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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파고드는 쐐기, 재규어 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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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중형 세단 XF가 ‘올 뉴’ 모델로 다시 우리 앞에 왔다. 올 뉴 재규어 XF. 전남 여수에서 차를 받아 지리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300km 넘는 구간을 원 없이 달렸다.

차분하지만 힘 있는 앞모습에선 재규어 디자인의 유니크한 맛이 있다. 중형세단에 어울리는 무난한 측면, 힘을 뺀 뒷모습이다.

가솔린 직렬 4기통 DOHC 터보 엔진을 얹은 재규어 XF 25t 프레스티지 모델을 먼저 탔다.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낸다. 크기는 4953x1880x1457mm, 휠베이스는 3m에 육박하는 2960mm다. 공차중량은 1745kg로 이전 모델 대비 190kg을 줄였다. 성인 2-3명의몸무게를 줄인 것. 마력당 무게비는 7.3kg로 7초 만에 시속 100km를 넘기는 고성능 세단이다. 연비는 10.1km/L, 4등급으로 썩 우수한 편은 아니다. 판매가격은 6,490만원. 올 뉴 XF는 6,380만~9,920만원 사이에 7개 트림을 포진시켰다.

시동을 걸면 시프트 셀렉터가 솟아오르고 대시보드 좌우측에 닫혀있던 송풍구가 열린다. 주인을 맞는 ‘예’를 갖추는 것. 달릴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12.3인치 모니터가 시원하게 배치됐다. 선명한 화면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활성화된다. 계기판 역시 10.2 인치 모니터로 구성됐다. 맵을 활성화 시키면 계기판 가득 지도가 펼쳐진다. 자세히 보면 앞창에 열선이 깔려있다. 눈 성애 등을 녹일 수 있는 열선이다. 추울 때 유용한 장치다.

가죽핸들, 가죽질감의 대시보드 상단, 금속재질의 대시보드 등이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만든다. 버튼의 촉감도 좋아서 손이 자주 간다. 일없이 슥 만지게 된다.

대시보드 좌측널에서 우측까지 운전석과 조수석 앞 공간을 감싸는 인테리어는 멋스럽다. 공간을 채우며 드라이버와 조수석 승객을 감싸는 분위기를 만든다. 공간을 파고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 공간을 살려도 넓게 활용할 수는 없는 죽은 공간을 잘 활용했다. 뒷좌석 센터터널은 높게 솟았다. 사람이 앉기엔 불편하다. 4명이 편하게 타는 게 좋겠다.

에어로다이내믹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공기정항 계수 0.26. 시속 160km에서 차를 누르는 다운포스가 50kg에 달한다. 앞뒤 무게 배분을 50대50으로 맞춘 후륜구동 방식이어서 놀라운 주행안정감을 즐길 수 있다. 도로에 달라붙은 듯한 밀착감이 대단했다. 덜 흔들리고 잘 달린다.

여수 도심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랐다. 80km/h. 잔잔했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봄이 오는 남도길을 편안하게 마주했다. 달리기는 계속됐다. 속도를 높이는데 가속이 아주 빠르다. 바람소리가 크게 들릴 때쯤에서야 계기판의 속도를 확인할 생각을 했다. 체감속도 + 20~30km/h 정도의 빠르기. 신기한 건, 바람소리 말고는 불안한 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레이싱의 DNA를 간직한 재규어다. 드라이버에게도 전해진다. 피가 뜨거워 진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여유 있게 힘을 조율해 낸다. 고속주행에서는 바람소리와 가속시 엔진소리 정도가 들릴 뿐 노면 잡소리는 거의 사라진다. 소음을 막는 NVH 수준이 높다. 엔진소리는 듣기 좋게 올라온다. 다이내믹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는 사운드다. 시프트 셀렉터를 D에서 한 단 더 내려 S레인지를 택하면 신경을 곤두세운 듯 반응이 빠르고 예민해진다. 서스펜션은 주요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가볍지만 강하다.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을 앞에, 인테그럴 링크 서스펜션이 뒤에 적용됐다.

코너를 빠르게 들어가면 살짝 밀릴 법도 한데 흔들리지 않는다.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225/55R 17 사이즈의 타이어가 적용돼 접지력이 조금 부족할 듯도 하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전 트림에 기본적용되는 토크 벡터링도 힘을 보탠다. 코너에서 뒷바퀴 안쪽을 제동하고 바깥쪽으로 구동력을 조금 더 주는 방식으로 부드럽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지리산 지안재 굽이길을 타고 오르는 코스는 환상적이었다. 코너의 클리핑 포인트에서 가속페달을 밟는데 자꾸 힘이 빠진다. DSC가 개입해 출력을 제한하는 것. 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다. DSC를 끄는 방법은 위험하다. 대신 시프트 셀렉터를 S에 맞추고 주행모드는 다이내믹 모드로 조합하면 자동변속이 제한되고 드라이버의 수동변속만 가능해진다. 시프트업을 제한해 rpm을 높게 사용하며 달릴 수 있는 것. 이 세팅으로 2, 3단을 이용해 지안재를 힘차게 오를 수 있었다. 자동변속을 제한할 때엔 엔진 과열을 조심해야 한다. 차 상태를 살펴가며 다뤄야 하는 것.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AS)은 2.5회전한다. 예민한 편이다. 살짝 돌려도 크게 반응하고 코너에서 반응이 빠르다. 묵직한 핸들은 적당한 반발력을 가졌다. 패들 시프트는 핸들 아래 붙어 있어 코너 조향 중에도 조작가능하다.

