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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프리우스가 현란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첫 눈에 넘치는 디자이너의 의욕을 읽게 된다. 앞 뒤 헤드램프가 그렇다. 날카로운 직선을 기하하적인 무늬 안에 새겨 넣었다. 97년 처음 등장하며 하이브리드 시대를 활짝 열었던 선구자, 프리우스다. 벌써 20년, 4세대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는 우리 자동차 시장에서 마이너리티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 관한 한 물러서지 않는 집요함을 가졌다. 디젤의 시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천지사방이 디젤차인 시절에 묵묵히 하이브리드를 파고 있다. 그 집요함이 언젠가 세상을 뒤바꿀 것이라 믿지만, 세상은 좀처럼 변할 기미가 없었다.

변화의 조짐은 현대차가 선보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가 이전에 선보였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쏘나타, 아반떼, 그랜저 등 기존 세단 차종의 가지치기 모델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면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전용 모델로 등장했다. 의미가 크다.

아이오닉을 통해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훨씬 가깝게 느끼게 된다면 프리우스도 나쁠 게 없다. 경쟁자는 때로 동반자가 된다. 프리우스와 아이오닉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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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디자인으로 돌아가자. 전체적으로 디자인 과잉이다. 현란한 익스테리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과장된 모습, 인테리어의 곡선, 그 안에 욕조처럼 집어넣은 공간 등등. 디자이너의 의욕이 차고 넘친다. 현란하고 화려하다. 기교를 많이 부린 디자인이다.

4세대 프리우스는 화려한 디자인과 토요타가 새로 개발했다는 플랫폼 TNGA가 변화의 포인트다. 안팎으로 완전히 다른 차로 만들었다는 것. 여전히 최고 수준의 연비에 운전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었던 것은 TNGA의 힘이다. 재미있고 다양한 기술이 더해졌고 안전 면에서도 진일보 했다는 게 토요타의 설명. 모터와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었고 출력 밀도는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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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프리우스보다 높이를 20mm 낮췄고 2열 시트 뒤로 배치했던 배터리를 시트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크고 무거운 배터리의 위치는 차의 동력 성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의 위치 변동으로 무게 중심이 낮아졌고 트렁크 공간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고장력 강판 사용을 늘렸고 더 촘촘하게 레이저 용접을 해서 차체 강성이 훨씬 더 좋아졌다. 리어 서스펜션은 좌우 독립식인 더블 위시본 방식을 사용했고 흡차음재도 더 많이 적용했다.

현란한 디자인. 뒤창을 상하로 나눠버리는 리어윙은 4세대에서도 살아남았다. 효율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카에 고속에서 효과를 보게 되는 리어 스포일러는 안 맞는 궁합인데 토요타는 이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현대차 아이오닉조차 이를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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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개발자는 “시속 30~80km 구간에서도 스포일러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숙제로 생각하고 있다. 5세대에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여운을 남겼다.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시속 80km에서 공기역학적 효과가 어느 정도나 될지 모르겠으나, 결코 클 것 같지 않은 그 효과를 얻기 위해 룸미러의 시야를 제한하는 게 맞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프리우스는 물론 아이오닉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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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 사이에 자리한 하얀 공간이 눈길을 끈다. 도자기 느낌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작은 욕조 같은 느낌. 이런 느낌 처음이어서 당황스럽다. 실내를 환하게 만드는 포인트 역할은 제대로 한다. 그 앞부분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기가 있다. 고급형인 S 모델에만 적용된다. 튤립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변속레버는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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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센터페시아 위에 가로로 길게 배치됐다. 메인 디스플레이와 다중정보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탑승객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계기판을 배치해 주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에코 드라이빙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표기해 주는 것도 재미있다. 이 점수를 높이려고 하다보면 저절로 경제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2단계로 표시된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속도가 표시되고 한 번 더 누르면 배터리 충전 상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파워 게이지가 더해진다. 심플해서 한 눈에 쏙 들어온다.

가죽으로 마감한 스티어링휠은 추운 날 약간의 온기를 띄게 된다. 핸들을 쥘 때 추위를 느끼게 되고 히터를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다. 연비를 생각한 세심한 조치다.

실내공간은 좁지 않다. 지붕의 꼭지점을 앞으로 당겨 머리 윗공간을 넓혔다. 뒷공간도 센터터널이 살짝 솟았지만 실내공간을 잡아먹을 정도는 아니다. 뒷좌석 지붕은 움푹하게 파내 머리 윗공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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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1.8 가솔린 앳킨슨 사이클 엔진에 전기모터를 기본으로 한다. 무단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시스템 출력은 총 122마력이다. 시속 70km.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소음이 파고든다. 분명한 건 3세대에 비해 훨씬 조용해졌다는 것. 하이브리드 차는 도심 체증구간을 겁낼 필요가 없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하이브리드 차들이 고속도로 연비보다 시내 연비가 더 좋은 이유다.

