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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SUV ‘AMG GLE 63’의 편안한 고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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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의 중형 SUV였던 M 클래스가 GLE로 이름을 바꿨다. 디자인도 달라졌다. 범퍼와 보닛이 달라졌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홀 패턴도 변화를 줬다. 페이스 리프트 정도의 변화다.

일반적으로 차 이름은 풀체인지할 때 바꾼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모델 변경임에도 M이 GLE로 이름을 바꾼 건 지난 2014년 말, 벤츠가 전체 SUV의 모델 표기를 변경한데 따른 것이다. GL은 GLS로, GLK는 GLC로, M은 GLE로 변경했다. 세단처럼 SUV도 S, E, C, A 체계로 바꿨다. G바겐은 SUV 라인업 최고 모델로 명맥을 이어간다. SUV 라인업이 좀 더 짜임새 있게 정리됐고 소비자들이 이해하기도 쉬워졌다.

GLE는 국내에서 더 뉴 GLE 250 d 4매틱, 더 뉴 GLE 350 d 4매틱, 그리고 AMG GLE 63 4매틱으로 라인업을 이룬다. 이중 최고급 모델인 메르세데스 AMG GLE 63 4매틱을 시승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도 이 차를 탄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 얼굴만큼이나 큼지막한 벤츠의 삼각별 마크가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자리했다. 삼각별 마크 양옆으로 날렵하게 배치한 윙이 라디에이터 그릴을 위 아래로 구분한다. AMG GLE만의 그릴이다.

21인치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운다. 높은 차체에 쉽게 오르내리기 위해 사이드 스텝도 적용했다. 하지만 사이드 스텝은 거친 오프로드에서는 가장 먼저 손상을 입기 쉽다. 좌우로 기우뚱 거릴 때 지면에 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1억 5,000만원짜리 차를 타고 차가 다치기 쉬운 거친 오프로드에 들어설 이가 몇이나 있을까. 상태가 좋은 온로드와 적당한 정도의 오프로드를 달린다면 사이드 스텝이 다칠 일은 없겠다.

뒷범퍼 아래 에어디퓨저가 자리했고 좌우로 2개씩 모두 4개의 배기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만만치 않은 고성능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길이 4,830mm, 너비 1,935mm, 높이 1,770mm 휠베이스는 2,915mm로 당당한 크기를 가졌다. 뒷좌석은 물론 트렁크도 넓다. 흔히 뒷좌석 공간을 제약하는 센터 터널은 손가락 높이 정도로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와 함께 두 개의 12V 시거잭 전원이 있다. 좌우로 2개의 모니터가 앞좌석 뒤로 배치됐다.

보닛을 열면 V8 5.5리터 바이터보 엔진을 만나게 된다. AMG의 자랑인 원 맨, 원 엔진 시스템에 의해 엔진 제작자의 이름이 엔진 커버에 새겨져 있다. 5461cc 최고출력 557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힘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100km/h 주파시간 4.3초. 슈퍼카 수준이다.

성능은 슈퍼카지만 편리함은 슈퍼카를 추월한다. 승하차, 실내 공간, 주행감각, 시야 등이 고성능 수퍼카에 비해 훨씬 앞선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슈퍼 SUV인 셈이다.

디젤 엔진인 GLE 250 d, 350 d에는 9단 변속기가 올라가지만 가솔린 바이터보를 적용한 AMG GLE에는 7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효율보다 고성능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해석해 본다. 1단 기어비 4.38로 시작해 5단에서 1:1을 이루고 6, 7단이 오버 드라이브가 된다. 후진 기어는 2개를 적용했다. 최종감속비는 3.47.

스티어링 휠은 2.75회전한다. 그 아래로 패들 시프트를 배치했다. 왼쪽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시프트 업이다. 변속레버는 컬럼 시프트 타입으로 핸들 우측 아래 자리했다.

뒷좌석 지붕까지 커버하는 선루프는 시원한 풍경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동승객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만든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옆구리까지 잘 지지해 양옆으로 쏠리지 않는다. 시트가 몸을 꽉 안아주는 느낌이다. 실내의 고급스러움 손끝이 먼저 느낀다. 핸들, 각종 버튼들, 대시보드 등이 최고급이다.

컵 홀더는 아래쪽에 보온, 혹은 냉장을 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졌다. 음료를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유지해 준다. 꽤 깊은 센터콘솔 안에는 두 개의 USB 단자가 있다.

엔진소리 우렁차다. 낮게 깔리지만 위엄 있다. 귀와 심장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사운드다. 엔진소리 말고는 이렇다 할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건 오직 엔진 사운드 뿐 다른 잡소리는 다 쫓아냈다.

AMG 특유의 엔진 사운드는 이 차에서도 유감없이 살아난다. 날카로운 창끝을 둥글게 다듬은 듯한 소리. 울림통이 커서 소리도 다른 걸까. 5.5리터 엔진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는 경이롭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마지막에 털어내는 소리가 재미있다. 그 소리를 들으려 자꾸 가속페달을 밟았다 땠다를 반복하게 된다.

