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렉서스 GS “디젤 빼고 다있다”

Lexus Amazing Experience Day (17)

렉서스 GS의 향연이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펼쳐졌다. 부산모터쇼에서 한국 출시를 발표한 GS의 모든 라인업을 스피드웨이에 풀어놓은 것.

GS-F를 비롯해 GS400h, GS350, GS200t 등을 바꿔타며 스피드웨이를 달렸다. 디젤 빼고 다 갖춘 라인업이다. 가솔린, 자연흡기, 터보, 하이브리드 등 디젤 빼고 다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디젤은 없다. 디젤이 장악한 수입차 시장에서 “오직 하이브리드”를 외치며 고군분투하던 렉서스다. 이제 그 열매를 따 먹을 때가 온 걸까. 디젤 퇴조의 시대에 렉서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GS F는 F 배지를 단 네 번째 모델이다. IS F, LFA, RC F에 이어 GS F가 등장한 것. V8 5.0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473마력의 힘을 내는 본격 스포츠카다.
가속과 엔진 브레이크가 즉각적이다. 가속페달에 즉답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연주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GS F는 소리가 살아있다. GS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그렇다. 엔진 사운드와 배기 사운드가 뒤섞이면 운전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냥 들어도 좋은 소리를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이 한 번 더 마사지를 한 뒤에 들려준다. 473마력의 힘을 8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다. 힘을 끊고 이어주는 게 절도가 있다.

토크 벡터링 디퍼렌셜은 재미있다. 브레이크가 아닌 디퍼렌셜을 통해 뒷바퀴 좌우의 토크를 배분한다. 포르쉐나 포드 등이 브레이크를 통해 토크 배분을 조절하는 것과 메커니즘이 다르다.

GS F는 세밀하고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 과하면 쉽게 넘친다. 심리적 흥분상태로 리액션이 과한 아이를 닮았다. 가속페달을 툭 치면 그 즉시 시트가 몸을 훅 밀고, 스티어링휠을 조금 더 돌리면 뒷부분이 금방 미끌거린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미끄러지는 혹은 그 직전의 상태는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다.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며 운전을 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반갑다. 많은 사람은 싫어하고, 소수의 베테랑은 좋아할 요소다.

시속 200km를 터치하고 잠시 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을 때에도 흔들림이 느껴진다. 그 속도에서 강한 제동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서킷 주행이니 가능한 상황이다. 강한 제동, 흔들림, 제동 풀고, 안정감 회복, 다시 제동. 이 순서로 차를 다뤄야 했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의 미묘한 차이에 차체가 그대로 반응했다. 사춘기 소녀의 감성처럼 예민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금방 환해졌고, 돌아서서 눈물 글썽이는 변화무쌍한 소녀의 감성이다.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그 만큼이나 예민하고 정교한 손과 발이 필요하다.

GS 450h는 GS F와 정반대의 자리에 위치하는 모델.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그래서 편안했다. 앳킨슨 엔진에 ECVT 변속기를 장착해 343마력에 35.5kgm의 토크로 무장한 GS 450h는 여유가 있었다. 양반 달리기처럼 서두르지 않고 점잔을 빼며 달리는 느낌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달리다가 발을 땠을 때 계기판에 ‘EV’ 램프가 활성화되고 모든 게 차분해지는 상태는 인상적이다.

GS 200t는 다운사이징의 결과물이다.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를 올려 출력의 갭을 메우는. GS F가 자연흡기 엔진의 여유로운 힘을 보여줬다면 GS 200t는 타이트하게 작동하는 터보의 힘이 느껴졌다. 독이 바짝 오른, 그래서 제 힘보다 더 센 힘을 뽑아내는 기분이다. 서킷에 잘 어울리는 이유다. 누구나 열 받으면 제 힘 이상의 힘을 내는 법이다.

같은 크기지만 200t가 작게, 450h가 크게 느껴진다. 힘의 질감 차이가 공간 감각의 착시까지 부른다. 450h의 여유 있는 힘이 공간의 여유까지 느끼게 해준다면 200t의 타이트하게 바짝 죄는 힘은 공간의 여유를 느낄 여백을 주지 않는다.

GS 350은 V6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올렸다. 8단 변속기가 합을 맞춰 최고출력 316마력의 힘을 뽑아낸다. 과장이나 겸손함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힘을 정직하게 보여줬다. 직선 코스에서 200km/h 가까이 쭉 뽑아내는 가속감은 탁월했고, 업힐과 다운힐로 이어지는 좌우 연속 커브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줬다. 서킷에서 높은 알피엠으로 다그치듯 다루기보다는 일반 도로에서 편안하게 다루면 훨씬 더 돋보일 고급 세단이다. 17개의 스피커가 적용된 마크레빈슨 오디오 등 하이엔드급 편의 사양이 대거 적용된 고급 모델이다.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계기판,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여유 있는 실내공간 특히 뒷좌석 등 살펴봐야할 부분들이 많았지만 서킷 주행에 집중하다보니 일일이 체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으로 미뤄둔다.

디젤차의 퇴조는 렉서스에겐 어찌됐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디젤 엔진과 거리를 두고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굳게 고집해온 렉서스다. 렉서스의 항구에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할 때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프런트 오버행을 35mm 늘렸다. 전체 길이도 그만큼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그대로다. 비례상으로 보기는 좋다. 하지만 늘어난 오버행은 때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접근각이 좁아진다. 경사면이 급한 길이나 주차장에선 범퍼 아래가 긁힐 위험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수용해야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 때문에 넓은 엔진룸이 필요했고 휠베이스를 늘리기 보다는 오버행을 늘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