15인치 타이어를 사용하는 프리우스의 복합연비는 21.9km/L. 현대차의 아이오익 하이브리드가 22.4km/L 조금 더 앞선다. 오차 범위내 접전 정도로 볼 수 있다.

실제 연비는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왕복 100km 정도의 구간을 50km는 연비 운전, 나머지 50km는 일부 교통 체증 구간을 제외하고 무섭게 질주하며 달렸다. 각각 33km/L와 15km/L의 연비를 보였다. 40km/L를 넘기는 시승차도 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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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건 고속주행을 이어가도 15km/L 수준의 연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막 달려도 이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편안하게 주행하면 공인 복합연비 정도는 누구나 무난히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미덕이 연비라는데 동의한다면 프리우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차임에 틀림이 없다.

3세대까지의 프리우스는 가난한 집 어머니를 닮았다. 자식들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짜장면 싫어하는 어머니처럼 연비를 위해 운전하는 재미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4세대 프리우스는 살림이 조금 나아진 엄마다. 머리도 손보고, 운동도 다니며 자기를 가꾸고,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즐기는 그런 엄마로 달라졌다.

우수한 연비를 유지하면서도 운전하는 재미를 희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른바 펀투 드라이브를 구현했다. 3세대의 노멀 모드에서의 가속감을 4세대에서는 에코 모드에서 느낄 수 있다고 토요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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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밟으면 제법 빠르게 반응한다. 파워모드를 택하면 순간적으로 감탄사가 흐른다. 차가 단단해지고 스티어링이 손에 착 달라붙는다. rpm은 조금 더 올라가고 스로틀 반응도 예민해진다. 에코 모드와는 차이가 확연하다. 차가 재미있어진다. 프리우스가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신기하다. 허약하게만 보였는데 다시 보게 된다. 가속반응, 차체 강성, 서스펜션의 탄성 이런 부분들이 업그레이드 됐음을 실감했다.

파워 모드에선 일반 세단의 스포츠모드처럼 힘이 넘치고 가속반응도 빨라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이전 모델보다 많이 개선됐다. 빠른 속도에서도 단단한 안정감이 있고 드라이버의 불안감이 없다.

과속방지턱 지날 때는 대체로 부드럽게 넘는다. 서스펜션이 딱딱한 맛은 아니다. 고속주행에서 노면 충격을 받을 때 약간 물렁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고속구간에서 시원하게 잘 달린다. 차창에 부딪히는 약간의 바람소리 정도가 들린다. 방음을 잘해 놓아서 그런지 엔진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리는 듯 했다.

브레이크 반응은 대단히 좋다. 처음 반응이 확실하고 마무리는 부드럽다. 제동할 때 들리는 전기 모터소리는 정지할 때쯤 조금 들리다 마는 정도로 줄였다.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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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프리우스는 혁명적인 변화보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개혁을 택했다. 숫자상으로는 이전 보다 크게 좋아졌다고 보기 힘든 파워트레인이지만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많은 개선을 이끌어냈다. 제원표 상의 숫자에 비해 몸이 체감하는 성능이 훨씬 높은 이유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춰졌다. 효율을 위해 다른 부분을 무조건 희생시키지 않았고 운전의 즐거움, 주행안정감 등 전체적인 밸런스를 크게 개선했다. 모든 부분의 균형을 맞춘 하이브리드 모델로 거듭났다.

판매가격은 기본형이 프라우스 E가 3,260만원, S가 3,890만원이다. 일본과 FTA 채결이 안 돼 있어 8%의 수입관세를 물어야 하는 수입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가격이다. 치열한 가격 싸움으로 많이 팔기보다는 고객만족에 신경을 좀 더 쓰겠다는 게 토요타의 자세다. 한국토요타는 많이 팔기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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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내비게이션은 아쉽다. 해상도도 떨어지고 안내 목소리를 조절할 수가 없다. 고품질의 내비게이션을 올리면 어떨까. 게다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되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는데도 고개를 돌려 내비게이션을 봐야 하는 건 문제다. 토요타를 포함해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에게 내비게이션의 현지화는 여전히 큰 문제다.
음성인식은 핸드폰과 연동하는 정도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는 음성인식으로 조절할 수 없다.

오종훈 yes@autodiary.kr