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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X, 깜직한 외모와 넘치는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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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친퀘첸토가 사륜구동 기능을 더한 새로운 모델 500X를 내놨다. 500을 이탈리아어로 읽으면 친퀘첸토다.

작아서 깜찍한 차 ‘500’을 작다고만 할 수 없는 크기로 키웠다. 4270x1795x1620mm 크기다. 작아 보이지만 르노삼성차의 QM3보다 길이 너비 높이 모두 크다. 차에서 내릴 때 의외로 차가 높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최저지상고 180mm는 생각보다 높았다. 휠베이스는 2,570mm 공차중량은 1,560kg다. 트렁크 용량은 350리터에서 100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멋있다’ 보다는 ‘예쁘다’에 가까운 디자인. 그래도 기존 500보다는 의젓해진 모습을 갖췄다. 커지면 점잖아 보인다. 그래도 둥글둥글 유머러스한 500의 모습이 남아 있다.

인테리어는 손이 먼저 느낀다. 손이 닿는 부분마다 촉감이 부드럽다. 제법 좋은 재질들을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의 가죽, 펄이 살짝 들어간 대시보드, 그 상단의 소프트한 재질 등 손끝으로 느끼는 품질이 우수하다.

뒷창은 반만 열린다. 열리다 만 것처럼 유리창을 완전히 내려도 절반만 내려간 뒤 멈춘다. 머리가 큰 사람은 통과시키지 않을 기세다.

키를 받고 계기판을 보니 누적 주행거리가 11km다. 따끈따끈한 완전 새차. 가속페달을 깊게 밟기가 미안할 정도였지만 눈 딱 감고 제법 거친 오프로드까지 달리며 거칠게 다뤘다. 타이어의 솜털이 산 속의 흙길을 오르며 부르르 떨만큼…….

직렬 4기통 멀티젯 엔진은 140마력 35.7kgm의 힘을 낸다. 9단 변속기가 포인트. 피아트 500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를 올렸다. 9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랜드로버와 지프, 혼다, 그리고 피아트 정도다. 이 작은 차에 2.0 엔진과 9단 변속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는 게 놀랍다. ‘오버 스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1.4와 1.6 엔진에 6단 변속기 조합도 있지만 FAC 코리아는 2.0 디젤과 2.4 가솔린 엔진을 들여왔다.

사륜구동시스템은 사륜구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올 휠 드라이브 상태로 전환한다. 평소엔 앞바퀴굴림으로 달려 효율을 높인다.

기어비 폭은 넓다. 1단 4.713에서 시작해 9단 0.48로 마무리한다. 5단이 1:1이니 6,7,8,9단은 오버 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연비에 유리한 변속비다. FAC가 밝힌 이 차의 복합연비는 12.2km/L. 도심 10.7km/L, 고속도로는 14.km/L다

6.5 인치 터치 스크린은 FAC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유커넥트와 연동한다. 계기판에는 3.5인치 TFT LCD 패널이 다양한 정보를 띄워준다.

시동을 걸면 아주 힘찬 엔진소리가 든다. 엔진소리와 진동이 솔직하다. 굳이 디젤임을 숨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토해낸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소음과 진동이 조금 잦아든다.

엑셀 온을 하면 거친 숨소리가 강하게 터지고, 엑셀 오프를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진다. 아주 대조적이다. 발끝으로 조절하며 급변하는 반응을 즐길 수 있다.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굳이 높이지 않고 2,000rpm 까지만 써도 차가 힘을 쓰는 데에는 지장이 없겠다.
핸들에 패들시프트가 달려 있어서 코너에서도 쉽게 패들을 조작할 수 있다. 수동변속하면 4500-3500rpm 구간에서 시프트 업이 반복된다.

팔당대교를 넘기 전 180도로 돌아나가는 헤어핀 코너를 부드럽고 여유 있게 빠져나온다. 놀랍다. 안정감이 높다. 껑충한 차 높이 때문에 내심 불안했지만 500X는 보란 듯이 빠져나왔다. 조금 더 세게 돌아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크루즈컨트롤은 정해진 속도로 달리는 정도다. 그 반응이 매우 성깔이 있다. 크루즈컨트롤을 세팅한 뒤 버튼을 이용해 속도를 3km/h 정도만 올려도 마치 엑셀을 깊게 밟은 것처럼 훅 튀어 나간다. 성질 참 급하다. 이탈리아 사람 닮았다.