제동은 확실했다. 정확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브레이크를 잡는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직선로에서 차의 무게감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도로에 달라붙어 달리는데 툭 치는 장애물을 지날 때 차체의 흔들림은 컸다. 순간적으로 큰 흔들림이 오는 건 차체가 무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본다.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하면 S에서 3500rpm, D에서 2,000rpm을 조금 상회한다. 에코모드에선 1800rpm까지 떨어진다. 오토스탑은 거의 모든 정지상태에서 작동한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잠시 숨을 멈추고 쉰다.

메르디앙 오디오 시스템은 프레스티지 트림에 11개의 스피커, 포트폴리오 트림에 17개의 스피커를 적용했다. MP3 파일로 풍부한 음색으로 즐길 수 있다. 차분하게 달리며 좋은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크다.

후반전은 재규어 XF 20D 포트폴리오다. 2.0 디젤 엔진을 썼다. 포트폴리오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18인치 타이어, 소프트 클로즈드 도어 등이 적용되고 인테리어에 고급 무늬목을 사용하는 등 더 고급 트림이다.

2.0 터보 디젤엔진은 180마력, 43.9kgm의 토크를 낸다. 공차중량 1745kg로 마력당 무게비는 9.7kg 정도로 0-100km/h 8.1초의 가속력을 보인다. 연비는 14.2km/L로 2등급. 6,380만원이다.

재규어의 문제작 인제니움 엔진이다. XE에도 올렸던 바로 그 엔진. 유로6대응 엔진으로 트렁크에 요소수 주입구가 있다. 요소수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속도를 올리면 굵은 엔진소리가 살아난다. 디젤 특유의 굵은 사운드다. 소리가 차를 끌고 가는 느낌이다. 진동은 거의 없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가솔린이 경쾌했다면 디젤은 묵직하다. 100km/h에서 1,400rpm까지 떨어진다. S레인지에서는 2,000rpm을 상회한다.

코너에서 기우는 몸을 시트가 잘 받아준다. 중심을 잡아주는 것. 드라이버의 균형은 차의 균형이다. 고속주행에서는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 노면 잡소리가 적당히 섞여 들어온다. 속도에 비하면 적당한, 혹은 조용한 소리다.

노멀모드에서는 확실히 톤 다운된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 뜨거운 피가 차분하게 식는 느낌이다. 다이내믹 모드를 택하면 팽팽한 긴장감과 탄력이 다시 살아난다. 탁월한 주행안정감은 여전하다. 바람소리 말고는 신경 쓸 게 없을 정도다. 서스펜션은 끊임없이 충격을 전해오는 노면과 안정감을 확보하라는 차체 사이에서 훌륭한 협상을 이뤄낸다. 달릴 때 이 차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중저속 구간의 우수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가솔린 엔진이 박력 있게 즉답하는 느낌이라면 디젤 엔진은 좀 더 부드럽지만 밀고 나가는 강한 힘이 인상적이다. 소리만 놓고 보면 멀리서 들리는 사운드인데 실제로 발휘되는 힘은 그 이상이다. 순간순간 치고 나간다기 보다 쭉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힘이다. 그 끝을 확인할 수는 없다. 고속에서도 가속페달은 여유가 있다. 힘의 여유다.

두 대의 차와 밀고 당기며 달리다 보니 300km를 순식간에 달렸다. 원 없이 탔다. 이런 부분에서도 브랜드 컬러가 드러난다. 원하는 만큼 실컷 타보게 하는 것. 자신 있다는 의미다. 오래 타면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분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재규어 XF는 물론 재규어라는 브랜드를 좀 더 가까이서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시원하고 호쾌한 주행을 마음껏 즐겼다. 직선이면 직선, 곡선이면 곡선, 도로에 지지 않았다. 스포츠카의 DNA를 가진 재규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다이내믹한 중형 세단이었다. 우아하고 유니크한 이안 칼럼의 디자인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디자인보다 성능이 한 수 위다.

프리미엄 니치마켓이 지금까지의 재규어 영토였다면 XE와 XF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첨병이다. 틈새를 비집어 시장을 조금 더 넓히려는 ‘쐐기’같은 존재다.

어느 브랜드를 막론하고 중형세단은 시장의 중원에서 경쟁하는 주력이다. E클래스 5시리즈 A6등 주력들끼리의 전쟁에 나서야 하는 차다. 확실한 자신만의 특징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XF는 재규어의 독특한 유니크한 디자인에 더해 고속주행안정감에 있어서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충분히 경쟁 가능한 수준이다. 세그먼트 확장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모드 버튼은 직관적이지 않다. 좌우 화살표를 이용해 조절해야하는데 해당 그림이 있는 곳을 버튼으로 알고 누르고 나서야 잘못을 알고 화살표로 손을 옮기게 된다. 직관적이지도 기능적이지도 않다.
가솔린 엔진의 연비는 10.1km/L. 4등급이다. 지적사항이다. 고성능이어도 연비는 좋아야 한다는 게 요즘 소비자들의 욕심이다. 성능은 잡았지만 연비는 놓쳤다고 보인다.
차선이탈 방지장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XF AWD S에만 적용), 사각지대 경보 등 국산 준중형급에서도 만날 수 있는 장비들이 이 차엔 없거나 최고 트림에만 적용된다. 전자장비는 좀 더 보완해야 하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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