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10세대 E 클래스의 등장은 화려했다. 서울 근교의 요트항구에서 기자와 고객들을 불러 프리미엄 럭셔리 중형세단의 한국 상륙을 알렸다.

하지만 그 처음은 정반대였다. E클래스의 뿌리 170V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170이 처음 등장한 건 1931년으로 한참 더 오래 된 일이다. 2차 대전 동안 민수용차를 만들 수 없었고 전쟁 후에 다시 이 차를 만들어 팔았던 것. 벤츠는 이때를 E 클래스의 효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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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에서 패한 뒤 폐허로 변한 전후 독일에서 벤츠는 불과 2년 만인 1947년에 170V를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공장이 폭격으로 파괴된 독일에서 2년 만에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연합군의 공습이 막바지일 때 벤츠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공장들은 군수물자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었고 당연히 공습의 타깃이 된다. 연합군이 진격해 들어오자 히틀러 정부는 연합군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불태우라는 초토화 작전을 명한다. 하지만 벤츠는 이를 무시하고 주요 설비를 지하 공장으로 숨겨 버린다. 그 안에 170을 만드는데 필요한 금형과 공작기계들이 있었던 것. 슈투트가르트 공장이 70%가 부서지고 만하임 공장도 대부분 파괴됐지만 170V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다. 벤츠는 170V를 씨앗으로 삼아 본격적인 전후 복구에 나서게 된다. 이처럼 극적인 스토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또 다른 힘이다. 어쨌든 역사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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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E300 4매틱 익스클루스브. 럭셔리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진 모델이다. E 클래스에 적용되는 두 개의 디자인 버전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모던한 느낌의 아방가르드와 클래식한 익스클루스브다. 보닛 끝에 삼각별, 고전적인 분위기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익스클루시브의 특징이다.
멀티빔 헤드램프는 좌우 각 84개의 LED 램프를 적용해 최첨단 기술로 만들었다. 4개의 컨트롤유닛이 초당 100회의 계산을 통해 84개의 LED를 하나하나 개별로 작동시킨다. 여기에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플러스가 더해져 야간 운전까지 커버한다.

계기판에서 시작해 대시보드까지 길게 배치된 대형 모니터는 실내를 압도한다. 두 개의 모니터를 이어 붙여 마치 야전 상황실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보여지는 곳이 상황실이라면, 틀린 얘기도 아니다. 더 나아가 조수석 앞까지 모니터를 이어붙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선명하고 시원한 모니터는 그 자체로 최첨단이다.

튀지 않는 은은한 컬러로 도어트림과 대시보드 등에 사용된 무늬목은 자칫 가볍게 튈 수 있는 실내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 최첨단 분위기의 모니터와 무게감을 가진 나무가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번쩍이는 재질은 조금 아쉽다. 무광이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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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2.2회전한다. 놀라운 조향비. 아주 조금 움직여도 크게 반응하게 만들었다. 다이내믹함을 강조하기엔 딱 좋은 세팅이다.

트렁크는 깊다. 위로는 철판이 드러나 있다. 뒷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레버가 트렁크에 있다. 공간을 더 넓게 써야할 필요가 있을 때 뒷 시트를 접을 수 있다. 하지만 뒷시트를 접어도 객실과 트렁크를 분리하는 가로막을 치울 수는 없다. 공간 활용에 제약을 받는 것.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대신 런플랫 타이어를 썼다. 245/45R18 타이어가 사용됐다.

