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7시리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조작한다. 손동작으로, 터치로, 다이얼로. 심지어 음성과 무선으로도 차를 조절할 수 있다.
모든 차량 제조사에게 플래그십 차량의 의미는 남다르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담아낸 열정의 산물이어서다. 7시리즈rk 바로 그런 차다. 신형 7시리즈의 제스처 컨트롤, 7인치 휴대용 단말기, 디스플레이 키는 운전자 뿐만아니라 탑승자들에게도 최상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신형 BMW 7시리즈는 지난 해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전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전시된 750Li 모델의 차량의 내부에서는 많은 관람객들이 검지 손가락을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신기해했다. 그 옆에서는 또 다른 신기한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량의 키에 디스플레이가 달렸고 그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차량과 통신하면서, 차량을 원격으로 주차시켰다. BMW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2가지 기술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바로 제스처 컨트롤과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이었다.
지난 27일 경기도 가평 아난티 클럽 펜트하우스에서 BMW 740Li를 시승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7시리즈의 라이트다. 겉으로 보기엔 특별할 바 없는 코로나 링 모습. 하지만 이 헤드라이트는 레이저 라이트이다. 요즘 많은 모델들이 풀LED 라이트라고 앞다퉈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BMW는 600m까지 광원을 투시할 수 있는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장착하면서 한 발짝 앞서나갔다.
시승은 2열에서 시작했다. 오너의 자리다. 740Li는 모델명에서 보여주듯이 롱휠베이스 모델이다. 일반 7시리즈보다도 한 뼘쯤 실내공간이 더 늘어났다. 1열 동승석 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밀고 발 받침대까지 내려서 몸을 편안하게 누인채로 시승을 할 수 있었다. 암레스트에 자리한 7인치의 탭은 2열 온도, 마사지, 조명 조절, 미디어 플레이, 차량정보 확인 등을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가능해준다. 심지어 운전자가 연비운전을 하는 것까지 확인을 할 수 있다. 모든 동작을 실행해보고 이해하는 데에만 30~40여분이 소요될 정도였다. 여기에 게임까지 가능하다면 아마도 시트에서 일어나기 싫어질 것 같다.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보면 대형의 LCD 클러스터와 중앙의 센터에 자리잡고 있는 BMW i드라이브 스크린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신형 7시리즈부터는 더 이상 센터페시아 하단에 있는 i드라이브 컨트롤러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BMW 스크린에 처음으로 터치방식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일 프리미엄 타이틀로 무장한 차들이 터치가 안되는 스크린을 장착한 것을 볼 때마다 아쉬웠다. 손가락 한번으로 끝날 것을 동그란 다이얼로 돌리고 누르고 밀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비게이션에서 주소를 검색하려고 하면 짜증날 정도였다. 사용자 편의와는 거리가 먼 ‘비인간적인 시스템’이었다.
7시리즈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말끔히 지웠다. 운전자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중앙의 스크린 터치, 스티어링휠에 있는 음성인식 버튼, 손 동작을 인식하는 제스처 컨트롤, 기어노브 아래에 있는 i드라이브 다이얼 등을 통해 4가지 방식으로 차를 컨트롤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열 시트의 중간에 장착된 7인치 탭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처음엔 다소 난해하고 복잡하게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허용하는 방식이 훨씬 더 편하다. 주행중에 볼륨을 높이기 위해 손가락을 원형으로 그리면서 돌렸다. 아주 단순하고 빠른 동작이었다. 한 두번 동작하자 바로 익숙해졌다. 제스처 컨트롤은 손동작을 4~5개 정도만 인식하는 정도이다. 볼륨을 올리고 내리는 동작, 전화가 걸려왔을 때 받을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정도이다. 그래서 누구나 손쉽게 바로 따라할 수 있다.
이미 시장에는 750Li와 730d 모델이 나와있다. 740Li가 다른 모델과 차별화되는 것은 엔진 정도라고 말 할 수 있다. 3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최대출력 326마력, 최대토크 45.9kg.m, 최고속도 250km/h이다. 정지에서 100km/h까지 5.2초에 이른다고 BMW는 밝히고 있다. 주행해 본 결과 앞으로 치고 나가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스포츠카와 직선에서는 한 번 맞붙어볼만한 실력이다.
5238mm의 긴 전장의 차체를 이처럼 빠르게 동작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카본코어라고 불리는 기술 덕택이다. BMW는 7시리즈 차량바디에 어느 때보다 많은 카본을 사용하였다. 카본(CFRP)은 알루미늄 소재보다도 30%정도 가볍고 스틸보다는 50%정도 가벼운 특성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카본과 알루미늄 등 다양한 복합소재를 사용하여 이전 모델보다 130kg 중량을 감소시켰다. 더 강해졌고 가벼워져 연료효율성과 주행의 다이내믹함을 모두 만족시켰다.
근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의 관심은 자율주행이다. 모두가 앞다퉈 반자율주행 기능을 자랑하고 있다. 7시리즈에서도 이 기능을 체험해 볼수 있다. 740Li에 장착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버튼 하나만으로 바로 제한속도를 감지하고 전방의 차량을 감지하면서 차량 스스로가 속도를 유지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상당히 정확하게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했다. 한 차선내에서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주행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차선안에서 중앙부분을 잘 유지한다. 하지만 종종 차선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운전자가 반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할때, 주행의 모든 부분은 운전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자율주행의 기능은 차량을 달리게 하는 기능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일상생활에 적용될 자율주행 기술은 바로 무인주차 시스템이 될 것이다. 신형 7시리즈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이라는 기술을 통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전파인증의 문제로 시행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올 연말에는 이 기능을 탑재한 7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리모트 컨트롤 파킹은 협소한 주차공간에서 차량을 10m정도의 거리에서 디스플레이 키를 조작함으로써 차량을 파킹하고 반대로 차량을 파킹된 영역에서 운전자가 탑승하기 편하도록 빼내는 기능을 말한다. 아파트의 협소한 공간에 차량을 다닥다닥 붙여서 주차를 하다보면 주차후에 도어를 열고 빠져나오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리모트 컨트롤 파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리모트 컨트롤 파킹을 통해 앞으로 주차가 쉬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BMW의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술은 현재까지는 차량을 주차구역에 앞과 뒤로 넣고 빼는 정도이다. 국내에서의 주차환경은 직각주차를 주로 사용해야만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때 리모트 컨트롤 파킹의 기능은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740 가솔린 엔진의 출시로 BMW 7시리즈의 판매에 오아시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BMW에 따르면 740 가솔린 모델이 2010년~2015년 기간에 전체 7시리즈 판매량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한다. 따라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열세였던 플래그십 판매량에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형 tnkfree@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