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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A45 4매틱의 절대 복종

Mercedes-Benz A-Klasse (W 176) 2015Mercedes-Benz A-Class (W 176

작은 녀석이 큰 날개를 달고 있다. 18인치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AMG 뱃지를 달았다. 길이 4,305mm의 조그만 해치백.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벤츠의 삼각별 마크가 유난히 크게 보인다.

메르세데스-AMG A45 4매틱. 정식 명칭에 ‘벤츠’는 없다. 대신 그 자리에 AMG가 자리했다. AMG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이다. 이 작은 차가 AMG라니. 보닛을 열면 엔진 위에 제작자의 사인이 있다. 원 맨 원 엔진. 엔진을 만든 작업자의 사인이다.

지붕 끝에 달린 리어 스포일러는 차에 비해 크다. 작은 덩치를 조금이라도 크게 보이려는 것일까. 기죽지 않으려는 ‘가오’가 느껴진다. 물론 리어 스포일러를 통해 공기의 흐름을 잡아주고 고속주행에서 다운포스를 제대로 확보하려는 기능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부자연스러운 건 사실이다.

뒷좌석은 둘이 앉으면 딱 좋은 공간이다. 센터 터널이 솟아 있어 좌석은 불편하고 셋이 앉기엔 좁다. 검은 실내에는 빨간색 포인트를 간간이 넣었다. 송풍구, 시트의 스티치, 안전띠 등이 빨간색이다.

약간의 유격을 가진 스티어링 휠은 2.7회전 정도 돌릴 수 있다. 고성능 해치백에 어울리는 조향비다. 조금 더 타이트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대시보드는 탄소섬유 재질로 마감했다. 제법 많은 버튼들이 자리한 센터페시아는 과거의 벤츠를 떠올린다.

버킷타입의 시트는 헤드 레스트까지 일체형이다. 몸에 딱 맞는다. 심한 코너에서 바깥으로 기우는 몸을 딱 잡아준다.

시동 버튼은 없다. 키를 꽂고 돌려야 한다. 시동을 걸면 컴포트 모드인데도 엔진 사운드가 제법 크다. 깊고 폭넓은 음색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옮기면 소리를 몇 음계를 더 올라간다. 골목길에선 주변에서 걷는 이들에게 미안해질 정도.

AMG의 유머일까. 변속레버는 아주 작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이렇게 작은 변속레버로 381마력의 힘을 조정한다. 레버 좌측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눌러 수동 변속모드를 택할 수 있다. 수동변속은 패들시프트로 한다. D 모드에서 가속에 맞춰 시프트업이 자동으로 일어나지만 수동 변속모드에선 rpm이 치솟아 레드존을 넘보는 수준에서도 절대 자동 변속은 일어나지 않았다. 운전자가 패들 시프트를 통해 변속을 명령해야 이를 받아들인다. 수동모드에선 운전자에 ‘절대 복종’한다. 시키지는 일만 한다. 말 잘듣는 동생이 조폭 두목인 것 같은 기분.

하체는 단단 그 자체다. 노면의 굴곡이 그대로 시트를 통해 전해진다. 과속방지턱이 무서울 정도다. 딱딱하기 짝이 없는 하체지만 컴포트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움직이면 2000rpm에도 이르기 전에 부지런히, 살살 변속이 이뤄진다. 내숭이다.

탁 트인 도로에 올라서면 비로소 이 차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배기량 2.0 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만들어내는 381마력의 출력과 48.4kgm의 토크는 경이롭다. 공차중량 1,600kg인 차체를 4.2초만에 시속 100km로 끌어올린다. 마력당 무게비가 딱 4.2kg이다.

시속 100km가 문제가 아니다. 그 이상의 속도도 눈 깜짝할 새에 도달한다. 시원한 가속력은 단연 압권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떼 들리는 특이한 사운드는 덤이다. 그 소리를 듣고 싶어 자꾸 가속 뒤 엑셀 오프를 반복하게 된다.

중저속에서 딱딱해서 불편했던 하체는 고속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단단하게 차체를 받쳐주며 안정감을 확보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겁 없이 고속주행을 시도해도 받아준다. 덕분에 체감속도는 실제속도보다 많이 낮다.

과감한 코너링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차체 길이가 짧아 운전자의 부담도 적고 사륜구동이 주는 안정감이 +10~20km/h 정도의 오버를 무난하게 소화해 준다. 235/40R18 사이즈의 타이어도 노면을 잘 잡고 달린다. 거칠게 다뤄도 타이어는 미끄러지거나 비명을 지르는 법이 없었다.

스포츠 플러스에선 차가 한 단계 높아진 느낌이 확 온다. 엔진 사운드는 훨씬 더 커지고, 서스펜션은 조금 더 하드해지는 느낌이다. 총구를 빠져나온 총알이 타깃을 향해 날아가듯, 도로의 중심점으로 빨려 들어간다.

굳이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아니어도 좋았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킥다운을 하면 슈퍼카같은 탄탄한 힘을 통해 아주 빠른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7단 DCT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적절하게 조율해준다. 그런데 기어비가 뒤죽박죽이다. 2단이 2.43인데 3단은 2.90으로 역행한다. 5단이 0.87인데 6단은 다시 1.16이고 7단이 0.94인 식이다. 더블 클러치의 변속 조합이 1, 2, 4, 5단이 최종감속비 4.13으로 한 조를 이루고, 3, 6, 7단이 최종감속비 2.39로 한 조를 이루는 방식이다. 짝수와 홀수 기어로 조를 이루는 DCT와는 조금 다른 조합을 택한 것.

운전하는 재미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만나는 체증구간에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유용하다. 차간거리를 조절하며 정해진 속도로 움직이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좋다.

복합연비는 9.5km/L로 4등급이다. 판매가격은 5,910만원. 작은 놈이 제법 비싸다. 혹은 AMG가 이렇게 싸다. 당연히 이 차의 고객은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내비게이션이 안 된다. 아예 없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거치대를 놓을 마땅한 공간도 없다. 그런데 큰 모니터가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았다. 돌출된 모니터는 안전에도 좋지 않다.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게 하는 게 맞다. 굳이 생략한다면 모니터를 빼는 게 맞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핸들에 붙은 음성인식 버튼은 무용지물. 사용자들의 편의는 싹 무시해버린 느낌이다.

시야는 시원스럽지 않다.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A 필러 아래에 넓은 면이 시야를 제한한다. 좌우로 회전할 때 아랫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직접 고개를 돌려 뒤를 볼 때에도 시야를 가리는 부분이 있다. B 필러는 좌측 후방 시야를 가리고 C 필러는 우측 후방 시야를 상당부분 가린다. 우측 시야는 사각지대가 넓어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도, 고개를 돌려서도 차 한 대가 안 보이는 경우도 생겼다. 시야 확보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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