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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들이 벌인 참사, 재규어 온라인 판매 논란

온라인 유통업체 티몬이 재규어 XE를 할인 판매에 나섰지만 결국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은 온라인을 통해 재규어 XE 20대 한정 판매에 나섰고 3시간 만에 이를 모두 판매했다고 8일 밝혔다. 그 이튿날 재규어코리아와 관련 딜러로 지목된 아주네트웍스가 발끈하고 나섰다. 티몬측의 판매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

나는 이번 사태가 자동차 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의욕만 앞선 아마추어들이 벌인 예견된 참사로 본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자동차는 메이커 혹은 해외 본사의 국내 지사 즉 임포터들이 공급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중간 유통업체들, 즉 딜러들이 자의적으로 물량을 조절할 여력이 없는 시장이다. 핸드폰이나 가전제품, 컴퓨터 등과 달리 자동차는 제조사의 시장 장악력이 압도적이다. 아니 절대적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이유다.

어느 한 딜러가, 혹은 몇 개 딜러가 온라인 자동차 판매에 나선다고해도 메이커나 임포터가 물량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하는 게 아니어서다. 설령 일부 재고가 있다고 해도 재고가 소진된 이후 다시 물량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재고를 떨어내고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는 다면 가능할 수는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온라인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니 정상적인 온라인 판매라고 볼 수는 없다.

티몬이 재규어 XE를 판매한다고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자동차를 공급할 딜러가 어디냐 였다. 드러난 실태는 이렇다. 티몬이 SK엔카직영과 함께 재규어 딜러인 아주네트웍스를 통해 재규어 XE 20대를 공급받기로 하고 판매에 나섰다는 게 티몬측 입장이다. 재규어코리아와 아주네트웍스측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아주네트웍스의 얘기다. “(이번 일과 관련해) 어느 누구와 공식적인 사전협의, 계약, 협약, 견적서 제공 등을 한 적이 없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업계의 상식선에서 보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든 딜러가 임포터 허락 없이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건 막다른 골목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업을 접을 각오가 없다면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재규어와 함께 판매하는 랜드로버는 요즘 물 좋다는 수입차 시장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다. 딜러 입장에선 굳이 나서서 임포터에 밉보일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임포터 입장에서는 더더욱 값을 깎아주면서 한 딜러만을 통해 온라인 판매에 나설 이유가 없다.

여기서 잠시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처음은 아니어서다. 과거에도 있던 일이다. 온라인 벤처사업이 열풍이던 90년대 이후 자동차 유통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던 업체들이 있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차를 고르고 주문까지 가능하게 하겠다는 사업모델이었다. 황금시간대에 TV CF 까지 내보내며 기세를 올렸다. 벤처 열풍을 타고 곧 자동차도 온라인 쇼핑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어느 한 업체도 성공하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들, 수입차 임포터들의 철벽 수비를 뛰어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막힌 곳은 “어디서 차를 받을 것인가” 즉 물량 공급처였다. 한 두 대, 많아야 10~20대 일시적으로 확보할 수는 있지만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적어도 한국에선 그렇다.

티몬의 재규어 판매는 이렇듯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고 있다. 재규어 XE 20대, 금액으로 10억 가까운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면서 계약서 한 장 없다는 얘기는 믿기 힘들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추어들이 벌인 참사라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아쉽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가 답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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