이 엔진 소리 때문에 실내는 조용하지 않다. 주행모드에 상관없이 늘 엔진소리는 실내를 지배한다. 그렇다고 엔진 소리에 죄를 물을 순 없다. 소리를 틀어막는 조용함은 AMG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 소리를 즐기며 미소를 띌 수 있어야 이 차와 궁합을 맞출 수 있다. AMG에선 조용함이 죄다.

먼저 컴포트 모드. 차분한 차체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달린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은 깊게 밟을 일이 없다. 살짝만 밟아도 금방 속도를 올린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유지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차선유지까지 한다. 이를 활성화 하면 손발을 떼도 차가 스스로 차선을 읽으며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며 움직인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의 일부분이다. 조향 어시스트와 스탑앤고 파일럿이 포함된 디스트로닉 플러스, 교차로 어시스트가 포함된 BAS 플러스, 보행자 인식 기능이 포함된 프리-세이프 브레이크, 교차로 어시스트가 포함된 BAS 플러스, 능동형 사각 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 유지 어시스트, 프리-세이프 플러스 등 첨단 기능이 그 안에 포함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택하면 가속 반응이 놀랄 만큼 즉각적이다. 시위를 떠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활처럼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감은 잃지 않는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차의 흔들림이 크지 않다.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운전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일이 없다. 체감 속도는 실제 속도보다 매우 낮다. 수시로 계기판을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컴포트 모드에선 예민한 감각이 조금 둔해지는 느낌이 오지만 최강의 성능은 여전하다. 굳이 스포츠모드를 택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힘과 속도를 즐길 수 있다.

매뉴얼 모드에선 자동변속이 차단된다. 오직 운전자의 조작에 의해서만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rpm이 6,000을 넘기면서 고정된다. 운전자를 재촉하는 엔진 소리를 애써 못들은 척 무시하며 달리는 맛도 재미있다. AMG GLE 63 4매틱의 별미다. 도로를 압도하는, 차고 넘치는 성능을 유감없이 맛 볼 수 있다.

대견하게도 독일에서 만들어진 GLE가 한글을 알아듣는다. 라디오, 블루투스, 내비게이션 등의 한글 명령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현한다. 다만 우리말로 명령을 하면 이에 대한 음성 안내가 영어로 나온다. 이왕 한글화를 했으면 이런 부분까지 우리말로 안내했으면 좋겠다.

하만카돈의 오디오는 달리는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음질을 들려준다. 이런 저런 소리에 시달리며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음악 감상실에서와 같은 수준의 소리를 원하는 건 욕심이다.

차체가 높은 SUV이지만 코너 공략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SP, 브레이크 시스템, 사륜구동시스템 등이 코너를 안정감 있게 돌아나갈 수 있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믿고 무모한 코너를 시도해도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E 63 4매틱은 앞뒤 40:60의 비율로 토크를 배분한다.

안전과 편의장비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만큼 화려하다. 적용할 수 있는 모든 편의장비를 투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독보적인 안전 기술인 프리-세이프를 비롯하여 사각 지대 어시스트,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평행 주차는 물론 직각 자동 주차 기능 및 주차 공간에서 차를 자동으로 빼주는 기능까지 추가된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LED 인텔리전트 라이드 시스템, 운전자 무릎 에어백이 장착됐다.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날씨, 밝기, 주행 조건 등 상황에 따라 최상의 시야를 확보한다. 코너에서는 움직이는 방향으로 빛을 비춰 운전자가 더 멀리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뉴 GLE에는 8.4인치 커맨드 디스플레이와 터치패드 컨트롤러를 통해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전화, 오디오, 비디오를 즐길 수 있다. 휴대폰 테더링을 통해 날씨, 뉴스 등의 MB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고 웹브라우징이 가능한 한층 강화된 인터넷 기능을 즐길 수 있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E 63 4매틱에는 실내에 방향, 살균, 공기 청정 효과를 주는 인테리어 에어 이오나이저와 360도 카메라가 기본 적용된다.

오프로드에 진입하면서 바로 펑크가 났다. 얕은 웅덩이를 기세좋게 치고 나갔는데 그만 타이어 사이드월이 찢어져 버렸다. 웅덩이 안에 날카로운 돌이 숨어 있었던 것. 타이어 교체 공구가 기능적이고 사용하기 편해 어렵지 않게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었다. 런플랫 타이어였다면 굳이 현장에서 타이어 교체를 하지 않고 정비소까지 이동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 차의 최고속도인 시속 250km 까지는 수퍼카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SUV다. 모든 게 차고 넘친다. 제어하기 힘들만큼 강한 힘,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만큼 많은 안전 및 편의장비. 그래서 1억 5,000만원이라는 가격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엄두를 내기엔 비싼 가격이지만 그래도 언젠간 꼭 한 번 타고 싶은 ‘치토스’ 리스트에 올려도 좋을, 그런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많이 개선된 내비게이션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 남는다. 자판을 이용한 한글 입력이 쉽지 않다. 자음과 모음을 왔다갔다하며 입력해야 하는데 일일이 커서를 옮긴 뒤 선택하는 게 번거롭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어서 더 불편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연비 5.8km/L는 아쉽다. 많은 장비들을 집어넣다보니 공차중량이 2,520kg로 무거워졌다. 빠르게 달리다보면 연료 게이지가 뚝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가속페달 밟기가 두려울 정도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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