핸들에는 좌우에 버튼이 있다. 터치컨트롤 스티어링 휠버튼이다.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낸 뒤 누르는 방식이다. 핸들을 쥔 채로 쉽게 작동된다. 부드럽고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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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주차 보조 기능이 크게 개선됐다. 더 좁은 공간에 주차할 수 있고, 여러 개의 공간중 하나를 택할 수도 있다. 놀라운 건 변속기도 스스로 조작한다는 것. 주차 위치를 결정하고 처음 R 버튼을 누르면 스스로 자동주차가 시행되는데 앞뒤로 전후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변속기 조작도 스스로 한다. 평행주자, 직각주차, 전진주차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주차를 스스로 해낸다. 빠듯한 공간에서 두 차례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를 통해 주차를 시도했는데 한 번 성공, 한 번 실패했다. 실패할 때에는 수차례 비슷한 궤적에서 전후진을 반복하다 포기한 뒤 운전자가 직접 주차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아직은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은 세로로 배치됐다.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는 37.7kgm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와 벤츠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이 더해졌다. 전후좌우의 균형이 비교적 잘 잡힌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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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 구간에서 찰지다. 네 바퀴가 무게감 있게 도로를 디디며 움직이는 반응이 그랬다. 흔들림이 덜하고 운전자의 자신감이 높아지는 건, 전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4매틱의 효과다. 차 성능의 50~60% 정도 쓰게 되는 코너를 80% 이상으로 달려도 너끈히 받아준다. 네 바퀴가 도로를 밀고 달리는 느낌 참 좋다. 바퀴에선 적당한 무게감이 살아나고, 차체는 안정감 있게 도로를 탄다.

턱을 넘거나 충격을 받을 때 반응은 나뉜다. 부드럽게 잘 넘어서는가하면 노면 쇼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받아 칠 때도 있다. 특이한 느낌이다. 신기한 건 맞받아 칠 때도 시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쇼크가 크지 않다는 것. 충격의 상당 부분을 효과적으로 상쇄시키고 있었다.

9단 변속기는 1단 기어비가 5.35로 시작해 9단 0.60으로 마무리한다. 6단에서 일대일에 맞췄고 7, 8, 9단이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저속에서의 강한 구동, 고속에서의 빠른 속도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변속기다. 깊은 가속을 이어가면 적당한 변속감이 살아나고 속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변속할 때에는 적당한 타격감이 느껴진다. 밋밋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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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중량 1,79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3kg이다. 메이커에서 밝히는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6.3초. 실제 운전을 해보면 이 보다는 조금 더 걸리는 느낌이다.

이미 익을 대로 익은 E 클래스는 이제 전자장비를 통해 그 완성도를 더 높이고 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시대를 본격 예고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기능들이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에는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 기능과 스티어링 파일럿 기능이 포함된 새로운 드라이브 파일럿, 교차로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 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보행자 인식 기능이 포함된 조향 회피 어시스트, 한 단계 더 발전한 프리-세이프 플러스, 측면 충돌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보호해주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등이 있다. 차가 판단하고 운전에 개입하는 상황이 더 많아졌다. 운전자가 차간 거리와 차선을 인식하며 주행하고, 운전자의 조치가 미흡할 때, 차 스스로 판단하고 제동하고 멈추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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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능들이 ‘어시스트’ 라는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보조장치라는 것이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기능들이고 운전의 최종책임은 운전자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의 최종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어시스트’ 꼬리를 떼고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양산모델중 여기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자동차가 10세대 E 클래스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자율주행의 시대를 향해 큰 걸음을 ‘성큼’ 내딛고 있다.

역사에 등장한 이래로 E 클래스는 그 시대 중형세단의 정점에 서 있었다. 이 시대 중형세단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10세대 E 클래스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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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 트렁크 윗 부분 맨 철판은 의문이다. 왜 그럴까. 프리미엄 세단인데, 맨 철판을 마주봐야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주 잘 정돈된 모습이기는 하지만 맨 철판이 숨겨지는 건 아니다. 좀 숨겨 줬으면 좋겠다.
모니터는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다. 커맨드 컨트롤러의 다이얼을 이용해 조작한다. 크게 불편한 건 아니지만 터치스크린이면 훨씬 더 편하게 조작할 수 있겠다. 커맨드 시스템의 한글입력은 불편했다. 다이얼을 이용해 자음과 모음을 왔다 갔다 하다가 급한 마음에 잘못 입력할 때도 많다. 그냥 터치를 허하라.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