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혼다 HR-V, 거꾸로 접어 만든 새 공간

[혼다] HR-V 매직시트_2

뒷문을 열었다. 시트가 서 있다. 시트의 바닥면이 등받이 쪽으로 올라와서 접힌 것. 행여 기자가 보지 못할까 아예 접어놓고 차를 건넸다. 당황은 잠깐, 웃음이 번진다. 빛나는 아이디어다. 시트를 거꾸로 접는 셈이다. 물론 시트는 기존 방식대로 등받이가 밑으로 내려가 접히기도 한다.

역발상 대가는 공간이다. 126cm 이내의 긴 물건을 세운 채 실을 수 있다. 강아지 전용 공간으로도 딱이다. 개 키우는 사람들에겐 이 차 제법 매력적이겠다. 혼다가 새로 선보인 HR-V의 뒷시트 얘기다.

HR-V는 공간이었다. 길이 4,295, 너비 1,770, 높이 1605mm 안에 이런 공간을 집어넣었다는 건 놀랍다. 688리터의 트렁크 공간은 최대 1,665리터까지 확장된다. 1열 시트 아래로 연료탱크를 전진배치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확보했다. 일반적인 소형 SUV가 꽉 끼인 옷 같은 ‘저스트 스페이스’를 가졌다면 HR-V는 그보다 조금 더 여유 있다.

혼다코리아가 최근 시장에 투입한 HR-V는 준중형인 CR-V보다 아랫급으로 소형 SUV에 해당한다. 신차발표회도 없이 조용히 시장에 스며들었다. 내실을 강조하는 혼다코리아 다운 행보다. 시장 1위를 다투며 양적 팽창을 하는 수입차 시장에서 혼다는 조용히 실리를 챙겼다. 지난해 전 딜러 흑자가 그 결과다.

찜통 안에 들어앉은 듯한 날씨에 HR-V를 만났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다. Hi-rider Revolutionary Vehicle을 줄여 이름으로 썼다. 국내에선 생소한 이름이지만 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모델이다. 98년 처음 생산을 시작해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팔렸고, 2014년 2세대 모델부터는 북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모델이다. 소형 세단 피트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로 일본에선 ‘베젤’이라는 이름을 쓴다.

소형 세단을 조금 부풀린 크기지만 억지스럽지 않다. 자연스러운 비례에 잘 다듬어진 외형은 작지만 당당한 SUV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모습이다. 기초화장만으로도 미모를 뽐내는 건강한 미인의 분위기다.

심플함은 인테리어로 이어진다. 화려한 장식도 고급스러운 치장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렴해 보이는 건 아니다. 대시보드 재질은 차급에 비해 고급스럽다.

버튼은 핸들 좌우에 배치된 것과 시동버튼이 전부다. 센터페시아의 모니터와 공조장치는 모두 터치 패널 방식으로 조작한다. 내비게이션 모니터, 오디오, 에어컨 등을 툭툭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된다. 반응속도도 빠르고 정확하다.

센터페시아 아래쪽 숨은 공간에 두 개의 USB단자와 하나의 HDMI 단자를 넣었고 12V 파워 아웃렛도 배치했다. 일자형 변속레버 옆에는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오토홀드 버튼이 자리했다.

송풍구가 재미있다. 조수석 앞에는 3칸으로 얇고 길게 송풍구를 배치했다. 날씨가 더워 더 없이 반가운 부분이었다. 3칸의 송풍구는 제각각 방향을 달리할 수 있어 좋았다. 뒷좌석엔 별도 송풍구가 없어 앞좌석에서 넘어오는 바람을 기다려야 한다.

센터 콘솔의 구성은 재미있다. 깊이를 조절할 수 있고, 칸막이를 사용할 수도 있게 했다. 작은 컵도, 큰 컵도 안정되게 수납할 수 있다. 뒷좌석처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크루즈컨트롤 시스템, 멀티앵글 후방카메라. 힐 스타트 어시스트(HSA),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등이 적용됐다. 미국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의 충돌테스트에서는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인 차세대 에이스 보디의 효과다.

파워트레인은 1.8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143마력은 6,500rpm에서, 최대토크 17.5kg•m은 4,300rpm에서 터진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야 큰 힘을 쓰는 구조다. 자연흡기 SOHC로 엔진조차 심플하다.

골목길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매우 조용하다. 앞서 걷는 보행자들이 비켜줄 생각을 안 한다. 차를 의식하지 못하는 탓이다.

도로에서 힘을 쓰기 시작하면 엔진 소리가 커진다. 조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속도보다 조금 더 소리가 들린다. 에코모드에선 계기판 속도계를 감싸는 원이 녹색으로 변한다. 에코 구간을 벗어나면 파란색이 된다. 그린 라이트만 유지하면 경제운전은 저절로 된다.

시속 100km에서 약 1,900rpm을 유지한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엔진회전수다. 힘이 끊기지 않고 원하는 수준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는 건 무단변속기의 재주다. 변속을 하는 게 아니니 변속 쇼크는 없다.

무게 중심이 세단보다 높고 앞바퀴굴림이다. 북미시장에선 사륜구동 모델도 있지만 국내에선 한 가지 트림만 판매한다. 연료탱크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뒷부분의 무게 배분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게다가 뒷 서스펜션은 토션빔으로 일체식이다. 고속주행에서 기대수준을 낮춰야 하는 이유다. 실제 주행속도는 체감 속도와 거의 일치한다. 생각만큼 나쁘진 않았다.

엔트리급 소형 SUV임을 감안해야 한다. 고성능, 주행안정감보다는 실용성, 연비, 가격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차다.

복합연비는 13.1km/L. 3등급이다. 가솔린 엔진이 이 정도면 칭찬받을만 하다. 공차중량 1,340kg으로 비교적 가벼운 편이라 연비에 도움이 됐다. 엔진 스톱 기능이 없어서 아쉽다. 있었다면 연비는 조금 더 좋아졌을 듯.

판매가격은 3,190만원이다. 푸조 308과 딱 겹치는 가격. 지프 레니게이드(3,280만원), 아우디 A1(3,270만원) 미니 쿠퍼D(3,210 만원) 등이 비슷한 가격대에 포진해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창을 원터치로 열고 닫는 건 운전석만 된다. 나머지 3개의 차창은 버튼을 누르는 동안만 작동한다. 다 열리고 닫힐 때까지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것.
일자형 변속레버는 여전히 낯설다. 엔진 브레이크나 변속이 필요할 땐 D, S, L로 레버를 옮겨야 한다. 시대에 조금 뒤떨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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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
사진 / 김기형 tnkfree@autodiary.kr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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