 넣지 않아서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심지어 뒤창은 아래로 열리지 않고 살짝 재껴서 문틈을 여는 정도로 구성했다. 차창이 아래로 밀려 내려갈 공간이 필요 없어 도어 아랫부분의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PSA 그룹의 1.6 블루 HDI 엔진은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 kgm의 힘을 낸다. 숫자만으로 보면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달려보면 필요한 만큼의 힘은 낼 줄 안다. 고속주행도 제법 잘 해낸다. 강한 맞바람을 이겨내고 고속주행까지 소화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체감속도가 실제 속도보다 조금 높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차급에 비해 괜찮은 성능이다. 고속에서 바람소리는 제법 들린다. 차체의 단면적이 큰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

변속기는 MCP 방식이다. 가속시 지체되는 현상 때문에 몸이 끄떡거린다. 처음 운전하는 이들에겐 매우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시간을 두고 적응해나가면 좀 더 부드럽고 원만하게 다룰 수 있겠지만 이 차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겐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MCP 변속기 장점은 탁월한 연비다. 수동변속기 기반의 변속기이기 때문에 자동변속기보다 훨씬 나은 연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17.5km/L로 일등급이다. 조금 신경 써서 운전을 한다면 20km를 훨씬 뛰어넘는 탁월한 연비를 만날 수 있다. 시승 중 기록한 연비는 25km/L로 대단한 수준이다. 마구 달리고 고속 주행하고 공회전하고 브레이크를 밝고 저속 주행을 이어가는 등 불규칙한 운전을 기어가도 시속 20km/L 이상의 연비를 보였다.

스탑 앤 고 시스템도 탁월한 성능을 보여줬다. 멈추면 어김없이 엔진이 따라 멈췄고 재시동도 부드럽고 빠르다. 재시동 걸릴 때 진동 도 크지 않아 이질감이 작다. 적어도 스톱 앤 고 시스템에 관한 한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도 앞서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아끼는 프랑스 짠돌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하다.

자동차는 자동차일 뿐 고급 일 필요도 비쌀 필요도 없다. 다만 편하고 재미있게 합리적인 수준에서 즐길 수 있다면 좋다. 칵투스를 통해 자동차를 만드는 시트로엥의 자세를 읽는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파노라믹 선루프는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는 게 좋겠다. 손으로 떼고 붙이는 번잡스러울 뿐 아니라 선루프 한가운데 별도의 클립을 끼워 넣어 시각적으로 걸린다.
C 필러는 너무 두껍다. 강인하고 튼튼한 인상을 주지만 시야를 가리는 게 유감이다. 고개를 돌려 시야를 확인하려고 해도 C 필러 주변이 꽉 막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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