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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사륜구동에 착한 가격, 코란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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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코란도 스포츠에가 더 세졌다. 2.2리터 디젤 엔진을 올려 더 강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코란도 스포츠는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SUV로 이 차를 소개한다. 법적으로는 픽업트럭으로 상용차로 분류되지만 승용으로도 손색없는 SUV라는 주장이다. 코란도 스포츠는 국내 유일의 픽업 모델이다. 2002년 무쏘 픽업이 등장한 이후 경쟁모델 없이 픽업 시장을 독점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원도 춘천 인근에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두루 돌며 새로워진 코란도 스포츠를 경험했다. 시승차는 4WD 방식인 CX7 익스트림 에디션. 판매가격 2,745만원인 코란도 스포츠의 최고급 모델이다.

길이 4,900mm에 차폭이 1,910mm로 당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높이는 1,790mm로 어지간한 성인 남자의 키를 뛰어 넘는다. 휠베이스는 3,06mm.

살짝 각을 준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양옆으로 엣지 있게 배치된 헤드램프가 강인한 모습을 완성했다. 익스트림 에디션에는 범퍼 앞에 배치된 넛지바, 프런트 스키드 플레이트, 사이드 스텝, 루프랙 등이 더해져 훨씬 패셔너블한 모습을 구성한다. 18인치 블랙 알로이 휠이 아우라를 뿜어낸다.

실내는 동그라미가 제법 많다. 스티어링 휠, 그 좌우측에 배치된 원형 버튼들, 심지어 변속레버 주변도 큰 원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 수많은 동그라미를 마주하고 운전을 해야 한다. 살짝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29도를 확보했다.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진 않지만 딱 맞는 수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600×1,275mm인 적재함의 용량은 2.04㎡. 테일 게이트를 열면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침낭을 깔고 드러누우면 그대로 침대가 된다. 테일 게이트 위에 걸터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대부분의 SUV들이 모노코크 방식인데 반해 코란도 스포츠는 3중구조의 강철 프레임 구조다. 프레임 보디는 오프로드에서의 뒤틀림에 강하고 SUV의 강인한 면모를 완성시켜주는 숨은 공로자다. 프레임이 엔진의 진동을 상당부분 흡수해 조용하다는 장점도 있다. 무거워서 연비에 안 좋다는 게 함정이다. 4WD에 자동6단 변속기를 적용한 이 차의 연비는 11.1km/L로 4등급에 해당한다.

스티어링 휠은 무려 3.8회전을 한다. 많은 차들이 많아야 3회전 정도고, 간혹 3.5 회전까지 하는 경우는 있지만 3.8 회전까지 돌아가는 핸들을 가진 차는 흔치 않다. 이처럼 여유 있는 조향각은 온로드에선 조금 어색할지 모르지만 오프로드에선 강점이 된다. 노면에서 지속적으로 전해오는 불규칙한 흔들림과 충격들을 걸러내는데 효과적 이어서다. 같은 이유로 타이트한 조향비는 오프로드에선 최악이다.

2.2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특히 최대토크는 1,400~2,800rpm 구간에서 발휘된다. 매우 폭넓은 구간에서 최대의 힘을 만들어 내는 것.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최대토크가 나온다고 봐도 될 정도다. 덕분에 발진, 추월가속이 탁월한 성능을 만나게 된다.

엔진의 힘을 최종 조율하는 건 6단 자동변속기로 일본 아이신 제품이다. 힘을 놓치지 않고 주행상황에 맞춰 필요한 힘을 구동바퀴에 전해줬다.

코란도 스포츠는 조용했다. 의외다. 픽업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움직임은 차분했고 엔진과 바람소리를 잘 막아냈다. 픽업은 거칠고 조금은 허술할 것이란 생각은 적어도 코란도 스포츠에선 잘못된 선입견이다. 중저속 구간은 물론 제법 빠른 속도에서도 그랬다.
변속레버는 토글 스위치를 이용해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변속레버에 손을 얹은 채 엄지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변속을 할 수 있다. 이 큰 덩치를 엄지손가락으로 다룬다는 사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세단처럼 움직였다. 조용했고, 움직임은 차분했다. 노면충격은 적당히 걸러서 버릴 건 버리고 나머지만 전해준다.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돼 있어 정속주행이 가능했다. 시속 100km 정속 주행할 때 rpm은 1,500 부근에 얌전하게 머문다. 얌전한 픽업. 온로드에선 그랬다.

돌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길 하나 건너 비포장 길에 올라서면 우리가 알던 거친 픽업의 모습을 드러낸다. 6.25 전쟁도 피해갔다는 오지인 문배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거칠었고 최근 내린 비로 간간이 무너져 내린 곳도 있었다. 4H로 구동전환을 하면 어지간한 길은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길에선 4L을 택하면 된다. 4L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든든해진다. 4H는 이동 중에도 구동변환이 가능하지만 4L은 차를 멈춘 뒤 기어를 중립에 넣고 선택해야 한다.

사륜구동상태에선 급한 코너에서 회전반경이 늘어난다. 4개의 바퀴가 코너를 돌 때 회전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4L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서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멈칫 거리기도 한다. 이른바 ‘타이트 코너 브레이킹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양한 편의장비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무더운 날씨엔 통풍시트의 고마움이 크다. 뽀송뽀송한 엉덩이가 주는 쾌적함은 운전자의 피로를 훨씬 줄여준다.

7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고, 운전석과 동승석에는 3단 통풍시트가 적용됐다. 센터 트레이에 USB 포트를 기본 장착했고 2열 시트에도 열선을 깔았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후방 카메라와 연동해 주차 부담을 덜어준다. 핸드폰과 블루투스 연동은 당연히 된다.
코란도 스포츠는,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에 불과한 픽업이다. 법적으로 상용차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유지비 싸면 좋은 일이다. 상용차라는 사실은 큰 의미 없다. 이런 저런 장비, 짐을 리어 데크에 던지듯 싣고 4~5명이 함께 어디든 떠날 수 있다면 된다. 코란도 스포츠의 강점이다.

쌍용차는 조금 더 나가고 싶은 눈치다. 이 차를 SUV로 포지셔닝 시키며 싼타페나 쏘렌토와도 경쟁하겠다는 의지다. 불타는 의지, 임전무퇴의 정신은 좋지만 이런 시도가 먹힐지는 모르겠다. 엄연히 다르게 보이는 고객층을 어떻게 설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 SUV든 픽업트럭이든 2,000만 원대에 이 정도 성능과 기능을 갖춘 차는 코란도 스포츠가 유일하다.
코란도 스포츠의 판매가격은 후륜구동인 CX5가 2,168~2,512만원, 사륜구동인 CX7은 2,440~2,999만원이다. 4L까지 갖춘 제대로 된 사륜구동차 중에 이런 가격은 없다. ‘엄지 척’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리어 게이트는 무겁다. 게이트를 열때는 덜하지만 닫기 위해 게이트를 들어올릴 땐 제법 큰 힘을 써야 한다. 여자가 들어올리기엔 무리지 싶다. 부디 이 문을 열고 닫을 땐 남자가 팔을 걷고 나서시라.
시트 높낮이 조절은 어색하다. 두 개의 삼각형 레버를 손으로 돌려 시트의 앞과 뒤를 별도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번거롭고 시간도 걸린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마주하는 거부감이 크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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