스포츠모드를 택하면 계기판에 G 값을 보여준다. 중력가속도가 걸리는 게 보인다. 일상주행 영역에서 브레이크를 잡거나 좌우 회전할 때 0.2G 정도가 걸린다. G값 대신 터보 작동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다.

80~100km/h 구간에서 차가 편안하다. NVH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고 차체도 편안해진다. 순항하는 느낌, 이 차에서 가장 쾌적한 승차감을 맛볼 수 있는 속도다.

500X는 운전하기 편했다. 차체가 높아 앉은 자세가 편하고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 길이가 짧아 좁은 골목길에서 부담이 없다. 쉽고 편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코너에서도 짧은 차체여서 뒤가 잘 따라온다. 쏠리거나 미끄러지는 부담이 훨씬 덜하다. 게다가 차체 안정감이 한 차원 높은 4WD다.

운전에 능숙하지 않은 이라도 편하고 재미있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아기자기 재미있게 묘미를 즐기기에 부담 없는 차라는 얘기다.

산 속의 오프로드에 잠깐 차를 올렸다. 트랙션 모드를 택하고 발끝으로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밀기 시작했다. 뒷바퀴가 살짝 헛도는 듯 하더니 기어가 물리며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이 온다. 이어서 뒷바퀴도 슬슬 구동력을 발휘한다. 계기판은 앞뒤의 구동력 배분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 타이어는 차근 차근 전진한다. 노면의 굴곡을 따라 꿀렁 거리며 밀리지 않고 나간다. 슬쩍 슬립하는 순간 트랙션을 회복한다. 잠깐 헛바퀴가 돌아도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구동력을 회복하며 앞으로 나간다. 멋지다. 다시 보게 된다. 우수한 타이어가 차의 성능을 한 단계 더 올려주는 느낌이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3 225/45R18 사이즈를 끼웠다.

스펙만보면 과하다 싶을 만큼 아낌없이 쏟아 부은 차다. 이 작은 차에 9단 변속기를 올린 패기가 좋다. 2.0 디젤 엔진은 1.6이어도 좋겠다고 판단되지만 어쨌든 넘치는 스펙이다. 한글을 척척 알아먹는 유커넥트, 현지화가 잘 된 깔끔한 내비게이션, 3개의 드라이빙 모드 등 차급에 비해 오버스펙 아닐까할 만큼 내실을 다졌다.

친퀘첸토를 말하면서 미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이 닮은 차여서다. 작은 사이즈에 눈에 띄는 디자인, 아주 다양한 장르의 차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낸다는 점 등이 닮았다.

차 자체의 완성도 못지않게 마케팅이 중요한 차다. 차 자체보다는 생활 패턴에 방점을 찍고 자동차와 함께 하는 재미있는 삶을 보여주는 게 포인트. 마니아들과의 눈 맞춤에 마케팅을 집중해야 한다.

미니가 그랬다. 초기 모델의 경우 소음과 진동이 큰 거친 차, 장거리 운행에 피곤했던 차임에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들의 요구하는 지점을 잘 잡아내고 마니아들과의 활발한 교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동원한 마케팅 덕이다.

500X의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인 팝스타 3,140만원, 디젤모델인 크로스 3,690만원, 크로스 플러스 4,090만원으로 책정됐다. 6월 30일까지 각각 2,990만원, 3,580만원, 3,980만원으로 내려서 판매한다. 최대 200만 원가량 싸다. 먼저 사는 사람에게 좀 더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지만 FAC의 판매 전략이 그렇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하는 내내 가장 거슬렸던 부분이 있다면 단 한 가지, 엔진 소리였다. 시종일관 엔진 소리는 시끄러웠다. 시동 걸 때, 가속할 때, 있는 그대로 디젤 엔진의 거친 숨소리를 토해낸다. NVH 대책은 처음부터 다시 손봐야 하겠다.

70~100km 구간에서 가속할 때 1800rpm 근처에서 불안하게 떨리는 순간이 있다. 시프트업이 일어나면서 힘을 못 쓰는 듯 어정쩡한 느낌이 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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